건보공단, 의료기관 지원실 확대·개편 및 정보시스템 고도화 했음에도 징수율 2.42%
매년 환수 결정금액 증가 추세지만 징수율은 내림세 지속…적발 기관수 의원이 제일 많아
'특사경법' 국회 자동 폐기 직전…김문수 실장, 20대 국회 종료 전까지 통과시키는 데 사활

사진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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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적발 환수결정 금액이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징수율은 역대 최저에 머물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명 '공단특사경법'으로 불리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사법경찰직무법)'을 다룰 수 있는 20대 국회가 곧 종료될 예정이다.

이에 건보공단은 오는 5월 29일 내 사법경찰직무법 미 통과 시 해당 법안은 자동폐기 절차를 밟게 되는 만큼 20대 국회 통과에 사활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이 출입기자협의회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1년간 총 1611개 기관이 사무장병원 및 면대약국 등으로 적발됐으며, 환수결정 금액은 3조 2267억원, 징수율은 5.54%를 기록 중이다.

이중 의료기관이 90.75%인 1462개를 차지하고 있으며 약국이 149개(9.25%) 기관이다.

환수결정 금액은 의료기관 2조 8138억원, 약국 4129억원으로 나뉜다.

문제는 매년 환수결정 금액이 늘고 있으나, 징수율은 높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줄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19년의 주요 적발 현황을 살펴보면 147개의 기관이 적발, 총 9936억원의 환수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징수금액은 241억원에 불과해 징수율 2.42%(2018년 6.96% 대비 4.54%p 하락)라는 역대 최저 성적표를 기록했다.

그간 징수율은 1~2% 내외에서 증감을 반복하긴 했으나 3% 이하로 떨어진 경우는 2019년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가장 낮았던 징수율은 2017년의 4.8%로, 이 또한 2018년에 약 2.16%p 회복했다.
 

인력 증원하고 시스템 고도화 했지만 징수율 높이기 쉽지 않아
징수율 낮은 원인 어디에 있는지…'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건보공단은 이 같은 저조한 징수율을 마냥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불법개설기관 관리를 위한 정보시스템 고도화 사업 추진 차원에서 '조사→환수→징수→사후관리'를 원스톱으로 연계하는 업무처리 환경을 만들고 업무기준 표준화 등을 꾀하는 등 나름 많은 시도를 실시했다는 것.

아울러 행정조사 지침서를 제작해 건보공단 본부와 지역본부의 조사 담당자에게 전달, 역량강화를 위한 전문성 교육도 지속적으로 시행했다.

특히, 건보공단은 의료기관지원실을 5개부로 확대·개편해 불법개설기관 단속 역량 강화와 조사의 객관성 확보에 부단히 노력했다.

2019년 12월 31일 기준 사무장병원 및 면허대여약국 적발 기관수와 환수결정금액, 징수율 등 현황.

건보공단 의료기관지원실 김문수 실장은 "사무장병원의 효율적 단속을 위한 사전분석팀을 설치·운영하고 보건복지부 실무자, 변호사, 전직수사관 등이 참여하는 행정조사 선정심의위원회를 통해 선의의 피해자를 방지하려 했다"라고 말했다.

즉, 이러한 노력으로 2019년 사무장병원 등과 관련된 환수결정금액(9936억원)이 2018년 4181억원 대비 138%까지 늘어났다는 것이다.  

반면, 저조한 징수율이 건보공단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상황인데, 김 실장은 사무장병원 개설 전 또는 수사기간 중 재산은닉 및 폐업 등으로 부당이득금을 환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김 실장은 "저조한 징수율 극복을 위해 고액체납자 전담 징수반을 운영 중에 있고 사해행위 적발 및 체납처분, 가압류(가처분)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환수가 녹록치 않다"며 "압류시기 단축, 은닉재산 신고자 포상금제도, 1인 1개소법 관련 보완입법, 부당이득 체납자 인적사항 공개 제도 활용 등으로 자진납부를 유도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답은 건보공단 특사경?…20대 국회 '끝까지 간다'

건보공단은 늘어나는 단속 성과 및 환수결정 금액 지속 증가와는 별개로, 특사경제도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이미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 특별사법경찰이 존재하긴 하나, 수사 인력 부족 및 지역 토호 세력과의 유착 위험 그리고 전문성 부족 등의 문제로 직접 수사가 어렵다는 것.

김 실장은 "수사권이 없어 계좌 추적이 불가하기 때문에 혐의 입증에 한계가 있다"며 "방조자와 참고인 등 관련자를 직접 조사하기도 힘들고 전문 수사인력 부족과 형사사건 우선수사 등으로 수사가 장기화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사무장병원 수사의뢰 건 중 3개월 이내 종결 비율은 5.37%에 불과하고, 이를 6개월 이내로 확장해도 31.58%에 머물고 있다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결국 일선 경찰의 수사기간 장기화 문제 해결과 불법개설기관 조기 퇴출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그는 "20대 국회가 오는 5월 29일에 문을 닫으면 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될 수밖에 없기에 20대 국회 종료 전까지 통과될 수 있도록 건보공단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21대 국회에서의 재발의 등 다른 부분은 고려하고 있지 않으니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한다"라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건보공단은 경찰공무원 경력자(수사관)를 상반기 중 채용해 조사지원 및 수사의뢰의 전문성을 높이고 인공지능(AI), 딥러닝, 머신러닝 등 IT 신기술을 접목한 사무장병원 감지모형을 발굴해 내년부터 활용할 계획이다. 
 

의료계 여전한 반발…"잊을 만하면 언급한다" 불쾌감 숨기지 않아

이와 관련 의료계는 '건보공단이 잊을 만하면 주기적으로 특사경을 언급한다'며 불쾌함을 숨기지 않는 모양새다.

정작 조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두고서는 건보공단이 전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무혐의가 입증된다 한들 장기화된 조사기간 동안 의료기관은 문을 닫은 후 폐업 수순으로 가게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즉, 선량한 일선 병원과 의원 등이 사무장병원의 가장 큰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건보공단 특사경을 왜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사무장병원을 뿌리 뽑고 싶은 마음은 오히려 의료인들이 더 클 것"이라며 "하지만 법이라는 것은 도입되기 전에 여러 가지 발생 가능한 일을 보완하는 대비책을 마련한 후에 도입돼야 오남용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보공단이 단순히 수사권을 갖겠다는 의지에만 매몰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려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20대 국회에서 급하게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면 안된다"라고 덧붙였다.

수도권의 한 개원의는 "잊을 만하면 건보공단 특사경을 주기적·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선의의 피해자 보상, 정신적 압박과 부담감에 대한 배상 등 명확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며 "누구나 '필요하다'는 단순한 주장은 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2009년~2019년 12월 31일까지 총 1611건의 적발 사례 중 기관수는 의원이 637개소로 가장 많고, 적발금액은 요양병원이 1조 9847억원으로 최다를 차지했다.

약국의 적발 기관수는 의원 637개소에 한참 모자란 149개소이나 적발금액은 의원(3693억원)보다 약 430억원 높은(4129억원) 현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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