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2014년까지 면대약국 개설한 혐의로 기소
재판부 "엄정히 대처하지 않으면 규제 실효성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공모해 면허대여약국(면대약국)을 개설한 관계자들이 유죄를 판결받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징수 등 후속조치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형사재판 1심에서 고 조양호 회장과 공모해 약국을 개설한 정석기업 원모씨와 약국을 관리한 류모씨, 약사 이모씨에게 약사법 위반과 약사법 관련 사기 모두 유죄 선고를 내렸다.

고 조양호 회장의 면대약국 운영 의혹은 지난 2018년 6월 불거졌다.

면대약국은 약사가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약사법을 어기고 약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운영하는 약국이다.

당시 고 조양호 회장은 의약분업으로 인하대병원 내 약국을 운영할 수 없게 되자, 대한항공 계열사인 정석기업 원모씨와 류모씨를 통해 약사 이모씨의 명의로 병원 앞 정석기업 별관에 2008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면대약국을 개설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한진그룹 측은 "조양호 회장은 차명으로 약국을 개설하거나 약사 면허를 대여받아 운영한 바 없다"며 "정석기업이 약사에게 약국을 임대한 것이며, 해당 약국에 돈을 투자한 바도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반면 건보공단은 불법개설된 약국이 급여청구 자격이 없음에도 고의로 급여비 청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망인(고 조양호 회장)은 한진그룹 회장이자 인하대병원 재단 이사장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피고인을 통해 약국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하면서 이에 따른 수익금을 매년 받았고, 피고인들의 무자격 약국 개설로 건보공단에서 편취한 액수만 1522억원에 이른다"며 혐의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또한 재판부는 "약국 무자격 개설 사건의 경우 엄청난 자금력을 가진 기업가인 망인이 피고인 원씨를 통해 약국을 개설하고 오랫동안 영위한 것"이라며 "이런 행위에 엄정히 대처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규정한 규제가 실효성이 없게 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은 1심 확정 시 정석기업 원모씨와 약국을 관리한 류모씨, 이모씨와 함께 고 조양호 회장의 상속인에게도 부당이득금 1052억원을 징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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