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빌려준 의료인 요양급여비용 전액 환수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고 판시
건보공단, '전액 징수가 원칙' 입장 고수…특사경 20대 국회 좌초 이후 연이은 악재

대법원 전경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지난 10년간 소위 사무장병원으로 대표되는 불법의료기관 대응 업무를 맡아 온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비상이 걸렸다.

20대 국회 막판까지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을 통해 사무장병원 적극 대응의 의지를 불태웠지만 결국 법안이 폐기됐고, 최근에는 대법원에서 요양급여비용 환수와 관련해 건보공단에 다소 불리한 내용도 포함된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개설한 사무장병원에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 A씨 사건에 대해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하는 것은 재량권의 일탈과 남용이라고 판시했다.

건강보험법 제42조(요양기관)에 따르면 의료법에 따라 적합하게 개설된 요양기관만이 동 법 제47조(요양급여비용의 청구와 지급 등)에 의거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이어 제52조에서는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자나 요양기관은 급여비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건보공단이 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건보공단의 환수를 적법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기도 하나 기존에 내리던 전액 환수 처분에는 제동을 건 것과 다름없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 개설과정에서 비의료인과 의료인의 공모 없이는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고, 비의료인과 의료인은 공동정법으로서 불법성을 달리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건강보험법이 연대해 부당이득금을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건보공단은 해당 사건에서 A씨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 대법원이 이같이 판시한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같은 사건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다른 의료인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건보공단의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실과 대비된다는 의미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A씨는 검사가 수사 당시에 불법 운영기간이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고 기소하지 않고 공모사실도 적시하지 않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는데 이를 대법원이 달리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의 경우 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기관에 해당하지 않아 요양급여를 할 수 없고, 요양급여비용 청구권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사무장병원이 공단에 청구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은 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 징수처분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환수처분은 민사상 부당이득반환과 성질을 달리하는 것 즉, 건강보험법에 의해 요양급여비용으로 지급될 수 없는 비용임에도 지급된 경우를 원상회복 시키고자 하는 처분이기 때문에 전액을 징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이번 판결이 사건의 특수성, 개연성에 따른 법원의 판결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향후 건보공단의 환수금액 산정 시 비례의 원칙, 재량권 일탈·남용 등의 법리적 검토를 통해 업무적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입법취지를 고려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환수 규정 개정작업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