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 내과는 채웠으나 외과는 176명 정원에 128명만 지원
내·외과학회, "수련기간 단축이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 아님 알아야" 한목소리

사진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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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2020년도 전공의 모집 결과에서 내과는 경쟁률 1.06을 기록했지만 외과는 지난해에 이어 또 미달된 상황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내과의 경우 전공의 수련기간 3년 단축의 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외과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내과학회와 대한외과학회 관계자들 모두 수련기간 단축이 전공의 지원율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3년이냐 4년이냐가 내·외과 전공의 지원율 결과의 전부를 말해 줄 수 없다며 경계했다.

내과와 외과 모두 수련기간 단축이 수련프로그램의 효율화와 합리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였을 뿐 전공의 지원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전국 수련병원들이 2020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을 최근 마친 가운데 내과는 총 정원 493명 중 524명이 지원하고 외과는 176명 중 128명이 지원, 상반된 성적표를 받았다. 

이를 두고 내과는 전공의 수련기간 3년 단축의 효과를 보기 시작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얘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가천대길병원 엄중식 교수(감염내과)는 이 같은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3년제 전환의 근본적인 목적이 단순히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거나 전공의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전했다.

엄 교수는 "내과학회는 수련기간을 3년으로 줄여달라고 2003년부터 보건복지부에 요청했고 학회의 뜻과 무관하게 내과 전공의 지원율이 감소한 시기가 생겨 복지부가 최종적으로 받아들였다"며 "3년제 전환이 지원율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일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내과학회가 그동안 수련의 질을 높이기 위해 수련병원을 압박한 것, 수련프로그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한 것, 내과 전공의 근무 여건 변화를 위해 노력한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옳다"고 부연했다. 

즉, 내과 수련 과정이 혹독하게 일만하다가 끝나는 것이 아닌 배우는 과정이 더 크다는 이미지를 전공의들에게 심어준 것과 동시에 개원가가 매력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직군으로 거듭난 게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내과학회 관계자는 "요즘 의과대학 졸업생들은 똑똑하다. 수련기간이 3년으로 줄었다고 해서 해당 과목을 선택할 만큼 단순하지 않다"며 "3년이냐 4년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련과정이 재미있고 흥미롭게 변화되는 것을 더 중요시 한다"고 언급했다.
 

외과학회, 지원율 아쉽지만 수련기간 단축 효과에 기댈 일 아냐

내과와는 대비되는 모습으로 2020년도 전공의 모집을 끝낸 외과는 우선적으로 지원율이 다소 주춤한 것에는 아쉬움을 내비췄다.

하지만 지원율은 항상 매해마다 조금씩 변동돼 왔고, 수련기간 단축 효과도 단기간 안에 바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사진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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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학회 윤동섭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은 "외과는 지방에서 오히려 지원율이 올라가는 경우, 특정 수련병원에서 특정 시기에 올라가는 경우, 지원율이 높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 등 다양하다"며 "3년제 효과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고 추가적인 후속 시스템을 잘 갖춰 홍보해야 한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동섭 이사장이 강조한 추가적인 후속 시스템 중 하나가 분과전문의 제도에 대한 보완이다.

윤 이사장은 "현재 외과 분과전문의 제도를 손보고 있고 최근 외과 지원자들의 성향이 외과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외과를 배우고 싶어서 지원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며 "해가 갈수록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진료보조인력(PA)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정립되고 법적인 문제에서 오는 불안감이 해소되면 외과 전공의 지원율에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윤 이사장의 의견이다.

외과학회 이강영 총무이사(강남세브란스병원) 또한 수련기간 3년 단축 제도로 인해 현장에서의 진료 다양성 확대 등 직접 피부로 느껴지는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추상적인 내용만으로 전공의 지원율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즉, 내과든 외과든 3년으로 기간을 줄인 것은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서나 전공의들에게 매력적인 과로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며 이와는 완전 별개의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

이강영 이사는 "지원율을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외과 지원율이 떨어진 것은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다"며 "내과도 3년제 전환이라는 이벤트 하나로 전공의 지원율이 안정됐다고 분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3년제 전환 전후 1~2년만의 데이터로 평면적인 분석을 하기 보다는 수련을 마친 전공의들이 의료 시장에 나와 어떤 역량을 갖추고 진료를 할 수 있느냐에 중점을 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이사는 "변화된 현장에서 요구하는 외과 전문의 역량에 맞추기 위한 조치로 3년제가 된 것이지 전공의 수급을 위해 한 일이 아니다"며 "3년 동안 외과 전문의로서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해볼 만한 과라는 인식이 생기면 궁극적으로 지원자를 확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결국은 전공의들이 필요한 부분과 환자들이 원하는 의료서비스가 무엇이냐를 찾아가는 리셋(Reset)의 과정에 놓여있다고 본다"며 "역할의 재정립, 인력구조의 재정립으로 꼬인 실타래를 하나씩 풀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3년제 전환을 바라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외과학회 관계자는 "젊은 의사들은 힘들게 수련을 한 후에 받을 수 있는 보상 즉, 전망을 우선적으로 보는데 이는 수가와 떼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외과학회 3년제는 수련환경 변화 체계에서 오랫동안 기획했던 일이지 단순히 '지원해라'는 시그널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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