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 "다른 항당뇨병제 비교 결과, 중증 요로감염 위험 차이 없어"
2015년 FDA, SGLT-2 억제제 제품 라벨에 '중증 요로감염' 경고문 추가
서울성모병원 이승환 교수 "중증 요로감염 위험 크지 않아…생식기 감염은 주의해야"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요로감염 위험이 있는 항당뇨병제 SGLT-2 억제제가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Annals of Internal Medicine 7월 30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미국 인구기반 코호트 연구 결과, SGLT-2 억제제를 복용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중증 요로감염 발생 위험은 다른 항당뇨병제와 비교해 차이가 없었다. 

SGLT-2 억제제는 당뇨병 환자의 혈당 관리는 물론 심혈관계 혜택도 보유한 치료제이지만, 동시에 요로감염, 생식기감염 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던 상황.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15년 SGLT-2 억제제 제품 라벨에 '케톤산증'과 '중증 요로감염'에 대한 경고문을 추가하도록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이 같은 안전성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조사되면서, 임상에서는 SGLT-2 억제제 처방을 결정할 때 요로감염보다는 다른 위험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증 요로감염 발생률, DPP-4 억제제·GLP-1 수용체 작용제와 유사

연구를 주도한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Chintan V. Dave, PharmD 교수는 "SGLT-2 억제제의 생식기 감염 위험에 대해서는 연구마다 그 위험이 높다고 일관되게 보고된다. 그러나 요로감염과의 연관성은 확실하지 않다"며 "SGLT-2 억제제 치료로 인한 요로감염의 중증도는 대부분 경도~중등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SGLT-2 억제제의 중증 요로감염 발생 위험을 다른 항당뇨병제와 비교하고자 진행됐다. FDA가 SGLT-2 억제제의 제품 라벨에 중증 요로감염에 대한 경고문을 추가하도록 한 것이 타당한지를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연구팀은 미국 헬스케어 청구데이터베이스인 '마켓스캔(MarketScan'과 '옵텀(Optum)'에서 2013년 3월~2015년 9월에 항당뇨병제 치료를 받은 18세 이상의 제2형 당뇨병 환자 데이터를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들을 SGLT-2 억제제 치료군 또는 DPP-4 억제제 치료군, GLP-1 수용체 작용제 치료군으로 분류해 1:1 성향점수매칭을 진행했다.

1차 종료점은 중증 요로감염으로 정의해, 일차성 요로감염으로 인한 입원, 패혈증과 요로감염 동반 또는 신우신염 등을 확인했다. 2차 종료점으로 요로감염으로 항생제 치료를 받는 외래환자가 있는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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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SGLT-2 억제제 치료군과 DPP-4 억제제 치료군의 1차 종료점 발생률을 평가한 결과, 1000인년(person-years)당 각각 1.76건과 1.77건으로 조사됐다.

총 12만 3752명 환자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로, SGLT-2 억제제 치료군의 중증 요로감염 발생 위험은 DPP-4 억제제 치료군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HR 0.98; 95% CI 0.68~1.41).

이는 GLP-1 수용체 작용제 치료군과 비교한 결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총 11만 1978명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증 요로감염 발생률은 1000인년당 SGLT-2 억제제 치료군 2.15건, GLP-1 수용체 작용제 치료군 2.96건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중증 요로감염 발생 위험은 SGLT-2 억제제 치료군에서 28% 의미 있게 낮았다(HR 0.72; 95% CI 0.53~0.99). 

이와 함께 요로감염으로 항생제 치료를 받는 외래환자도 SGLT-2 억제제 치료군이 다른 항당뇨병제 치료군과 비교해 많지 않았다(DPP-4 억제제: HR 0.96; 95% CI 0.89~1.04, GLP-1 수용체 작용제: HR 0.91; 95% CI 0.84~0.99).

PharmD 교수는 "SGLT-2 억제제를 복용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중증 또는 비중증 요로감염 발생 위험은 다른 항당뇨병제 치료를 받은 환자와 유사했다"며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에서는 SGLT-2 억제제 처방을 결정할 때 요로감염 위험보다는 다른 위험요인을 더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맥길대학 Kristian B. Filion 교수는 논평을 통해 "수신증, 방광요관역류, 척수손상 등과 같은 요로감염 고위험 환자는 연구에서 제외됐다는 한계점이 있다"면서도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남아있지만, 리얼월드를 통해 SGLT-2 억제제의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진은 SGLT-2 억제제가 중증 요로감염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처방할 수 있고, 환자는 SGLT-2 억제제의 치료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연구에서 '중증' 요로감염 위험 높지 않다고 보고"

이번 결과에 대해 국내 전문가는 연구 종료점을 '중증' 요로감염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예상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여러 연구에서 SGLT-2 억제제 치료 시 생식기 감염 등 발생 위험이 높다고 보고되지만, 중증 요로감염에 대해서는 다른 항당뇨병제와 비교해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성모병원 이승환 교수(내분비내과)는 "기존 연구 결과를 보면, 생식기 감염 위험은 SGLT-2 억제제 치료군이 5~10배 정도 높다고 보고된다. 그러나 신우신염 등의 중증 요로감염 위험은 다른 항당뇨병제와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연구 종료점을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중증 요로감염 발생 위험을 평가했기에 예상했던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SGLT-2 억제제 치료 후 환자가 생식기 감염 등으로 불편함을 느낀다면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동안 진료한 환자 중 SGLT-2 억제제 복용 후 생식기 감염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환자들은 있었지만, 중증 요로감염을 호소한 경우는 없었다"면서 "생식기 감염 등으로 불편함을 느낄 경우 SGLT-2 억제제를 중단하면 대부분 없어진다. 증상이 심각하지 않으면 다시 SGLT-2 억제제 치료를 시작하지만, 재발하면 약물을 중단하고 다른 항당뇨병제로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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