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8일 그리스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심부전 환자 대상 SGLT-2 억제제 연구 결과 공개
심부전 치료제로서 가능성 확인…환자군 적은 점은 한계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 SGLT-2 억제제가 2019년 유럽심부전학회 연례학술대회(Heart Failure 2019)에서 차세대 심부전 치료제로서의 저력을 보여줬다.

25~28일 그리스에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는 SGLT-2 억제제가 심부전 치료제로 도약할 수 있는지를 검증한 연구들이 젊은 연구자상 세션(Young Investigator Award)과 포스터세션에 등장했다. 

현재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SGLT-2 억제제 대규모 임상연구가 진행되는 만큼 향후 결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결과를 종합하면, EMPA-REG OUTCOME, CANVAS 등 연구에서 확인된 심부전 치료제로서 SGLT-2 억제제의 가능성이 이번에도 재입증됐다.  

다만 연구에 포함된 환자군이 많지 않고 일부 예후 평가지표는 의미 있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한계점도 존재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황인창 교수, 심실 기능 향상 확인

분당서울대병원 황인창 교수(순환기내과)팀은 SGLT-2 억제제의 혈역학적 작용으로 인해 당뇨병 환자의 심실 기능이 향상된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Abstract: 641). 이는 심부전 동반 여부에 관계없이 SGLT-2 억제제로 치료받은 당뇨병 환자에서 드러난 결과다. 

연구팀은 SGLT-2 억제제가 심장 기능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고자 심초음파 검사를 통해 SGLT-2 억제제를 복용한 당뇨병 환자의 심장 기능 변화를 평가했다.

2014~2018년 심초음파 검사를 반복적으로 받은 당뇨병 환자 1107명 중 SGLT-2 억제제 치료 시작 1~2년 전 심초음파 검사를 받았고 SGLT-2 억제제를 복용한 202명과 치료받지 않은 227명이 분석에 포함됐다. 

이들은 심부전 동반 또는 SGLT-2 억제제 치료 여부에 따라 △심부전 비동반 + SGLT-2 억제제 비치료군(76명) △심부전 비동반 + SGLT-2 억제제 치료군(78명) △심부전 동반 + SGLT-2 억제제 비치료군(72명) △심부전 동반 + SGLT-2 억제제 치료군(74명) 등으로 분류됐다.

그 결과 심부전 동반 여부에 관계없이 SGLT-2 억제제 치료군의 좌심실확장말기경(LVEDD)이 감소했고(심부전 비동반: P=0.036; 심부전 동반: P<0.001) 좌심실박출률(LVEF)이 증가했다(심부전 비동반: P<0.001; 심부전 동반: P<0.001). 좌심실 질량지수(LVMI)도 SGLT-2 억제제 치료를 받은 심부전 동반 당뇨병 환자에서 의미 있게 감소했다(P=0.04).

황 교수는 "심부전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SGLT-2 억제제 치료를 받은 당뇨병 환자의 LVEDD가 감소하고 LVEF가 개선됐다"며 "SGLT-2 억제제의 혈역학적 작용이 당뇨병 환자의 심부전 이환율 및 사망률 감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엠파글리플로진, NT-proBNP'만' 개선 입증

박출률 보전 심부전(HFpEF) 동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겨냥해 SGLT-2 억제제 엠파글리플로진의 가능성을 저울질한 연구도 눈길을 끈다(Abstract: P1651).

현재 HFpEF 환자를 위한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엠파글리플로진이 HFpEF 치료제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상황. 학계에서는 HFpEF 환자를 대상으로 엠파글리플로진 대규모 임상 3상 EMPEROR-Preserved가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엠파글리플로진이 HFpEF 환자의 심부전 예후 예측 바이오마커를 개선할 수 있는지 평가한 결과지가 포스터 세션에서 공개됐다. 

불가리아 바르나의대 Branimir Kanazirev 교수팀 연구 결과, 엠파글리플로진을 복용한 HFpEF 환자에서 심부전 예후 예측 바이오마커인 NT-proBNP가 개선됐다. 

그러나 다른 예후 평가지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연구에서는 HFpEF 동반 제2형 당뇨병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엠파글리플로진을 단기간 복용했을 때 NT-proBNP, 심초음파 평가지표 등 변화를 분석했다. 전체 환자는 표준치료와 함께 30일 동안 매일 엠파글리플로진 10mg을 복용했다.

NT-proBNP 수치는 치료 전 평균 1104pg/mL에서 30일 치료 후 565pg/mL로 절반가량 유의미하게 감소했다(P=0.0039).

다만 환자의 예후 확인을 위해 평가한 6분 보행 검사(6-minute test), 좌심방면적(left atrial area), LVEF, 수축기혈압(SBP)이 개선되고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통계적인 유의성이 없었다(P>0.05).

SGLT-2 억제제 치료군 사망률·입원율↓…치료군 적다는 한계점 있어

심부전 동반 당뇨병 환자가 SGLT-2 억제제로 예후 개선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를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검증한 결과도 공개됐다(Abstract: P544).

최종 결과에 따르면, 심부전으로 입원한 당뇨병 환자는 SGLT-2 억제제 복용 후 사망률 및 심부전으로 인한 재입원율이 낮아졌다. 그러나 입원 환자 중 SGLT-2 억제제 치료를 받은 환자 수가 적어 해석에 주의가 필요했다.

스페인 Hospital University La Paz의 JL Lopez-Sendon 교수팀은 2016~2018년 HFrEF로 병원에 입원한 당뇨병 환자 135명을 추적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퇴원 당시 67.7%(88명)가 메트포르민을 복용 중이었고, 42.3%(55명)가 인슐린 치료를 받았다. SGLT-2 억제제를 복용한 환자(SGLT-2 억제제 치료군)는 19.3%(26명)에 불과했다.

등록 당시 환자군의 특징을 살펴보면 SGLT-2 억제제 치료군의 평균 나이는 65.3세로 메트포르민 또는 인슐린, 그 외 항당뇨병제 치료를 받은 환자군(SGLT-2 억제제 비치료군, 73.3세)보다 어렸다(P=0.001).

아울러 SGLT-2 억제제 치료군은 비치료군보다 합병증 동반 환자가 적었고, eGFR은 각각 71.9mL/min/1.73㎡와 59.7mL/min/1.73㎡로 SGLT-2 억제제 치료군의 신장 기능이 더 좋았다. 

12개월(중앙값) 추적관찰 결과, SGLT-2 억제제 치료군의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이 비치료군보다 더 낮았다(P=0.05). 생존율 그래프에서는 추적관찰 기간이 길어질수록 두 군간 생존율 차이가 벌어지면서 SGLT-2 억제제 치료에 따른 생존 혜택을 확인할 수 있었다.

Sendon 교수는 "SGLT-2 억제제가 심부전 환자에게 혜택이 크다는 사실이 주요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임상에서 많이 처방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하며 "본 연구에서 심부전 동반 당뇨병 환자는 SGLT-2 억제제를 통해 사망률 및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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