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 따라 항당뇨병제보다 수술 혜택 큰지 판단해야
비만대사수술, 안전하다는 입지 다지는 중

▲ 중앙대병원 김종원 교수가 비만대사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김종원 교수가 비만대사수술을 집도하고 있다(중앙대병원 제공).

비만한 제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는 비만대사수술로 체중 감량과 혈당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즉 비만과 당뇨병이라는 두 가지 질환을 한 번에 잡을 수 있어 비만한 당뇨병 환자에게 매력적인 치료다. 

게다가 올해 1월부터 비만대사수술이 급여화되면서 비용에 대한 부담도 덜어 수술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맞춰 비만대사센터를 개소하는 병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동안 임상에서는 주로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항당뇨병제 치료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비만대사수술로 체중과 혈당을 모두 조절하고 항당뇨병제도 중단할 수 있어,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는 약물과 수술 중 어떤 치료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생긴다. 

비만한 당뇨병 환자 치료옵션으로서 비만대사수술이 갖는 의미와 함께 임상에서 치료 결정 시 고려해야 할 점 등을 짚어봤다. 

[창간 18주년 ①] 비만한 당뇨병 환자 치료 수술인가 약물인가

[창간 18주년 ②] 비만대사수술, 가이드라인·급여 등재 속속

[창간 18주년 ③] 비만대사수술, 혈당강하제보다 '먼저'인가?

[창간 18주년 ④] 비만대사수술 혜택 얻을 수 있는 환자 선별해라

비만한 당뇨 환자, 비만대사수술이 '먼저'인가?

그렇다면 선별급여를 포함해 비만대사수술 보험 급여 기준에 해당하는, BMI 27.5kg/㎡ 이상인 당뇨병 환자는 항당뇨병제와 비만대사수술 중 어떤 치료를 선택해야 더 큰 혜택을 얻을 수 있을까?

두 치료전략을 비교한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비만한 당뇨병 환자가 항당뇨병제 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혈당 개선효과 또는 관해율이 높다고 정리된다. 

BMI 35kg/㎡ 이상인 초고도비만 뿐만 아니라 그 미만인 비만한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만대사수술과 항당뇨병제의 혈당 조절 효과를 평가한 11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군의 관해율이 더 우월했다(Diabetes Care 2016;39(6):924~933).

STAMPEDE 연구 5년 추적관찰한 결과에서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군은 수술 후 복용 또는 투약하는 항당뇨병제 수가 줄거나 치료를 중단해도 정상 혈당으로 유지됐다(N Engl J Med 2017;376(7):641~651). 

수술 전과 비교해 5년째 혈당강하제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는 루와이 위우회술을 받은 군이 0%에서 45%로, 위소매 절제술을 받은 군이 2%에서 25%로 모두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모두 P<0.05). 

그렇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비만한 당뇨병 환자 치료 시 비만대사수술을 반드시 먼저 진행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분당서울대병원 박영석 교수(외과)는 "BMI 30kg/㎡ 이상이고 항당뇨병제로 혈당이 조절되면 비만대사수술을 반드시 받을 필요는 없다. 생활습관 교정과 항당뇨병제로 혈당이 조절되면 수술받지 않아도 환자가 얻는 혜택이 충분할 수 있다"면서 "체중 감량에 실패하고 혈당이 개선되지 않아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비만대사수술을 하나의 치료옵션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성모병원 이승환 교수(내분비내과)는 "기존 항당뇨병제 치료로 혈당이 조절될 경우 당뇨병 치료를 위해 비만대사수술을 받을지는 고민해야 한다"며 "체중 감량 효과와 혈당 개선 효과 두 가지를 잘 고려해 최종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만대사수술이 항당뇨병제보다 혜택 클까

비만과 당뇨병을 모두 개선하고 심혈관 안전성도 입증한, 일석삼조 효과를 가진 새로운 항당뇨병제와 비교해 비만대사수술의 혜택이 큰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현재 비만치료제이면서 당뇨병 진행을 예방하고 정상 혈당으로 조절할 수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가 시장에 도입됐다. 체중 조절 효과가 우수하다고 알려지면서 공급 부족 사태를 겪는 등 그야말로 핫한 치료제다. 

삭센다는 항당뇨병제로 개발됐으나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돼 2014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GLP-1 수용체 작용제 중 처음으로 비만 보조치료제로 허가받았다. 항당뇨병제로 처방되던 리라글루타이드 1.8mg보다 3.0mg의 체중 조절 효과가 더 커, 비만치료제로는 3.0mg이 승인됐다. 

국내에서는 2017년 적응증을 획득해 BMI 30kg/㎡ 이상의 성인 또는 27kg/㎡ 이상이고 고혈압, 당뇨병, 당뇨병 전단계, 이상지질혈증 등 동반질환을 가진 성인이라면 투약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비만대사수술이 이 같은 치료제보다 혜택이 큰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약물로 얻을 수 있는 치료 혜택은 한계가 있다는 데 중지를 모은다. 

박 교수는 "지난해 국제학술대회에서 삭센다가 비만대사수술을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당시 강연을 맡은 미국 내분비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개발된 항당뇨병제의 효과를 합쳐도 비만대사수술의 혜택을 능가할 수 없다고 답했다"며 "또 비만대사수술보다 혜택이 큰 신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이 부분에 동감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최근 비만한 당뇨병 환자를 위한 새로운 항당뇨병제가 시장에 도입됐지만, 혈당 개선 또는 체중 감량 등 효과 측면에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항당뇨병제로 도달할 수 있는 치료 범위에 환자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치가 있다면, 약물치료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항당뇨병제로 목표 혈당 또는 체중에 도달하기 어렵다면 비만대사수술을 받거나 두 가지 치료를 병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근에는 비만대사수술과 리라글루타이드(1.8mg) 치료를 병행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지난 6월에는 리라글루타이드가 비만대사수술만으로 혈당 개선 효과를 얻기엔 충분하지 않았던 환자에게 유용한지 평가한 GRAVITAS 결과가 발표됐다(The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 6월 4일자 온라인판).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군 연구로 진행됐고, 비만대사수술 후 최소 1년간 당뇨병이 지속되거나 재발한 환자가 포함됐다. 최종 결과, 등록 당시와 비교한 26주째 당화혈색소 변화는 리라글루타이드 치료군이 위약군보다 1.22% 의미 있게 개선됐다(95% CI -19.7~-7.0; P=0.0001).

이 연구를 통해 리라글루타이드는 향후 비만대사수술로 당뇨병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의 보조요법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졌다.  

비만대사수술, CABG보다 합병증 발생률 낮아 

비만대사수술의 효과가 확인됐을지라도 침습적 치료라는 점에서 합병증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지난해 2월 JACC에 리뷰 논문에 따르면, 비만대사수술 후 보고된 일반적인 합병증은 △심폐 합병증(0.3~1.3%) △출혈(1.0~4.0%) △패혈증(0.1~5.6%) 등이었고, 비율이 높지 않았지만 사망률은 0.1~0.3%로 조사됐다(J Am Coll Cardiol 2018;71(6):670~687). 합병증의 잠재적 위험인자는 남성, 흡연, 고령, 높은 BMI, 동반질환 증가, 길어진 수술 시간 등이 꼽혔다.  

그러나 술기의 발전으로 수술 후 합병증 위험 문제는 개선되는 추세다. 이 논문을 작성한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Deepak L. Bhatt 교수는 "지난 20년간 비만대사수술 경험과 교육, 복강경 검사의 발전, 수술 전·후 관리 개선 등으로 수술 후 합병증 위험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비만대사수술의 합병증 발생률은 다른 외과적 수술보다 낮다고 보고돼 안전한 수술이라는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미국외과학회가 외과적 수술을 받은 당뇨병 환자 6만 5000여 명의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을 파악한 결과, 비만대사수술인 복강경 루와이 위우회술을 받은 당뇨병 환자는 3.4%였다. 이는 관상동맥우회술(CABG) 46.6%, 복강경 대장절제술 12%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Diabetes Obes Metab 2015;17:198201).  

다만 비만대사수술의 안전성이 확인됐을지라도 수술자의 숙련도와 병원에서 진행한 비만대사수술 시행 건수 등에 따라 수술 후 합병증 위험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비만대사수술 후 간과할 수 없는 또 다른 문제가 영양결핍에 따른 합병증이다. 비만한 당뇨병 환자는 수술로 혈당이 조절돼도 수술로 인해 수술 부위의 해부학적 구조가 바뀌고 식이섭취가 제한되면서 영양결핍을 겪게 된다. 이로 인해 환자는 빈혈, 골다공증, 골절 등 발생 가능성이 높아 장기적으로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이에 전문가들은 비만대사수술 후 단기 합병증이 없을지라도 장기적으로 영양결핍이 나타날 수 있어 최소한의 영양소를 보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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