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보안인력·시설 수가 반영은 제로섬 게임 불과…재정적 순증 있어야
의료현장의 특수성과 공공성 감안한 정부와 국회 차원의 대책 필요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 골자 의료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의료계는 반의사불벌죄 배제 및 의료인 보호권 없이는 폭력 예방의 실효성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 보안인력 및 시설에 대한 수가반영은 반드시 재정적 순증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 골자 의료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의료계는 반의사불벌죄 배제 및 의료인 보호권 없이는 폭력 예방의 실효성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 보안인력 및 시설에 대한 수가반영은 반드시 재정적 순증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의료인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을 골자로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반의사불벌죄 배제 및 의료기관안전기금 신설이 좌절돼 의료계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반의사불벌죄 배제 및 의료기관안전기금 신설, 의료인 보호권이 담보되지 않는 폭행 예방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의료계는 정부와 국회가 의료현장의 특수성과 공공성을 감안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의료인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데는 공감했지만, 단순히 형법보다 높은 수준에서 조정됐다.

이런 과정에서 의료계가 강력하게 요구했던 반의사불벌죄 배제 및 의료기관안전기금 신설은 좌절됐다.

반의사불벌죄의 경우, 현행 형법에서도 중상해 및 사망에 이를 정도의 폭행이 이뤄지면 반의사불벌죄가 배제되고 있다. 사소한 폭행까지 반의사불벌죄가 배제될 경우 당사자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가해자에 대한 과도한 처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반의사불벌죄 배제는 폭력행위에 대한 예방적,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소한 폭행이 발생했을 때, 경찰들은 가해자와 피해자인 의료인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선 의료현장의 의료인들은 폭력을 가한 가해자는 반복해서 폭력을 휘두른다고 토로하고 있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환자 또는 보호자들로 같은 의료기관을 또 내원하기 때문에 합의를 해주지 않을 경우 좋지 않은 관계가 된다. 

지역 평판까지 나빠질 수 있어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합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A 원장은 "진료실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는 의원을 지속적으로 내원하는 사람 중에 있다. 같은 가해자와 합의를 3번씩이나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들은 그런 폭력행위를 경험하게 되면 불안해 한다. 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느낌까지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폭력행위가 공공의 문제인지, 개인 간 문제인지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한 폭력행위는 공공의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응급실 만큼 위급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진료실 내에서 폭력행위가 발생하게 되면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고, 폭행을 당한 의료인은 진료업무를 볼 수 없어 공공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즉,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의료기관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공공적 성격이 강한 장소라는 것이다.

서울 B 대학병원장은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의 인식은 의료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못한 것 같다"며 "일반적인 폭력행위와 의료기관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행위는 다르게 봐야 한다. 일반적인 사소한 폭력은 개인간의 문제로 볼 수 있지만, 의료기관 내 의료인에 대한 폭력은 사소한 것이라도 피해는 의료인 뿐만 아니라 제3의 환자들에게까지 미친다"고 반의사불벌죄 배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료계는 반의사불벌죄 배제 못지 않게 보안인력 및 시설에 대한 수가 반영에 대해서도 달갑지 않은 입장이다.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정책위원장은 보안인력 및 시설을 갖추기 위한 재정지원 없이 수가로만 반영한다는 것은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신뢰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안인력 및 시설에 대한 수가가 반영될 경우, 다른 부분의 수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수가는 변동적이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투입한 비용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제로섬 게임이될 확율이 높다는 것.

이 회장은 "정부가 보안인력 및 시설에 대한 수가를 적용하기로 했다면 재정적 순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재정 순증없이는 아랫돌을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의료계는 반의사불벌죄 배제, 보안인력 및 시설 수가 반영을 위한 재정적 순증의 필요성과 함께 의료인 보호권이 담보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의료인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이 명시된 것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면서도, 의료기관안전기금 및 의료인 보호권이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정부가 의료기관 안전을 위한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며, 의료계는 안전수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안전한 의료기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변동성 많은 수가보다 안전기금이 필요하다"면서도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안전기금 신설을 위한 신중한 검토와 국민적 설득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의 안전인력과 시설을 준비하기 위해 정부가 수가를 반영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정부가 인력과 시설 준비에 필요한 수가를 낮게 책정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일명 진료거부권으로 알려진 의료인 보호권은 의사들이 무작정 진료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악성 환자에 대한 최소한의 의사들의 방어권이라는 것이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환자들 중에는 술에 취해 자신들이 시키는 대로 진료하지 않으면 난동을 피우는 경우가 있다"며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입원을 요구하거나, 폭력 등을 행사하거나, 마약성 진통제를 요구하는 등 상식적이지 않은 환자들에 대한 진료 거부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정부가 유권해석을 통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사안을 명시해 놨지만 유권해석은 가변적이며, 명확하지 않아 분쟁의 소지가 있다"며 "법률에 의료인 보호권이 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번 의료법 개정은 불완전한 개정이라며, 의협은 반의사불벌죄 배제 및 의료기관 안전기금 신설과 의료인보호권이 법률에 규정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국회와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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