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재활의학회 이상헌 이사장 "재활의료전달체계 정비돼야 커뮤니티케어 성공 가능"

▲ 대한재활의학회 이상헌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우리나라가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활의학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고령 인구가 많아질수록 뇌신경계질환, 만성질환 등으로 신체장애를 겪는 고령 환자가 늘고 적절한 시기에 재활치료를 진행해야 장애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고령 환자는 재활의료기관에서 재활치료를 받아 사회로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재활의료전달체계와 지역사회포괄케어 연계가 잘 이뤄지지 않아 환자들이 충분하지 못한 재활을 오랫동안 받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를 향한 고속도로를 달리는 가운데 지난달 새롭게 출범한 대한재활의학회 임원진들은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고 재활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다. 

학회 신임 이상헌 이사장(고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을 만나 학회가 당면한 과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들었다. 

- 재활의료전달체계 강화를 위해 학회에서 TFT를 구성하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진행 상황은?

학회는 재활의료전달체계 구축에 필요한 제도적 지원 등 여러 안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의 지역사회포괄케어는 '노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지원이 필요한 '중증 장애인' 등에 대한 지역사회포괄케어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포괄케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몇 가지의 정책용역 과제를 진행 또는 준비 중이다. 지역사회포괄케어에서 재활의료기관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후천적인 장애 발생 후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기보단 통원 재활치료를 확대하거나 재활의료기관 의사처방에 따라 재활의료기관 소속 치료사가 방문 재활치료를 진행하는 등 방안으로 의료비를 절감하면서 환자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정부가 핵심 복지정책으로 추진 중인 '커뮤니티케어'의 성공을 위해 학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학회는 재활의료전달체계에서 상급의료기관 급성기 단계부터 모든 환자에게 재활의학적 평가를 내리고 환자를 분류하는, 소위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고자 한다. 최고의 커뮤니티케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부터 재활의료 서비스를 받고 사회와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재활의료전달체계와 복지 정책을 복합하는 정책 구축이 핵심이다. 

즉 커뮤니티케어의 성공을 위해서는 재활의료전달체계가 잘 정비돼야 한다. 급성기 의료에서 커뮤니티케어로 가는 방향이 주로 이야기되고 있지만, 그 허리 역할을 하는 재활의료전달체계가 잘 정비돼야 급성기 의료에서 재활의료전달체계 그리고 커뮤니티케어까지 이어져 커뮤니티케어가 성공할 수 있다. 학회는 건강한 재활의료전달체계 구축 및 커뮤니티케어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하겠다. 

▲ 대한재활의학회 이상헌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지난해 10월 시작한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에서 확인된 문제점과 해결 방안은?

기존 보험급여와 심사평가 체계에서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많은 문제점이 도출됐다. 먼저 시범기관 진입에 있어 인력구성 요구 조건이 너무 높게 책정돼 있었다. 또 환자들의 사회 복귀를 위한 병원 지원이 부족했다. 턱없이 낮은 재활치료 수가 체계 때문에 시범사업 기관이 환자 치료와 더불어 사회 복귀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재활의료기관이 환자들의 지역사회 복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보험수가 책정 및 새로운 수가를 개발하고 지원해야 한다. 또 재활의료기관에서 퇴원한 환자의 사회 정착을 도울 수 있는 낮병원 및 유지기 재활의료기관과 재활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퇴원환자가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케어 구축도 필요하다. 

- 시범사업을 토대로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지?

보건복지부에서 내년 7월 또는 9월부터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본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먼저 가능한 많은 병원이 본사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각 시도군별로 필요한 재활의료기관 수요를 파악하고 합리적인 인력 및 시설 기준을 정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과 병원 단위에서 급성기 치료부터 회복기-유지기-커뮤니티케어로의 전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급성기 재활의료서비스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환자의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또 현재 시범사업에서 수행하고 있는 대상 질환을 확대해야 한다. 고령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노인성 질환자뿐 아니라 말초신경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많은 환자에게 전문 재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요양병원이 재활의료기관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해 건강한 재활의료전달체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제도적 및 경영적 지원이 필요하다. 

- 물리치료사들이 '물리치료사 단독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학회 입장은?

물리치료는 안마나 PT(퍼스널 트레이닝)가 아니라 의료행위인 '치료'이다. 의료행위 중 하나인 물리치료는 의사의 지도, 감독하에 시행해야 국민들이 최상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료법과 의료기사법 체계 아래 우리나라 보건의료인력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물리치료사가 의사의 처방이나 지도 없이 의료행위를 할 경우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나타난다면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고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의료비용도 상승할 수 있다. 미국은 현재 물리치료사가 단독 개원하고 있으나, 이는 의사가 개입된 전문적인 의료행위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가가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전체 의료비를 낮추고자 의사가 개입되지 않는 행위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하게 의료비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리치료사의 단독 개원이 허용될 경우, 물리치료 관련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각종 임의비급여 치료 항목을 만들어 수입을 늘릴 확률이 높다.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 미래의학에서 재활의학과 의사들은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나?

미래에는 정밀의학이 의료를 견인할 것이다. 인공지능(AI) 등의 도움을 받아 환자에게 수준 높은 진료를 제공할 것이며, 재활의학과 의사의 역할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재활은 환자 전체 삶을 봐야 하는 분야이며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필요하기에 재활팀을 이끄는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AI의 명령을 받고 재활을 진행할 수 없다. 최종 결정은 재활의학과 의사가 해야 한다. 

초고령 사회가 다가오면서 재활이 필요한 사람들이 더 늘 것이고 훌륭한 재활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팀의 리더인 재활의학과 의사들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다른 진료과보다 전망이 밝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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