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형 줄이면서 간 독성 문제 해결…효과는 기존 제제와 유사

대한두통학회에 따르면 국내 편두통 환자는 약 1000만명으로 추산된다.구체적으로 여성의 15~30%, 남성의 3~13%가 편두통을 갖고 있다. 청소년은 약 5%의 발병률을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치료를 받은 국내 편두통 환자는 약 53만 명에 그쳤다.기존 약제의 부작용이나 효과 부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한 신약이 요구되는 가운데 편두통 치료제인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티드(CGRP) 계열 제제가 올해 대거 출현을 앞두고 있다[창간특집①] CGRP 계열 편두통 신약 대거 등장 예고[창간특집②] "CGRP 계열 신약 부작용 걱정 없어"기존 편두통 약제, 부작용 문제 심각기존 편두통 약제로 사용되는 뇌전증제, 항우울제, 항고혈압제 등은 여러 부작용이 보고된다.

대표적으로 항우울제인 아미트립딘은 권고 치료 용량 50~100mg 중 2.5mg만 투여할 경우 그다음 날 무기력한 증상이 있다. 항고혈압제인 베타차단제 또한 무기력한 증상을 유발하고, 당뇨병 환자에게 사용할 수 없다. 칼슘차단제는 살이 찌거나 파킨슨증상, 변비 등이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인 뇌전증제인 토피라메이트는 칼슘차단제와 달리 오히려 살이 빠지고, 손이 저리거나 인지기능이 떨어진다. 또한 발포네이트는 살이 찌고, 머리가 빠지며 손이 떨리는 증상이 발생한다.

대한두통학회 김병건 회장(을지의대 신경과)은 "기존 편두통 약제는 공통적으로 졸리고 기운이 없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 대한두통학회 김병건 회장(을지의대 신경과)은 CGRP 제제 부작용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효과는 기존 약제와 비슷…간 독성 부작용은 거의 없어"

CGRP 제제의 가장 큰 장점은 끊임없이 지적됐던 기존 편두통 약제의 부작용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시련이 없지는 않았다. 2000년대 초반, 장기 안전성을 확인한 연구에서 간 독성 부작용이 나타난 것. 때문에 CGRP 제제의 행진에 한동안 제동이 걸렸다.

그 후 최근 기술 발전으로 제형을 작게 만드는 데 성공하며 그 제동이 풀렸다. 꾸준히 언급됐던 간 독성 부작용을 해결한 것이다. 현재까지 나온 임상연구 결과는 양호하며, 승인 전망도 밝다. 국내에서도 임상연구를 시작해 앞으로 CGRP 제제가 계속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그러나 효과 면에서 CGRP 제제는 기존 약제와 비슷하다는 게 전문가의 전언이다.

김 회장은 "임상 효과는 기존 약제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다. 효과 면에서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낮은 수준"이라며 "다만 CGRP 제제의 가장 큰 장점은 임상연구에서 보여줬듯 위약 수준에 이를 정도로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CGRP 제제 간 효과도 비슷하다는 평가다. 프레마네주맙은 약 3개월, 에레누맙, 갈카네주맙은 1개월 정도 효과를 보인다.

그는 "CGRP 제제 각각의 임상 결과도 거의 비슷할뿐더러 단지 작용 시간인 긴 것일 뿐 어느 약제가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다. 환자에 따라 치료 전략을 정하기 나름"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CGRP가 우리 몸에서 자연스레 생성되는 물질이기에, 이를 차단했을 때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가령 심허혈이나 뇌졸중이 있다면 심장혈관이나 뇌혈관이 확장돼야 하는데, CGRP를 차단하면 그 과정에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현재까지의 임상연구 결과는 긍정적이다. 다만 부작용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장기 임상은 아직 결론 나지 않았다. 그나마 최근에는 에레누맙(에이모빅)의 장기 효능, 안전성, 내약성 관련 연구가 지난달 30일 미국두통학회(AHS 2018)에서 공개된 바 있다. 삽화성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한 5년 임상을 중간 분석(3년)한 결과, 부작용 발생률이 단기간 위약 대조 연구와 일치했다. 심각한 부작용은 새로 관찰되지 않았다.

김 회장은 "장기 임상연구를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크게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CGRP를 차단하고 남은 항체는 혈액에서 없어져 많이 복용하더라도 부작용 차이가 없다. 간 독성 검사도 이미 마쳐 부작용 면에서 안전하다고 봐도 된다"고 강조했다.

"CGRP 제제 약가 너무 비싸…급여화는 두고봐야"

CGRP 항체는 CGRP를 차단하는 기전으로 작동해 편두통 외에도 군발 두통 치료제로서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군발 두통은 편두통보다 환자 수는 적으나 통증 면에서 모든 두통 중 가장 심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군발 두통에 대해서는 갈카네주맙 임상연구가 완료됐고, 프레마네주맙은 임상연구 중이다. 내년에는 CGRP 항체 세 가지를 모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2020~2021년에는 진료 지침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CGRP 치료제가 급여화되기엔 약가가 비싸다는 점이 한계점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CGRP 치료제가 분명 획기적인 약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비보험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급여 문제에 허가가 발목잡히지는 않을지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편두통 치료는 조금만 늦으면 안에서 신경성 염증이 통증 기전으로 작용하게 되고, 염증이 이미 진행된 후에는 그 불을 끄기 어렵기 때문에 제때 치료해야 한다"면서 "편두통 치료제는 두통이 시작되자마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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