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 있는 남성에서 에스트라디올 농도 높아…남성호르몬 결핍 증상도 나타나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남성의 편두통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Neurology 지난달 27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편두통이 있는 남성은 없는 이들과 비교해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에스트라디올 농도가 높았다. 게다가 편두통이 있는 남성에서 남성호르몬 결핍 증상도 더 빈번하게 나타났다.

편두통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겪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편두통으로 진료를 받은 비율은 여성이 72%로 남성 28%보다 약 3배 더 많다. 

때문에 편두통 관련 연구는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그 결과들을 근거로 에스트로겐이 편두통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혀 왔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메디컬센터 Willebrordus P.J. van Oosterhout 교수팀은 여성처럼 남성에서도 성호르몬이 편두통과 연관됐는지를 확인하고자 이번 연구를 시행했다.

한 달에 평균 3회 편두통을 겪은 남성 17명(편두통군)과 편두통을 겪지 않은 남성 22명(비편두통군)이 분석에 포함됐다. 

이들은 체질량지수(BMI)가 20~28kg/㎡로 고도비만에 속하지 않았고 평균 나이는 47세였다. 성호르몬 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한 남성은 없었다. 

연구팀은 모든 남성의 에스트라디올 및 유리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하루에 3시간 간격으로 4번 측정했다. 편두통군은 편두통이 없었던 날을 기준으로 처음 혈액 채취 후 편두통이 발생하기까지 매일 3~4회 채취했다. 

나이, BMI 등을 고려해 편두통군과 비편두통군의 성호르몬 농도를 비교한 결과, 편두통군의 에스트라디올 농도는 96.8pmol/L로 69.1pmol/L인 비편두통군보다 의미 있게 높았다(P=0.001). 그러나 유리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각각 357.5pmol/L와 332.6pmol/L로 유사했다(P=0.35).

결과적으로 두 군간 유리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비슷하지만 에스트라디올 농도에서 차이가 벌어지면서, 유리 테스토스테론/에스트라디올 비율은 편두통군이 3.9, 비편두통군이 5.0로 편두통군에서 유의미하게 낮게 나타났다(P=0.03).

이와 함께 기분장애, 성장애 등의 남성호르몬 결핍 증상은 편두통군 61.1%에서 보고된 반면, 비편두통군에서는 27.3%만 증상을 겪었다(P=0.031). 아울러 편두통군이 비편두통군보다 중증 증상을 앓고 있었다(P=0.006). 

van Oosterhout 교수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서도 성호르몬 변화와 편두통이 연관됐음을 처음으로 밝혀냈다"면서 "에스트로겐이 남성의 편두통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에서 입증해 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 이번 연구를 계기로 임상에서 편두통이 있는 남성 치료에 변화가 있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예를 들어, 호르몬 치료가 편두통이 있는 여성에게 효과적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때문에 임상에서 호르몬 치료로 편두통이 있는 남성을 치료할 수 있다고 추측하기엔 시기상조다"고 조언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Northwell Health's Headache Center의 Noah Rosen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남성에서 성호르몬과 편두통 간 상관관계를 봤다는 점에서 흥미롭지만, 임상 현장에 변화를 이끌어 낼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그럼에도 편두통이 있는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가 극히 드물기에 이번 연구가 가지는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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