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설피람 복용자의 1100여명 암 사망률 34% 감소

 

알코올 사용장애(알코올중독) 치료제 디설피람(disulfiram)의 암 치료 효능이 입증되면서 항암제로도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뉴욕대 Michel Pagano 교수팀은 "알코올 사용장애 치료제인 디설피람은 시중에 나온 지 60년 가까이 되는 아주 오래된 약물이다. 임상시험에서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디설리팜의 암 치료 가능성 알아본 결과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냈다"고 밝혔다.

디설피람은 만성 알코올 중독 및 기타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처방되는 약물로, 알코올 대사 과정의 아세트알데하이드 단계에서 알코올 산화를 차단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앞서 1971년 동물 실험을 통해 디설피람의 항암 치료 가능성이 언급됐다. 이후 1993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병원 Pascal DUFOUR 교수팀이 종양을 제거한 유방암 환자 64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도 디설피람의 항암효과를 입증하면서 다시금 주목받았다.

DUFOUR 교수팀 연구결과에 따르면 디설피람을 복용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이보다 무질병 생존(Disease free survival, DFS)이 76%로 디설피람 비복용군의 DFS가 55%인 것과 비교했을 때 22% 높았다. 하지만 매우 적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 만큼 명백한 근거를 도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디설피람 복용자 암 사망률 34% 감소

뉴욕대 Michel Pagano 교수팀은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암 진단을 받은 환자 24만여 명을 추려내 디설피람의 효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디설피람을 복용한 환자 3000명 중 약물을 꾸준히 복용한 1177명에서 암 사망률이 약 34% 감소했다. 디설피람과 구리 보충제(copper supplement)를 병용했을 때 항암 효과는 더욱 극대화됐다.

연구팀은 또 다른 동물실험에서 실험용 쥐에게 디설피람과 구리보충제를 병용한 결과 유방암 세포 증식을 지연시키는 등 효과가 더욱 상승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가 디설피람을 분해할 때 주요 대사물질인 디티오캅(ditiocarb)이 구리 보충제와 복합체를 형성해 세포의 잘못된 단백질과 불필요한 단백질을 제거하는 기구를 차단하면서 암 증식도 억제시킨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디설피람은 유방암을 비롯한 전립선암, 대장암 등 다수의 암에서 비슷한 항암효과를 나타냈다. 최근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임상 시험에서 디설피람과 화학요법을 병용한 환자가 그렇지 않은 이보다 생존 기간이 유의미하게 연장시켰기 때문이다.

Pagano 교수는 "디설피람의 항암효과가 입증되도, 제약사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주 오래된 약물인 디설피람의 특허권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향후 추가 연구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결과를 바탕으로 암 전문의들이 디설피람을 환자에게 기꺼이 처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Nature 12월 6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