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항암제 대비 효과 미미 부작용 발병 위험 높지만…안전성 재평가 無

고가 항암제의 임상적 유용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고가의 항암제가 기존 약제에 견줘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은 높지만, 급여 등재 후 안전성 재평가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범석 교수는 13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제64회 암 정복 포럼에서 "국내외서 허가받은 고가 항암제 대부분이 기존 항암제 대비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지 않고 부작용 위험이 높아, 과연 임상적으로 유의한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하며 고가 항암제 안전성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엘로티닙 병용요법 생존기간 연장효과 글쎄…

김 교수는 표적 항암제인 엘로티닙의 비용대비 효과를 알아본 연구결과를 예로 들었다.

EGFR(상피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 억제제인 엘로티닙은 췌장암을 대상으로 한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에서 생존기간 연장효과를 입증하면서, 젬시타빈과 병용해 전이성 췌장암의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2016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비용·효과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NECA가 심평원 청구자료를 바탕으로 시행한 연구를 보면 전체 생존 기간은 젬시타빈 단독군은 6.68개월(207일) 젬시타빈+엘로티닙 병용군이 6.77개월(210일)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지 않았고 12개월 생존율도 각각 27.0%, 27.3%로 차이가 없었다.

2016년 프랑스 뷔종병원(Hospital Beaujon) Pascal Hammel 박사팀의 무작위 임상연구인 LAP 07 결과에서도 엘로티닙의 미미한 효과가 여실히 드러났다.

LAP 07 연구는 오픈 라벨로 진행된 무작위 3상 임상 결과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등록된 췌장암 환자 442명을 대상으로 2013년 2월까지 추적 관찰한 연구다.

결과를 보면 젬시타빈 단독요법을 시행한 223명에선 전체생존율이 13.6개월, 젬시타빈+엘로티닙 병용군(219명)은 11.9개월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 젬시타빈 단독군에선 188명, 젬시타빈 + 엘로티닙 병용군에선 191명이 사망했다.

환자선정 기준 지나치게 엄격한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이 같은 결과가 나온데는 시판 전 행해지는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에서 환자선정 기준이 너무 까다롭게 선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통상 제약사들은 뇌전이가 있는 환자, 고령의 환자, B형·C형 간염자 또는 결핵 환자, 간 기능·신기능 저하 환자, 자가면역 질환자는 임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임상시험 대부분이 항암제의 효과 극대화에 맞춰 디자인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결국 임상적 효과가 뚜렷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토대로 약물이 시판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모든 환자에게 약물이 처방되기 때문에 약제 효과는 그만큼 떨어지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 디자인부터 결과까지 공개되는 부분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 대해 수정이 필요한지도 파악하기 어렵다고 그는 부연했다.

김 교수는 "급여 등재 후 항암제의 정밀한 재평가 강화방안이 필요하다"면서 "해외의 재평가 시스템을 참고해 허가된 치료제의 장기 임상효과를 확인하고 사용실태를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프랑스, 스웨덴,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등에서는 고가 또는 희귀의약품에 대해 최대 5년간 수집된 임상자료를 바탕으로 재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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