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심혈관질환 발병 전 체중으로 사망 위험 분석한 결과 생존 혜택 없어"

미국 연구팀이 비만할수록 사망 위험이 낮다는 '비만의 역설(obesity paradox)'이 '허상'이라며, 비만의 역설에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미국 뉴욕대학 Virginia Chang 교수팀이 심혈관질환이 발병하기 전 체중을 바탕으로 심혈관질환에 따른 사망 위험을 분석한 결과, 정상 체중인 환자와 비교해 비만한 환자에서 생존 혜택이 나타나지 않았다.

학계 일부에서는 비만한 심혈관질환 환자가 정상 체중인 이들보다 생존 혜택이 있다는 점을 입증한 연구 결과를 통해 '비만의 역설'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근거가 된 연구들은 기존에 심혈관질환이 있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체중에 따른 생존 혜택을 분석했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즉 심혈관질환에 따른 합병증으로 체중이 감소했거나 이로 인해 사망하는 등 비만이 생존 혜택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요인이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번 연구는 심혈관질환이 없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질환 발병 전 체중과 사망 위험 간의 연관성을 분석해, 연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교란인자를 제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 

연구팀은 '보건-은퇴연구(Health and Retirement Study)'에 포함된 50세 이상의 성인 데이터와 미국 메디케어 보험 시스템을 이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분석에는 1992년부터 2010년까지 확인된 약 3만 명의 데이터가 포함됐다. 

참가자들의 체중과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은 콕스비례위험모형(Cox proportional hazard model)을 이용해 평가했다.

먼저 전체 심혈관질환 환자군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비만의 역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상 체중인 환자군과 비교해 비만한 환자군의 사망 위험은 심혈관질환에 따라 △심근경색 29%(HR 0.71; 95% CI 0.58~0.86) △만성 심부전 36%(HR 0.64; 95% CI 0.49~0.85) △뇌졸중 20%(HR 0.80; 95% CI 0.66~0.97) △이 외에 일반적인 심혈관질환 18%(HR 0.82; 95% CI 0.73-0.92) 더 낮았다.

그러나 심혈관질환이 없었던 환자군을 대상으로 질환 발병 전 체중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에서는 비만의 역설이 드러나지 않았다. 질환 발병 전 비만했던 환자군은 정상 체중인 환자군과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의 차이가 없었던 것.

구체적으로 비만한 환자군의 사망 위험은 정상 체중인 환자군 대비 심혈관질환에 따라 △심근경색 3%(HR 0.97; 95% CI 0.81~1.16) △만성 심부전 15%(HR 0.85; 95% CI 0.72~1.01) △뇌졸중 2%(HR 0.98; 95% CI 0.83~1.14) △이 외에 일반적인 심혈관질환 9%(HR 0.91; 95% CI 0.80~1.04) 낮았지만,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Chang 교수는 논문을 통해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장기간 분석한 결과, 비만한 심혈관질환 환자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생존 혜택이 나타나지 않았다. 비만의 역설은 없다"며 "현재 임상에서 비만의 역설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국립체중및건강센터 Scott Kahan 박사는 "일반적으로 비만한 상태가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체중과 건강의 연관성을 분석한 일부 연구로 인해 비만의 역설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라며 "그동안 발표됐던 연구 결과들은 마른 심혈관질환 환자들의 체중이 더 감소하고 수척해지면서 비만할수록 건강한 것처럼 나온 것이다. 이번 연구는 심혈관질환이 없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질환 발병 전 체중을 이용해 비만의 역설이 없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PLOS One 12월 7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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