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팀 "대사적으로 건강해도, 과체중 또는 비만하다면 관상동맥질환 위험 높아"

비만하면서도 건강한, 이른바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metabolically healthy obesity)'이 허구에 불과할까?

영국 연구팀이 50만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은 없다고 결론 내리면서, 건강한 비만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Camille Lassale 교수는 "과체중이거나 비만하다면 대사적으로 이상이 없더라도 관상동맥질환 발병 위험이 높다"면서 "대사적으로 건강한 이들도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European Heart Journal 8월 14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을 통해 밝혔다.

대사적으로 건강한 과체중 또는 비만한 군, 관상동맥질환 위험 '껑충'

이번 연구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팀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팀은 유럽 암·영양 전향적 연구(European Prospective Investigation into Cancer and Nutrition, EPIC)에 포함된 참가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에는 10개국에서 50만명 이상의 환자 데이터가 포함됐다. 12.2년(중앙값) 동안의 추적관찰 기간에 관상동맥질환이 발병한 환자는 총 7637명이었다.

연구팀은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30kg/㎡ 이상이면 비만 △25kg/㎡ 이상 30kg/㎡ 미만이면 과체중 △18.5kg/㎡ 이상 25kg/㎡ 미만이면 정상체중으로 분류했다.

대사적으로 건강하다는 기준은 대사증후군 위험요인인 △고혈압 △고혈당 △높은 중성지방 수치 △낮은 HDL 수치 △허리둘레(남성 94cm, 여성 80cm 이상) 중 3개 미만 가지고 있는 경우로 정의했으며, 3개 이상이면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다고 분류했다.

흡연, 운동, 식이요법 등의 생활습관 요인을 보정해 분석한 결과, 대사적으로 건강하더라도 BMI에 따라 관상동맥질환 발병 위험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났다.

 

대사적으로 건강하지만, 과체중군은 관상동맥질환 발병 위험이 정상체중군보다 1.26배(HR 1.26; 95% CI 1.14~1.40), 비만한 군은 1.28배(HR 1.28; 95% CI 1.03~1.58) 높았다.

뿐만 아니라 대사적으로 건강한 정상체중군과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군과의 관상동맥질환 발병 위험 차이도 극명했다.

관상동맥질환 발병 위험은 대사적으로 건강한 정상체중군과 비교해,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군 중 정상체중군에서 2.15배(HR 2.15; 95% CI 1.79~2.57), 과체중군에서 2.33배(HR 2.33; 95% CI 1.97~2.76), 비만한 군에서 2.54배(HR 2.54; 95% CI 2.21~2.92) 높았던 것.

Lassale 교수는 "미국, 영국은 관상동맥질환의 대사적 위험요인인 흡연, 당뇨병,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이 없는 과체중 또는 비만한 사람들이 어떻게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가 중요하다"며 "대사적 건강 상태와 관계없이 과체중이거나 비만하다면 심혈관질환 예방 및 치료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외 연구 결과 "대사적으로 건강해도 비만하면 건강한 상태 아니다"

이같은 결과는 지난 5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비만학회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확인됐다.

영국 버밍엄대학 Rishi Caleyachetty 교수팀은 영국 진료 기록 데이터베이스인 건강증진 네트워크(The Health Improvement Network, THIN)에 참여한 심혈관질환이 없는 18세 이상 성인 35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1995년부터 2015년까지 20년간의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연구팀은 대사증후군 위험요인이 하나도 없을 때 건강한 군으로 정의했다.

최종 결과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한 군은 대사적으로 건강한 정상체중군보다 관상동맥질환 발병 위험이 50%, 뇌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7% 증가했다.

게다가 비만하면서 대사증후군 위험요인을 3가지 이상 가지고 있다면 대사적으로 건강한 정상체중군보다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2.6배, 심부전 위험이 3.8배, 말초혈관질환 위험이 2.2배 높았다.

Caleyachetty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상당히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대규모 연구 결과라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다"면서 "대사적으로 건강하더라도 비만하다면 절대로 건강한 상태라고 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서울의대 최의근 교수팀(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이 지난 6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부정맥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사적으로 건강하지만 비만한 성인은 비만하지 않은 성인과 비교해 심방세동 발병률이 더 높았다.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은 없다"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은 없다는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체중 또는 비만을 심혈관질환의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중지를 모은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Nick Finder 교수는 한 외신(Medscape)과의 인터뷰에서 "대사증후군 위험요인이 없다면 과체중이거나 비만하더라도 건강하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한다"며 "정부는 과체중 또는 비만에 대한 문제를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다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Amitava Banerjee 교수는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은 없으며, 대사증후군이 없어도 비만하다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한다"면서 "심혈관질환 위험은 체중 증가와 관련됐기에, 건강을 위해서는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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