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공청회서 종합공제 가입 시 공소권 제외 요구...일각서는 신중론도 제기

대한의사협회는 23일 '안정적 진료환경 확보를 위한 관련 법률 추진 공청회'를 열고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을 제안했다.

의료계가 의료사고 발생 시 종합공제에 가입돼 있다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사고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지난 4월 자궁 내 태아사망 사고를 이유로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사건 이후로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대한의사협회는 23일 저녁 의협 회관에서 ‘안정적 진료환경 확보를 위한 관련 법률 제·개정 추진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동욱 법제위원은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의료사고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사고특례법은 의료인이 의료사고로 인해 형법상의 죄를 범한 경우, 해당 의료인이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 전액을 보상하는 종합공제에 가입돼 있다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게 골자다. 

다만, 종합공제 계약이 무효로 되거나 해지, 계약상의 면책 규정 등으로 인해 보험사, 공제조합, 공제사업자의 보험금 또는 공제금 지급 의무가 없어진 경우 적용받지 못한다.

또 ▲피해자의 승낙을 받지 않은 채 의료행위를 한 경우(추정적 승낙이 있는 경우 제외)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의료행위를 한 경우 ▲무면허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 등도 의료사고특례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이 위원은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인과 환자를 대립과 갈등으로 몰아넣고 이 때문에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환자 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하고, 의료사고로 인한 보건의료인 전과자 양산 방지를 위해 무엇보다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사고특례법을 통해 의료인의 방어진료 감소 및 소신진료로 인한 환자 건강권 증진이 가능할 것”이라며 “환자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고 의료사고 음성화도 방지하는 기대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사고특례법 제정 필요” 한 목소리

패널토의에 나선 각계 전문가들도 의료사고특례법 제정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냈다. 

전남도의사회 이필수 회장은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은 조정부 및 감정부 구성에 의료전문가의 비율을 높이고, 조정 과정에서 생산된 일체 자료는 소송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개정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보다도 중환자, 고위험환자, 응급환자에 대한 적극적이고 소신진료를 보장하기 위해 의료사고특례법을 제정하는 게 시급하다. 환자와 의료인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김영준 법제부회장은 “의사의 확실한 중대 불법행위나 고의가 없다면 형사소추를 면제하는 내용의 의료사고특례법을 제정해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며 “아울러 국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무과실 국가배상의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신경외과학회 조정기 보험위원은 “의료분쟁조정법이 의료과실과 의료사고의 억울한 피해를 구제한다는 점에서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 내지는 가해자로 내몰 우려는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치료 중 발생하는 모든 사망과 중증 장애를 분쟁조정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사망과 중증 장애 발생은 모두 의료과실 내지는 사고라는 오해와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보험위원은 “최초의 입법 취지와 달리 불필요한 오해와 분쟁을 유발하는 의료분쟁조정법은 응당 고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너무 한정적인 의료사고특례법”

반면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료사고특례법이 한계가 분명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KMA POLICY 특별위원회 박형욱 법제 및 윤리분과위원장은 “의사의 고의나 중과실의 경우에도 보험 등에 가입했다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특례를 인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사유를 너무 한정적으로 나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비급여 의료사고와 급여 의료사고를 구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급여권에 속하는 의료행위를 제공하다가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국가배상에 준해 처리하는 게 합당하다는 의견이다. 

박 위원장은 “환자가 보험자인 공단에게 먼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공단이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 의사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제안한다”며 “계약의료인 비급여 의료와 강제의료인 급여 의료는 사고의 처리 과정을 다르게 구성하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박 위원장은 이날 공청회 패널이 의료계로 한정돼 있어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공청회라면 회원의 의견수렴을 위한 내부 토론회가 아닌 국민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자리가 됐어야 한다”며 “오늘 토론회 주제는 의료계 내부 문제가 아니라 국민과의 의사소통 속에서 실현해야 하는 내용인 만큼 발표자와 토론자를 의사 회원으로 구성한 것은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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