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사회, 서울역서 긴급 궐기대회 개최...“법원 판결 철회” 한 목소리

▲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29일 서울역광장에서 개최한 '전국 산부인과 의사 긴급 궐기대회'에서는 산부인과 의사는 물론 일반 의사들도 참석해 사법부의 한국판 오노사건을 규탄했다.

생즉사사즉생.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라는 말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을 비롯해 전국 의사들이 분만 중 발생한 자궁 내 태아사망 사고를 이유로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법원의 판결을 규탄하기 위해 서울역 광장에 모였다. 

의료계를 탄압하는 사법부의 행태에 의사들이 뭉치지 않으면 결국 죽게 되리라는 것이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9일 오후 6시 서울역 광장에서 ‘전국 산부인과 의사 긴급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산부인과 의사들을 비롯해 타과 의사들도 동참하면서 주최 측이 준비한 좌석 600여석은 모두 동났다. 일부 참석자는 궐기대회 무대 뒤편에 자리를 잡고 앉기도 했다. 

궐기대회를 주최한 (직선제)산의회 김동석 회장은 이번 법원의 판결은 대표적 비정상적 사례라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더 이상 산부인과 의사들이 이해할 수 없는 판결로 전과자로 살아가야 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며 “우리의 의료행위는 산모와 태아의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 결코 비하하거나 비난 받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직선제)산의회는 ▲진료행위에 대한 형사입건 자제하는 의료사고특례법 제정 ▲의료분쟁 배상금 국가적 대책 마련 및 무과실 국가배상 시행 ▲의료분쟁조정중재원 해체 및 형사과실 감정 중단 등을 요구했다. 

특히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의 책임을 의사에게 미루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회장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는 당장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의료 현장을 무시하고 그 문제점을 묵인한 채 졸속으로 시행되는 의료분쟁 조정법은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29일 서울역광장에 모인 의사들은 이번 판결의 근거가 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 결과를 규탄하며, 중재원의 해체와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을 요구했다.

의료계 총출동...비판 목소리↑

의료계가 의료분쟁조정법을 규탄하고 나선 데는 이번 사법부의 판결 근거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 결과가 토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증거수집 절차와 형사고소 수단으로 전락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즉각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노만희 회장은 “우리는 감옥에 가지 않으려면 중재원의 감정에 무조건 동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재원은 최근 시행된 신해철법을 이용해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법원의 판결이 중재원의 독점적 권력욕이 낳은 의사 탄압의 증거”라고 비판했다. 

노 회장은 “중재원장이 사퇴할 때까지 중재 참여에 보이콧해야 한다”며 “모두 한 마음으로 뭉쳐주길 바란다”고 독려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도 “중재원의 의료사고 감정 결과를 사법부가 인용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의료분쟁조정법은 즉각 개정돼야 하며, 올바른 의료환경을 위해 힘 합쳐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을 규탄하는 의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의료계 인사들도 이번 사태를 지적하고 나섰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의료행위는 필연적으로 의료사고의 개연성이 존재하는데, 비난과 위험을 무릅쓰고 의업을 유지해야 하는지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며 “의료사고를 내려고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추 회장은 “소신진료,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국가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국회와 정부에 의료사고 특례법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의협은 이날 궐기대회에서 재판부에 제출할 탄원서 서명을 받기도 했고, 의협 자체적으로 이번 판결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반을 구성하는 한편, 중재원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 의사인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은 “우리는 진료행위를 하며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다. 예비 살인자로 혐의를 받고 있는 꼴”이라며 “사법부의 이 같은 판결은 결국 의사를 진료 현장에서 떠나게 만들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김 회장은 ▲진료행위 의료사고 형사 처벌 자제 ▲분만 인프라 개선 위한 대책 마련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 배상 제도 마련 ▲중재원 전문성 강화 등을 약속했다. 

정치권도 약속...“소신진료 환경 만들겠다”

정치권은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법 위반 여부를 걱정하면서도 의사들이 소신을 갖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불가항력 분만사고를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조항을 요구했지만,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이를 준비하던 의원으로서 법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데 원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정부는 의사가 소신을 갖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만 되레 의료현실은 참담해지고 있다”며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의료계와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은 “이번 사고는 여태까지 있어 왔던 일이고 앞으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이번 사건이 항소심에서 바른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부인과 무과실 보상제도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 등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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