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서 산부인과 의사 구속 규탄 궐기대회 진행...법원 판결 지적 한 목소리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는 20일 서울역 광장에서 최근 대구지법의 산부인과 의사 구속 결정을 내린 2심 결과에 반발하며 '산부인과의사 구속 규탄 궐기대회'를 열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는 20일 서울역 광장에서 최근 대구지법의 산부인과 의사 구속 결정을 내린 2심 결과에 반발하며 '산부인과의사 구속 규탄 궐기대회'를 열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원인분명 산모사망, 의사구속 웬말이냐", "분만환경 파괴하는 사법부는 각성하라"

2년 만에 산부인과 의사들이 다시 서울역 광장에 모였다. 

20일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는 서울역 광장에서 '산부인과의사 구속 규탄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궐기대회는 지난 2017년 분만 중 발생한 자궁 내 태아사망 사고를 이유로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법원의 판결을 규탄한 이후 두 번째로 산부인과 의사들이 모인 자리다. 

이날 모인 약 400여 명의 의사들은 사법부의 무지와 편견이 대한민국 분만 인프라를 붕괴시킬 것을 지적하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분만 과정에서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로 사망한 산모의 주치의가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되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한 시점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A씨가 생체활력징후를 제때 확인하지 않은 과실과 산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판단했다. 

그러나 대구지방법법원은 항소심에서 산부인과 A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금고 8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16년 5월 3일 병원을 찾은 산모에게 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태아가 사망했음을 확인하고 사산된 태아의 유도분만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산모는 반복적인 복통을 호소하고 출혈을 보였다. 

A씨는 자궁의 수축 정도나 생체활력징후를 확인하지 않고 통상적인 출혈로 오인해 산모를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출혈성 쇼크로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회진 당시 피해자는 질 출혈, 자궁통증 등 태반조기박리를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을 보였고 유족들이 이를 지속해서 호소했다"며 "하지만 A씨는 출혈과 통증의 양상 및 정도, 생체활력징후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경과관찰을 소홀히 하는 등 조기에 태반조기박리를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이날 궐기대회에서 사법부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이날 궐기대회에서 사법부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구속될까 두려워 분만 못하겠다"

이날 모인 의료계 인사들은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의사를 구속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분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이번 판결은 산부인과 의사 누구에게나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경험이 많은 산부인과 의사라도 진단과 처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며 "의료행위의 나쁜 결과로 의사를 구속한다면 의사 누구나 구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환자를 살리지 못했다고 실형을 받는다면 의사는 어떻게 진료할 수 있겠는가"라며 "산부인과 의사들은 더 이상 무서워서 분만 진료를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김승철 이사장은 "임상 현실에 대한 몰이해와 의사 직군을 향한 근거없는 배척이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할 사법부에까지 이르렀고, 의사 직군에 대한 보여주기식 수사와 판결은 특히 산부인과에 집중돼 있다"며 "사법부의 신중하지 못한 판결은 의료 현장을 파탄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을 비롯해 의협은 투쟁을 통해 의사의 권익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을 비롯해 의협은 투쟁을 통해 의사의 권익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투쟁' 강조한 의료계

의료계는 제대로 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도 현실을 무시한 판결을 내린다면 분만 인프라 붕괴 가속화를 막을 수 없는 만큼 제대로 된 의료환경 구축을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조직화 총력전 투쟁의 선봉에 서 한국의료의 정상화를 끝까지 실현하겠다"며 "특히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가 추진하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번 2심 판결의 부당성은 지적받아야 마땅하다"며 "대법원이 올바른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13만 의사회원들과 함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예측 불가능한 나쁜 결과가 나온다고 의사를 구속한다면 진료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확실하게 담보하지 못한다면 의사들은 살기 위해서라도,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의장은 "대한민국 의료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위해 반드시 잘못된 판례를 바로 잡고 제대로 된 진료환경 구축에 모두 함께 투쟁에 동참해달라"며 "제대로 된 진료환경 구축에 모두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모인 의사들은 결의문을 통해 △진료행위에 대한 형사철벌의 특례를 법으로 정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책임제 시행 △의료분쟁조정중재원 해체 △의사 구속 법원의 각성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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