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사망 사건 의사에 유죄선고 '부글부글'..."남의 일 아니다" 문제인식 공유

자궁 내 태아사망 사건과 관련, 담당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법원 판결을 놓고 의료계에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의료계는 이번 판결을 지난 2006년 일본에서 발생한 '오노병원 의사 체포사건'에 비유해 '한국판 오노사건'으로 규정하고, 오는 29일 대규모 집회를 열어 이번 판결의 부당성을 대내외에 알릴 예정이다. 

앞서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7일 출산 중 태아 사망의 책임을 물어 의사에게 8개월 금고형을 선고했다. 

분만 중 발생한 태아 사망 등 의료사고 사건에서 산부인과 의사에게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운 판결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이번처럼 형사적 책임을 물어 구금을 선고한 사례는 이례적.

법원은 의사가 진통 중인 산모에게 무통주사를 준 뒤 약 1시간 30분 동안 산모와 태아를 관찰하는 등 필요한 의료행위를 하지 않아 태아가 사망했다며, 업무상 과실치사로 해당 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의료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해 의료인에 형사적 책임을 묻는 일은 부당하다는 주장. 나아가 이번 사건이 의료인의 진료위축과 분만기피로 이어져, 가뜩이나 부족한 분만인프라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사한 사례로 2006년 발생한 일본 '오노병원 의사 체포사건'이 있다. 분만 후 태반 박리과정에서 산모가 과다출혈로 사망하자, 사법당국이 의사의 책임을 물어 해당 의사를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

당시 일본 의사들도 사법당국의 결정에 강력 항의했다. 태반유착은 치료 난이도가 높아 위험이 상존하며, 무엇보다 산부인과 의사부족이라는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뒤로 한 채, 과중한 업무부담을 참아가며 헌신한 의사 개인에 그 책임을 묻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오노병원의 산부인과 의사는 사건발생 2년 후인 2008년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의료행위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곤란하는 게 법원 판단 이유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을 '한국판 오노병원 사건'으로 규정하고, 해당 재판부를 규탄하는 한편 향후 있을 상급법원에서의 합리적인 판단을 촉구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산부인과를 넘어 전 직역과 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불합리한 의료제도, 비전문적인 사법부의 판단으로 인한 피해가, 비단 산부인과만의 일이 아니라는 문제인식에 다수 의사들이 공감하고 있는 까닭이다. 

의사단체들은 "작금 대한민국의 잘못된 의료제도로 인한 고통을 함께 받고 있으며 머지않아 또 다른 불합리한 일로써 우리가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다"며 "이에 산부인과의사들의 분노에 크게 공감하며 그 뜻과 행동을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29일 저녁 서울역 광장에서 법원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이날 집회에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물론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과 시도의사회장단, 전문과목 의사회장 등 의료계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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