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논쟁… 건강비만만의 특성 존재 vs 똑같은 비만, 질환이야

Metabolically Healthy Obese(MHO), 즉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에 대한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건강한 비만'의 실제적 접근을 둘러싼 논쟁이 최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추계학술대회((ICDM 2016)서도 계속됐기 때문이다.건강한 비만이라 불리는 MHO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분명 존재한다는 의견과 MHO 정의 자체가 모호할 뿐더러 심혈관 질환 위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똑같은 비만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다.과연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은 실제로도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진짜 '건강한' 비만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까?

우선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MHO)이 어떤 진단기준에 부합해야 하는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세계 비만 기준은 △25~29.9kg/㎡ 과체중 △30kg/㎡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하고 있고 아시아태평양 비만 기준은 △BMI 23~24.9kg/㎡이면 과체중 △25~29.9kg/㎡이면 비만 △30kg/㎡ 이상을 고도비만으로 보고있다.

반면 MHO는 NECP-ATP 기준을 적용한 우리나라의 경우 남자는 △허리둘레 90㎝ 이상 △고밀도 콜레스테롤 40mg/dL 미만 △중성지방 150mg/dL 이상 △혈압 130/85mmHg 이상 △공복시 혈당 100mg/dL 이상

여자는 △허리둘레 85㎝ 이상 △고밀도 콜레스테롤 50mg/dL 미만 △중성지방 150mg/dL 이상 △혈압 130/85mmHg 이상 △공복시 혈당 100mg/dL 이상의 5가지 기준 중 3가지 이상을 만족하면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비만, 그렇지 않으면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 MHO로 진단하도록 권고했다.

복부비만 낮고 인슐린 저항성 수치 낮은 건강한 비만

진단기준을 보면 알 수 있듯 우리가 아는 '비만'과 달리 MHO는 인슐린 저항성 수치는 물론 혈압, 지질대사 위험이 낮은 특성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이 주목한 부분도 바로 여기다. 특히 비만과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대사합병증 기전은 인슐린 저항성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 미국 버몬트의대 교수팀 등이 MHO군과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비만(MAO)군으로 분류해 연구를 진행한 결과 MHO군이 MAO군보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았고, 내장지방이 적었다. C 반응성 단백(CRP) 수치도 낮았고, 허혈성 심질환 발병 위험 역시 증가하지 않았다[J Clin Endocrinol Metab].

A. D. Karelis 교수팀이 성인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도 MHO군에 비해 MAO 군에서 인슐린 저항성 수치가 13% 가까이 감소했다[Diabetologia (2008) 51: 1752].

이는 국내 MHO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험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2014년 가톨릭의대 양혜경 교수팀(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이 대사적으로 건강한 MHO군을 분석한 결과 중성지방, 저밀도 콜레스테롤 및 고밀도 콜레스테롤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J Korean Diabetes. 2014 Mar;15(1):17-20. Korean].

아울러 양 교수팀이 올해 3월 발표한 또 다른 논문에서도 MHO군이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MAO 성인 대비 모든 질환으로 인한 전체 사망률이 20% 가까이 낮았다[Scientific Reports 6, Article number: 30329]. 이를두고 연구팀은 "대사적인 상태에 따른 비만의 중재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려의대 김신곤 교수(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는 "MHO 특성 등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가 사실 부족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제까지 발표된 결과들을 종합하면 비만환자 중에서도 연령이 낮거나, 대체로 활발한 신체활동을 통해 에너지 소비량 등은 경우 실제로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비만은 허상…비만은 공통된 질환

하지만 반대편에 선 전문가들은 '건강한 비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MHO 성인을 분석한 결과 오히려 관상동맥질환 등의 발병 위험이 더 높았다는 것.

올해 8월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Mikael Ryden 박사팀이 비만성인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인슐린에 민감하거나, 저항성이 있거나에 관계없이 모두 자극에 대한 반응에서 유전자 발현 패턴이 동일했다고 밝혔다.

즉 비만 성인들 중에서도 대사와 심혈관 건강면에서 차이는 있지만 유전자 표지는 거의 동일했다는 것이다[Cell Reports 30 August 2016 p2317-2326].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 15명과 비만한 성인 50명을 대상으로 복부의 백색지방 조직 샘플을 채취해 세포대사와 유전자 표지를 비교·분석했다. 이후 두군에서 복부의 백색지방 조직 샘픔을 채취하기 전과 2시간 후에 인슐린과 포도당을 투여해 포도당 흡수율도 함께 살펴봤다.

그 결과 비만한 성인 21명은 인슐린 민감성이 있어 포도당을 잘 흡수했고, 29명은 인슐린 저항성이 있어 포도당이 에너지로 쓰이지 못하고 저장돼 있었다.

하지만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비만 성인 대부분은 인슐린에 민감하거나 저항성이 있거나에 관계없이 모두 인슐린 자극에 반응에 유전자 발현 패턴이 거의 동일했다. 즉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은 없다는 것이다.

Ryden 박사는 "비만성인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비정상적인 유전 발현 패턴이 관찰됐다. 하지만 이는 대사 또는 심혈관 위험인자들이 주된 요인은 아닌 것은 분명했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비만 성인 관상동맥질환 위험 '빨간불'

2014년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코호트연구소 유승호, 장유수, 김보경 교수팀이 건강검진받은 수진자를 대상으로 MHO군으로 나눠 관상동맥칼슘수치(Coronary artery calcium score)를 비교한 연구다.

관상동맥칼슘수치는 조기 관상동맥질환의 지표로 현재 무증상이더라도 향후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의 치명적인 심장질환의 발생을 예측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연구에서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 그룹은 혈당, 혈압, 중성지방, 고밀도 콜레스테롤, 인슐린 저항성 지표가 모두 정상인 경우이다.

분석 결과 비만하면 다른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도 건강한 정상 체중인 경우보다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이 1.67배나 더 많았고, 관상동맥칼슘수치비도 2.26배 높았다. 연구팀은 비만조직에서 유리되는 다양한 매개체들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의대 최성희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는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인 MHO는 아직 질병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까지 이뤄진 MHO 하위분석연구결과들을 검토해보면, 이들에서 제2형 당뇨병을 비롯한, 관상동맥질환, 전체 사망률 역시 높다는 사실이 재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교수는 "더는 대사적으로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대사합병증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MHO도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필요하면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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