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절반 이상, 자체진단 통해 강제입원 결정..."인력없어 못해" 의료계 우려 현실로

정신질환자 인권보호를 위해 정부가 '교차진단'을 의무화했지만, 정신병원 절반 이상이 여전히 자체진단을 통해 환자의 입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차진단을 시행할 '인력'이 부족해 법률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던, 의료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셈이다.

▲김승희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개정 정신보건법 시행 이후에도 비자의입원(강제입원)한 정신질환자 10명 중 6명이 의료기관의 자체진단을 통해, 입원을 결정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정부는 환자 인권보호를 위해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 정신보건법을 마련, 지난 5월 30일자로 시행에 들어간 바 있다.

개정 법률에 따르면 환자가 입원치료 또는 요양을 받을 만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자·태해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비자의적인 입원이 가능하며, 이 경우에도 2주간의 입원기간을 정해 그 사이 소속이 다른 정신과 전문의 2명이 일치된 소견(교차진단)으로 환자의 입원 지속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정신질환자 본인의 의지에 반하는 불필요한 입원을 제한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이런 법률의 취지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개정 법 시행 이후 6월 한달동안 동일한 의료기관에서 자체진단을 통해 입원한 환자의 비율이 전국 평균 58%로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지역-의료기관 종별과 관계없이 대체로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시도별 입원건수, 자체진단입원 건수, 비율 비교

김승희 의원은 "개정 법 시행 이후 자의입원이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여전히 많은 의료기관이 강제입원 환자의 입원 여부를 자체진단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는 정신질환자 인권보호라는 법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실은 교차진단이 유명무실해진 배경을 전문의 인력난에서 찾으면서 "정신질환자의 치료받을 권리와 인권이 함께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 모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지부 "한시적 예외인정에 따른 상황...안정 될 것"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제도시행 초기 혼란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자체진단을 용인하는 예외조치가 시행되고 있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해명하고, 전문의 충원 등에 따라 제도가 곧 안정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지부는 "법 시행 초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6월 한달간 모든 정신의료기관에서 자체추가진단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한시적 조치를 했다"며 "때문에 6월 한달 동안에는 자체추가진단을 하는 비율이 일시적으로 높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국공립병원 전문의 충원과 지정진단 의료기관의 참여 확대로 향후 다른 의료기관의 추가진단이 정상활 될 것으로 분석된다"며 "관련인력 추가와 국립대병원 인력확보를 위한 예산지원방안을 검토하는 등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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