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정부 제시 방안에 실망...정신보건법 개정 촉구

오는 5월 30일 시행될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정신보건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1일 성명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도모하고자 하는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정부가 제시한 방안에는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선 서로 다른 기관의 2인 의사 진단 체제는 구속받지 않을 권리라는 인권보호의 핵심을 빗나갔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환자 인권보호의 핵심은 입원 시 얼마나 많은 수의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느냐가 아니라 인권을 침해하는 진료 행위가 이뤄질 때 이를 제지할 수 있는 안전망이 잘 가동되느냐”라며 “적절한 권위와 전문성을 가진 준사법적 기구에서 안전망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 의사의 전문적인 의학적 판단에 더해 사법기관이 환자의 환경을 고려, 입원 적절성을 평가하는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부담을 피하고자 의료진에게 감시자 역할을 떠넘김으로써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정신건강전문의의 진료공백을 야기해 환자가 받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전협은 개정 정신보건법이 정신질환자가 마땅히 치료받을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개정 정신보건법은 입원의 조건을 자타해의 위험성 혹은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서 자타해 위험성이 있으면서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로 변경했다. 

대전협은 “입원 중에는 치료가 유지되나 약물 순응도가 떨어져 퇴원 후 자발적인 치료중단과 악화가 충분히 예상되는 환자들도 당장의 자타해 위험성이 명확하지 않다면 무조건 퇴원해야 한다”며 “이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고 치료를 통해서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를 묵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충분히 치료되지 않은 환자를 수용할 능력이 없는 사회로 내보내고, 그로 인한 문제를 환자와 지역사회가 고스란히 떠안게 한다”며 “준비되지 않은 사회가 충분히 치료되지 않은 환자를 맞이할 때 일어날 혼란과 이로 인해 정신질환자들에게 찍힐 사회적 낙인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관계를 훼손한다고도 했다. 

정신질환자의 경우 환자와 치료자간의 강력한 치료적 동맹이 환자의 임상적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현재의 정신보건법은 환자와 치료자 관계에 새로운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시간을 제한하고,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보다 서류작업과 법적 책임으로 얽매이게 하여 치료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전협은 ▲충분한 협의와 의견수렴을 통한 법안 개정 ▲정신질환자의 법적 권리를 수호할 수 있는 전담인력 마련 ▲지역사회 인프라 집중 강화 등을 요구했다. 

대전협은 “환자뿐 아니라 모든 이의 인권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지켜져야 할 절대적 가치”라며 “현재와 미래의 환자 인권과 안전의 수호자 역할을 해나갈 전공의로서 이에 대해 관련 부처들의 조속한 시정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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