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시케어 제네릭만 100여개...단순 제네릭 성공 장담 못해

 

과민성 방광증 치료제 '베시케어(성분 솔리페나신숙신산염)'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이달 100여 개의 제네릭이 대거 쏟아졌다.

베시케어는 EDI 청구액 기준으로 지난해 5mg과 10mg 2가지 용량으로 총 231억 원을 청구한 대형품목이다. 이에 개량신약인 코아팜바이오 '에이케어'와 한미약품 '베시금'에 이어 종근당, 제일약품, 한독테바 등 제약사에서 허가받은 약물만 150여 개(회사별 용량·제형 중복)에 이른다.   

특허만료 의약품을 노린 수십여 개의 제네릭 출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토르바스타틴 제제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는 2009년 특허만료 이후 지금까지 100여 개가 넘는 제네릭이 출시됐고, 이에 앞서 2007년 특허가 만료된 항혈전제 ‘플라빅스(성분 클로피도그렐)’ 제네릭도 100여 개에 이른다. 

최근 특허만료 의약품 상황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성분 타다라필)’는 2015년 9월 60여 곳의 회사에서 100여 개가 넘는 제네릭을 출시했다. 허가 기준으로는 수출용을 제외하더라도 170개에 이른다. 또 지난달 제이더블유신약 '발그나필'이 허가를 획득하는 등 지금까지도 시장에 진입하는 제네릭이 줄을 잇고 있다. 

처방실적 1위에 빛나던 B형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성분 엔테카비르)’도 타깃이 돼 2015년 10월 이후 쏟아진 제네릭이 수십여 개다. 

지난해 12월 특허기간이 종료된 고혈압 복합제 ‘트윈스타(성분 텔미사르탄/암로디핀)’는 지금까지 허가된 제네릭이 190여 개다. 물론 1개 회사가 최대 4가지 용량을 허가받은 경우까지 합산한 개수다. 

위수탁·공동생동 규제 없어져 위탁 제네릭 급증

제네릭 개발 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사항은 바로 시장성이다. 매출 규모와 처방 변경 가능성, 회사의 영업력 등의 요소가 고려된다.  

때문에 만성질환 치료제와 1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대형 오리지널 약물이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위수탁 및 공동생동 규제가 사라지고, GMP 적합판정서 도입으로 허가용 의약품을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규정 또한 완화됐기 때문에 제네릭 수도 급증했다.

국내사 개발팀 관계자는 "제네릭 출시를 위해서는 오리지널 약 매출을 확인해 시장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처방이 많은 종별 의료기관과 영업력도 고려한다"면서 "위수탁 및 공동생동 규정이 완화되면서 과거보다 위탁 제네릭 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 항암제는 생동시험만으로 안전성 및 효능을 확실하게 입증하기 어렵고 이로 인한 처방근거가 부족해 제네릭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폐암 치료제 ‘이레사(성분 게피티니브)’는 2016년 12월 특허가 만료됐지만 종근당, 한미약품, 광동제약, 일동제약, 신풍제약 등 5곳만 제네릭 허가를 받았고, 같은 해 특허기간이 끝난 항암제 ‘타쎄바(성분 엘로티닙염산염)’ 역시 종근당, 씨제이헬스케어, 광동제약, 한미약품, 일동제약, 한독테바,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등 7곳이 제네릭을 출시했다. 

국내사가 라이선스 인으로 들여온 오리지널 제품도 제네릭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중소제약사 개발팀 팀장은 "국내사가 가진 오리지널 약물은 제네릭 개발에서 후순위를 차지하는데, 의료진과의 유대 관계 및 영업·마케팅력이 좋아 시장 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3개월이면 판가름…영업 현장은 ‘죽을 맛’

특허만료 제품이 있을 때마다 제네릭 출시를 앞둔 영업현장은 ‘죽을 맛’이다.

지난해 제네릭 청구실적을 살펴보면 ‘플래리스’가 527억 원, ‘플라비톨’ 301억 원, ‘리피로우’ 287억 원, ‘글리아타민’ 283억 원 등으로 허가된 지 10여 년이 지난 약물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최근 출시된 제네릭 성적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베시케어 제네릭이 60개가 나온다 가정하고 모든 제약사가 1%씩만 가져가도 베시케어 시장 60%를 잠식하는 것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제네릭으로 성공하려는 전략은 한물간 것"이라고 말했다.

우후죽순 출시된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살아남는 제품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알리스 제네릭 발매 당시 연출됐던 과당경쟁에서 살아남은 제품은 종근당 ‘센돔’, 한미약품 ‘구구’ 정도다. 바라크루드 역시 ‘바라클’이 선전하고 있지만 처방량만 봐서는 타격은 크지 않고, 1분기를 보낸 트윈스타 제네릭 활약도 미미하다.

국내사 영업사원은 "아무리 시장이 큰 품목이라고 해도 경쟁 제품이 자리하고 있거나 시장이 견고할 경우 비집고 들어갈 방법은 많지 않다"며 "순환기 품목은 더 이상 출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국내사 영업팀장은 "제네릭 출시 전후 3개월이면 성패가 판가름 난다"며 "김영란법 등으로 위축된 현장은 들여다보지 않고 무조건 제네릭을 출시하고 실적을 올리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 특허가 만료됐거나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는 오리지널 의약품 베시케어, 타미플루, 바라크루드, 비리어드(좌부터 시계방향)

단순 제네릭 발매, 성공 담보할 수 없어

오는 8월 ‘타미플루’도 제네릭 경쟁에 직면해 있다. 이미 허가받은 약물이 100여 개에 이른다. 11월에는 ‘비리어드’ 특허가 만료된다. 비리어드 역시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제네릭 위주 영업전략에 한계가 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단순 제네릭은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코아제타 이홍기 대표는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비리어드 매출은 1400억 원이 넘지만 의원에서 나오는 처방은 350억 원 수준이고, 6000원대 약가를 감안하면 판매량도 많지 않을 것"이라며 "매출도 중요하지만 어떤 종별 의료기관 및 진료과에서 많이 처방되는지, 해당 분야에 회사가 경쟁력이 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무조건식의 제네릭 개발은 시간과 비용을 버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또한 가격 경쟁을 뛰어넘기 위해 먼저 출시하거나 차별화된 제형 또는 용법이 있어야 하고, 제네릭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신약개발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병일 약제관리실장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를 통해 "제네릭은 개발 실패 위험은 없지만 더 이상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며 "제네릭으로 거둔 수익을 신약개발 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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