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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의료, 의대 교육목표에서조차 ‘실종’“일차진료와 구분해 개념 정립하고 실습 교육센터 만들어야”
박선재 기자  |  sunjaepark@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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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승인 2017.06.23  06: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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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의과대학을 다닐 때 일차의료를 하는 의사가 될 줄 알았더라면 공부 양상이 전혀 달랐을 것이다" 

일차의료를 하는 개원의가 아쉬움을 표현한 말이다. 일차의료의 중요성은 의료계 단골손님처럼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인 분석을 의대교육 부실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대 교육에서 일차의료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이에 따르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일차의료, 왜 나아가지 못하나?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하는, 의대교육에서의 일차의료 강화는 왜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걸까? 

이유는 복잡하다. 우선 의료계가 ‘일차진료’와 ‘일차의료’ 개념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했다. 심지어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수들조차 두 개념을 혼동하고 있다. 

20일 서울의대에서 열린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정책 포럼에서 그 민낯이 드러났다. 이날 포럼의 토론자로 나선 가톨릭의대 이재호 교수(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는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에서는 일차의료 의사가 50%일 정도로 일차의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나라 의대 교육도 일차의료 의사가 게이트키퍼 역할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연세의대 모 교수는 이미 의대에서 일차 교육을 잘하고 있다며 이 교수가 얘기한 반대 방향으로 교육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순간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그는 "의대교육이 의료 현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 병원에 가면 청진기 사용할 일도 없을 텐데 왜 그걸 교육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또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과연 의사가 게이트키퍼 역할을 할지도 의문"이라며 "대학병원 외래에서 당뇨병, 고혈압 등을 하루에 50명씩 보는데 왜 굳이 학생들을 개원가로 실습을 보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가 재반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대학병원 외래에서 당뇨병 등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것을 배우는 것은 일차의료가 아니라 일차진료를 배우는 것"이라며 "일차의료와 진료를 구분하지 않아 생기는 격차가 크다. 일차의료는 건강이나 예방 등에 초점을 두고 사람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 개념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얼굴을 붉혔다. 이처럼 일차진료와 의료는 여전히 혼돈 상태다. 

의대 교육 목표에서 소외된 일차의료  

일차의료가 중요하다지만 점차 의대 교육에서 일차의료는 소외되고 있다. 2006년 대부분의 의대는 일차의료를 지향한다는 교육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 점점 일차의료는 교육 목표 중요도에서 후순위로 밀렸다. 목표조차 없는 의대가 대부분이다. 

   
 

강원의전원 의학교육학교실 강석훈 교수는 "2017년 현재 의대 절반에서 일차의료가 교육 목표가 아니다. 2006년 28개(68%) 대학이 일차의료를 목표로 했지만 2017년 16개(39%) 대학만이 교육 목표로 잡았다. 절반이 잘려나갔다"며 "일차의료를 목표로 하는 의대가 감소하면서 교육 내용도 부실해지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의대생 때부터 일차의료에 대해 언급하고,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됐을 때 할 수 있는 지식과 술기를 가르쳐야 한다는 게 강 교수의 생각이다. 

성균관의대 사회의학교실 박재현 교수도 같은 의견이다. 의대에서 일차의료 개념, 필요한 능력, 해야 할 일 등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큰 대학병원에 남고 명의가 되는 것이 꿈이다. 명의 자체가 의료전달체계를 파괴하는 것임에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며 "의대에서 대부분의 학생이 개원을 하게 될 것이고, 일차의료를 하는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걸 말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또 "학생들이 왜 큰 병원에 남으려고 하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며 "의료시스템이 없는 상태가 계속 되면 아무리 일차의료를 강화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차의료를 위한 현장 실습도 중요하다. 그런데 많은 교육이 학교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의대가 의료관리학, 예방의학, 가정의학 등을 가르치지만   실습 없이 강의로만 진행하는 곳도 있다.  

“통합교육과 실습 강화…개원가 교육센터 설립을”

문제를 알았다면 답을 찾기는 쉽다. 전문가들은 먼저 의대교육 목표(목적)에 일차의료를 포함하라고 주장한다.  

강 교수는 "목표를 설정하고, 의대에서부터 개원의가 될 수 있다고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지역사회의학이나 예방의학, 가정의학 등의 통합교육과 실습을 강화해야 한다. 교실 안 강의를 'Community Based Learning(병원 밖 외래 중심 임상실습)'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일차의료에서 필요한 역량을 배울 수 있도록 학생 인턴을 강화하고, 핵심과목 공통 전공의 제도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서울에서 가정의학과를 운영하는 정명관 원장. 일차의료연구회 홍보위원인 정 원장은 17년째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3년 전부터 의대 실습생을 교육하고 있기도 하다. 

정 원장은 "의대생들이 대학병원 등에서 실습을 하면 난도가 아주 높은 환자나 희귀질환이 있는 환자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정작 의사가 되면 쉬운 질병과 마주친다"며 "특이한 10% 환자를 경험하느라 나머지 90% 질병을 놓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일차의료기관 실습을 위해 정부가 교육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정 원장의 의견이다. 정 원장은 "의대 부설 의원 형태 등으로 만들어 의사 2명이 근무하면서 교육을 하면 된다"며 "병원 한 곳을 만드는 데 약 5억이고, 의대가 40개이므로 약 200억 정도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결코 큰 비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개원가에 교육센터를 설립하자는 의견에 이 교수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 교수는 "교육센터는 정말 필요하다. 국가 차원에서 건강 영역에 관심을 두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건강 이슈가 안보나 교육 등에 밀려 소홀하게 다뤄졌다. 그러다 보니 의료가 공공의 영역이 아니라 시장의 영역에 가 있게 됐고 결국 시장이 원하는 의사를 길러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또 대한의학회와 의과대학 학장 등도 일차진료와 의료의 개념 정립을 위해 역할을 하라고 요구했다. 

“일차의료 재교육 제도 필요”

   
 

강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일차의료를 위해 필요한 요소는 크게 7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요소로 지속적인 환자-의사 관계를 감안해 진단할 수 있는 능력이고, 2요소는 병력청취와 신체진찰만으로도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요소는 병력청취와 신체진찰만으로도 환자의 증중도와 긴급성을 판정할 수 있어야 한다 등이다. 

대부분 의사는 일차의료 의사로서 필요한 능력들을 배우지 않거나 수련할 때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학부 때는 거의 배우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차의료를 하고 싶은 의사를 위해 재교육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다. 

박 교수는 "가정의학과 의사가 아닌 사람 빼고는 일차의료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재교육하거나 인증하는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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