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빅스와 동일한 약가에 편의성 높여…차별화 성공할까

그야말로 전쟁이다.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 조합인 항혈전제 복합제 시장에 관한 얘기다. 

국내 제약사의 제네릭들이 항혈전제 복합제 시장을 점유한 가운데 지난해 9월 항혈전제의 원조 격인 사노피-아벤티스가 차별화를 앞세우며 ‘플라빅스에이’를 출시하면서 항혈전제 복합제 시장이 점입가경 양상이다. 

 

항혈전제 시장, 이제는 복합제로 

1999년 출시된 원조 항혈전제인 ‘플라빅스(클로피도그렐)’는 뇌혈관질환, 심방세동, 말초동맥질환,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적응증을 획득한 치료제다. 2007년 특허가 만료된 이후에도 지난해 695억원(유비스트 기준)의 원외처방액을 올리며 처방 1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2014년 600억원, 2015년 649억원 등 지속적으로 처방액이 늘고 있는 상황. 

하지만 특허만료에 맞춰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을 합친 복합제가 줄지어 출시되면서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 

거기다 올해 초 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가 이중항혈소판요법(DAPT)을 안정형허혈성심질환, 급성관상동맥증후군 전 영역에 ClassⅠ으로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복합제 시장은 활기를 띠었다. 

특히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환자에게 12개월간 클로피토그렐/아스피린 2제 요법을, 출혈 위험이 높지 않으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권고하고 있어 12개월 이상 장기 사용 환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약의 개수를 줄여 복약순응도를 높인 클로피도그렐/아스피린 복합제의 필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항혈전제 복합제 시장 '난전'

항혈전제 복합제 시장은 2012년 한국유나이티드의 ‘클라빅신 듀오’ 캡슐 출시를 시작으로 9개의 복합제가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난전이 시작됐다. 

지난해 항혈전제 복합제 시장을 살펴보면, 유비스트 기준 시장 규모는 약 264억원. 이 중 명인제약의 ‘슈퍼피린’이 77억원으로 1위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처방액을 올렸다. 

제일약품 ‘클로피린’이 75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CJ헬스케어 ‘클로스원(47억원)’, 진양제약 ‘피도글에이(30억원)’, 유나이티드 ‘클라빅신듀오(26억원)’ 등이 자리를 차지했다. 

아직까지는 복합제보다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을 각각 처방하는 사례가 더 많지만, 약 개수를 줄여 복약순응도를 높인 복합제의 존재감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항혈전제 복합제 시장은 2015년 247억원에서 2016년 264억원으로 전년대비 6.8% 성장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제일약품 클로피린이 전년대비 19% 성장한 데 이어 유나이티드 클라빅신듀오가 15.3%, 명인제약 슈퍼피린이 8.5% 상승하면서 항혈전제 복합제 시장을 이끌었다. 

 

4년 늦게 뛰어든 플라빅스에이 

이런 가운데 사노피-아벤티스는 차별화를 내세우며 지난해 8월 항혈전제 복합제 플라빅스에이를 출시했다.

플라빅스에이의 가장 큰 장점은 플라빅스와 아스피린의 정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해 복약 편의성을 높인 것. 플라빅스에이는 지름이 11mm로 19mm인 타 제네릭보다 작아 삼킬 때 환자의 부담이 적다. 

아스피린 복합제임에도 아스피린 약값을 뺀 플라빅스와 같은 약가를 제공했다는 점도 큰 경쟁력이다. 환자의 경제적인 면을 고려한 것이다.

아울러 아시아인을 위한 새로운 기술인 유핵정(tab-in-tab)이란 점도 큰 강점이다. 플라빅스에이는 아스피린이 위에서 녹지 않도록 아스피린층 위에 클로피도그렐층을 입히는 기술을 적용했다. 당초 환자들이 아스피린을 복용할 때 호소했던 위장관계 장애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이 때문일까? 지난 8월 출시 후 플라빅스에이의 처방 추세는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200만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한 데 이어 9월 900만원, 10월 1000만원, 11월 1200만원, 12월 1400만원의 처방액을 올렸다. 

항혈전제 복합제 시장 판도는?

한편, 학계는 항혈전제 복합제 처방 시장 판도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노피의 플라빅스에이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창원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는 사노피가 플라빅스에이의 강점이라고 내세우는 유핵정 형태가 실제 위장관장애를 적게 한다는 데이터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플라빅스에이의 약동학 데이터가 없다는 점을 비판했다. 

정 교수는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을 따로 복용할 때와 플라빅스에이를 복용할 때의 차이점을 연구한 약동학 연구 자료가 없다"며 "한국에서 출시되는 제네릭 대다수는 약동학 데이터가 있는데 플라빅스에이는 그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건지, 없는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핵정 형태가 위장관장애가 적다는 것 역시 사노피 측의 주장일 뿐"이라며 "이미 클로피도그렐/아스피린 복합제가 많은 상황에 처방 패턴을 바꿀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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