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질 담보하기 위해 '전공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필수
"조건부 합격 등 수련 부실로 이어진다고 보지 않아"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성존 신임회장이 10월 31일 당선증을 받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운영 방 방안과 목표 등을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성존 신임회장이 10월 31일 당선증을 받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운영 방 방안과 목표 등을 밝혔다.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제28기 신임 회장으로 서울아산병원 한성존 전공의가 당선됐다. 본격적으로 꾸려진 대전협 집행부의 활동이 수련환경 개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대전협은 지난 10월 31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제28회 신임 회장 선거를 진행, 한 신임 회장 선출을 확정했다.

한 신임 회장은 지난해 6월 강경파인 박단 전임 비대위원장 사퇴 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전공의 복귀를 위한 정부 협상을 이끌어온 '온건파'로 평가받는다.

한 회장은 당선 소감에서 '질적인 수련 환경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환자를 무조건 많이 본다고 좋은 시대는 지났다"며 "전공의들의 1인당 환자 수를 명확히 정하고, 근로시간을 줄여 수련 환경을 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수련 아닌 근로에 집중된 환경, 시대 흐름에 안 맞아

한 신임회장은 당선증을 받은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전공의 수련 재개 이후 수련 환경 개선과 질 향상이라는 당면 과제 해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는 지난 1년 5개월 이상 이어져 온 의정 갈등 속에서 전공의들이 겪은 근본적인 수련 시스템의 모순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 회장은 현 수련 환경에 대해 "수련보다 근로에 집중된 환경을 바꿔야 한다"며 "시대의 흐름에 걸맞은 수련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련 과정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전공의노동조합 등 다른 의료인 단체뿐만 아니라 타 직종 청년 단체와도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임기 중 최우선 과제로는 지역협의회 활성화와 젊은의사정책연구원 설립을 제시했다. 젊은 의사들이 정책 현안에 대한 이해가 낮아 정책 과정에서 배제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 의사들이 정책에 관심을 갖고 이해해야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며 "연구원을 설립해 의료계 현안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젊은 의사 눈높이에 맞춰 현안을 전달하려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조건부 합격, 추가 수당 판결 등, 전공의 수련에 문제 안돼 

한 회장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2026년도 전문의 시험 조기 응시 방침에 수련 질 저하 우려나 특혜 시비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그는 조기 응시를 곧장 부실 수련으로 연결 짓기 어렵다고 선을 그으며, 수련 질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내용이 마련된다면 논란도 해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피수련자인 전공의에게 수련 질 담보에 대한 해답을 요구할 수는 없다"며 "대신 수련 지도자인 대한의학회가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이에 따라 전공의들이 남은 기간 수련에 임한다면 전문의로서 자격을 충분히 갖출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전공의 추가 수당 지급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일부 병원들이 경영 측면에서 전공의 감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 것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박했다.

그는 "전공의도 법적 기준에 따라 보수를 받아야 한다"며 "현재 전공의 월급 수준이 병원 경영에 부담이 되는 정도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0월 31일 대한의사회관에서 신임 집행부 회장 선거를 개표해, 한성존 신임 회장의 선출을 확정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0월 31일 대한의사회관에서 신임 집행부 회장 선거를 개표해, 한성존 신임 회장의 선출을 확정했다.

전공의 정원 문제 역시 "전공의 정원은 정부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서 전문의 배출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할 사안"이라며 "수련 시스템을 감당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수련병원으로 지정돼야 하며, 정부가 전공의 수련을 지원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미국의 경우 전공의들의 급여를 메디케어 등 의료보험 재정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전공의 수련의 질적 관리가 객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전공의 수련에 대해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의협 김택우 집행부와는 "전공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며 원만한 관계를 꾸려나가리라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의협의 범의료계 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가 다루는 현안과 대전협의 문제가 다르다며 회원 의견을 먼저 수렴해야 한다"고 밝혀 신중한 접근을 시사했다.

한 회장은 끝으로 "전공의 선발이나 전문의 시험처럼 현안이 쌓여 있다"며 "우리는 지금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중에 있다. 수련협의체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적극 참여해 그간 꼬인 매듭을 풀어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선거는 2023년 8월 제27기 회장 선거 이후 약 2년 만에 열렸으며, 10월 27일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전자투표로 진행됐다. 전체 선거인 8559명 중 4737명이 투표에 참여해 최종 투표율 55.4%를 기록했으며, 기호 1번인 이태수 후보(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전공의)는 1852표(39%), 기호 2번 한 후보가 총투표 4737표 중 61%인 2885표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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