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연구의사회, 'WtHR 포함 프레임워크' 한국인 적용 연구 진행
급여화 원론적 지지, 아직 시기상조... 건보재정 등 컨센서스 부족

대한비만연구의사회는 2일 삼성코엑스에서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대한비만연구의사회는 2일 삼성코엑스에서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GLP-1 비만치료제들이 잇따라 국내에 들어오면서 비만 치료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중이다. 임상 현장의 의사들은 효과적 비만 치료를 위해 기존 BMI 수치 기준이 아닌, 관련 질환 유병률에 초점을 둔 '임상 비만'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비만연구의사회는 2일 삼성코엑스에서 추계학술대회와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김민정 이사장은 "GLP-1 비만치료제가 도입되면서 전례 없이 비만 치료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는 동시에, 기존 BMI 기준 진단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며 "비만은 다양한 동반질환을 유발하는 복합 질환으로, 여러 요인을 반영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연구회는 한국인의 비만 진단 기준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조만간 관련 논문을 여러 곳에 투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상준 정책이사는 "복합 질환인 비만을 수치만 가지고 진단하는가 하는 근본적 의문이 제기돼 왔다"며 "2025년 란셋에서 새로운 비만 진단 프레임워크가 발표된 만큼, 해당 프레임워크를 한국인에 적용하고 BMI 진단과 비교해 효과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비만 진단은 BMI 25kg/㎡가 기준이며, BMI 30kg/㎡ 또는 BMI 27kg/㎡에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처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 란셋 당뇨병 및 내분비학 저널은 유럽비만학회(EASO) 등이 제시한 세 비만 진단 프레임워크를 소개했다. 해당 프레임워크는 비만 진단 시 BMI와 함께 허리둘레-신장 비율(WtHR)을 측정해 반영하고, 의학적·기능적·정신적 영역 등 임상 요인도 고려하도록 권고한다.

란셋은 이를 기준으로 BMI 수치가 기준 이하더라도 과도한 체지방으로 호흡곤란이나 심부전 같은 장기 기능 저하 증상이 있는 경우 비만으로 진단하는 '임상 비만'(clinical obesity)의 개념을 주장했다.

안 이사는 "이번 연구가 비만 진단 프레임워크와 개념을 한국에 적용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연구에는 비만연구의사회 집행부와, 바이오뉴트리온 김주영 대표, 아산병원 김아정 교수가 공동연구 진행했으며, 현재 '언더 리뷰' 단계로 내년 초 발표를 목표한다.

GLP-1 급여적용, 원론적으로 지지하나 시기상조

김민정 이사장
김민정 이사장

커지고 있는 GLP-1 비만치료제 시장과 역할 등도 언급됐다. 특히 급여 부분에 대해 의사회는 원론적으로 급여화가 이뤄져야 하는 건 맞으나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피력했다.

이철진 회장은 "가격 이슈로 미국에서도 질환자 중 5%만이 GLP-1 비만치료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적응증 환자 중 소수만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언젠가 급여화되기를 바라지만 건강보험 재정과 수가 적용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당장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 역시 "원론적으로 비만 환자에게 GLP-1 비만치료제 보험적용은 이상적"이라면서도 "개원의가 비만치료의 70~80%를 담당하고 있는데, 좋은 컨센서스가 마련된다면 적극 지지 하겠으나 건보재정 등 문제를 보면 아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이어트 시장에 편승해 비만치료제를 저렴한 가격에 나눠 처방하거나 판매하는 등의 시장 교란 문제의 심각성도 지적됐다.

김 이사장은 "비만 치료에서 건기식, 민간요법, 운동 등 비전문적 치료가 전체 80%, 한의까지 포함한 의료전문가에게 치료받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며 "전문가에게 정확하게 처방받고 치료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과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추계학술대회는 비만개론 및 각론, 비만치료 및 체형, 탈모피부쁘띠를 주제로 3개의 강의장과 '비만 전문 인증의 교육'이 함께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2023년 도입한 '비만 전문 인증의' 제도는 작년까지 총 200여명의 인증의를 배출했으며, 올해 3기를 맞았다.

이 회장은 "비만전문인증의들과 연속적 관계를 갖고 소통하려 한다"며 "최근 1기, 2기와의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학술위원을 위촉했고, 앞으로도 계속적 소통을 통해 함께 상생하는 관계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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