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공동판매로 ‘대사질환 시장’ 입지 강화
도입형 성장 모델 성공 경험…이젠 ‘내재화’가 관건

종근당 사옥 전경
종근당 사옥 전경

[메디칼업저버 문윤희 기자] 종근당이 노보 노디스크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를 품으며 도입(인라이선스) 품목을 통한 ‘외형 성장 시즌 2’에 본격 돌입했다. 단기 실적 상승과 함께, 도입 모델을 자사 연구개발(R&D)로 연결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종근당과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은 지난 10월 1일부터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국내 병·의원을 대상으로 공동 영업 및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종근당이 글로벌 혁신 신약의 국내 진입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고, 대사질환 시장 내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위고비는 체중 감소 효과와 심혈관 위험도 개선이 모두 입증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국내에서도 비만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종근당이 위고비 공동판매에 참여함으로써 대사질환 치료 시장 내 입지를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종근당과 노보 노디스크는 각각의 강점을 결합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근당은 전국 병·의원 기반의 폭넓은 영업망과 현장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으며, 노보 노디스크는 글로벌 임상 데이터와 마케팅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이러한 시너지를 통해 위고비의 국내 처방 확대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종근당이 자체 개발한 혈당강하제 ‘듀비에(성분 로베글리타존)’를 중심으로 한 대사질환 포트폴리오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종근당은 듀비에를 필두로 GLP-1 계열 등 차세대 대사질환 치료제를 주목해왔으며, 이번 공동판매를 통해 시장 진입 전략을 구체화했다는 평가다.

종근당의 ‘도입형 성장 모델’은 위고비를 계기로 한층 공고해지고 있다. 종근당은 과거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 외형 성장을 이끌어온 경험이 있다. 암젠의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 한국에자이의 치매치료제 아리셉트, 화이자제약의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 프리베나13에 대한 국내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들 약물은 각 치료 영역에서 시장을 주도하며 종근당의 안정적 매출 기반을 형성했다. 프롤리아는 국내 골다공증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강화했고, 치매치료제 아리셉트는 종근당의 인기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 백신 영역의 차세대 동력이 필요했던 영역에서도 프리베나13이 진입하며 종근당의 국내 클리닉 영업력을 재확인 하는 전개를 맞을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종근당은 도입 품목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하고 시장 대응력을 높여왔다”며 “위고비 공동판매는 대사질환 시장 진입의 교두보이자, 향후 신약 개발과 기술이전으로 확장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도입 품목은 단기 매출 상승에는 효과적이지만, 계약 종료 후 수익성 하락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도입 제품으로 확보한 자원을 자사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로 연결하는 ‘내재화 전략’이 관건으로 지목된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종근당이 위고비 공동판매를 통해 대사질환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는 동시에, 독자적 파이프라인을 글로벌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한 영업 협력을 넘어, 글로벌 제약사와의 경험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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