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임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최근 ‘리얼월드 근거 기반 한국인 비만 치료의 최신 지견’을 주제로 좌담회가 개최됐다. 임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를 좌장으로 김경민 교수(용인세브란스병원), 김원준 교수(강릉아산병원)의 강연이 이어진 후 강지현 교수(건양대학교병원)가 패널로 참여해 심도 있는 토의가 진행됐다. 본지에서는 이날의 강연과 토의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한국인 대상 Phentermine/Topiramate 복합제의 리얼월드 연구 결과
연자: 김경민 교수(용인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Phentermine/topiramate 복합제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식욕과 음식 섭취를 감소시키는 phentermine과, 신경전달물질 체계를 조절하여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내는 topiramate를 복합한 비만 치료제로, 무작위대조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를 통해 입증된 효능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재현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국내 10개 병원에서 phentermine/topiramate 복합제의 효능을 평가하기 위한 대규모 후향적, 리얼월드 연구가 수행되어 주목받고 있다(Kim KM, et al. Diabetes Obes Metab. 2025).
국내 리얼월드 연구에서 phentermine/topiramate 복합제의 유효성 및 안전성 확인
이번 연구는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가 27 kg/m2 이상이면서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비만 관련 동반질환(전당뇨병,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이 있는 18세 이상 성인 환자 1,83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차 평가지표는 치료 6개월 후 체중 변화였고, 2차 평가지표는 12개월 후 체중 변화, 6개월과 12개월 후 5% 및 10% 이상의 체중 감량 달성률, 6개월 후 대사지표의 변화였다.
Phentermine/topiramate를 5-6개월까지 복용한 환자는 48%, 12개월까지 치료를 지속한 환자는 21%였다. 실제 임상 데이터의 후향적 분석이라는 특성상, 약제의 최종 유지 용량이 환자의 내약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났다. 치료 6개월째 환자의 36%가 최고 용량(15/92 mg)을, 39%가 중간 용량(7.5/46 mg)을 복용했으며, 12개월째는 각각 51%, 30%로 나타났다. Phentermine/topiramate 치료 6개월 후 평균 체중 감소율은 7.9%였다. 특히, 5% 이상 체중 감량을 달성한 환자 비율이 6개월 후 56%에 달했고, 10% 이상 달성한 환자도 23%로 나타났다. 12개월까지 치료를 지속한 경우 평균 9.6%의 체중 감량을 달성했으며, 5% 이상 달성률은 65%, 10% 이상 달성률은 33%로 증가했다. 즉, 6개월 이상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 시 추가적인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Phentermine/topiramate 치료 6개월 후 체성분 측정에서는 제지방량과 체지방량 모두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제지방량 감소 정도가 체지방량 감소보다 적었다. 즉, 체지방량이 5.4±4.5 kg 감소하면서 근육량의 상대적 비율은 3.3±3.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치료 6개월 후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가 유의하게 낮아졌으며, 총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저밀도지단백질 콜레스테롤 수치도 유의하게 개선됐다.
여성, 젊은 연령, 높은 BMI, 비당뇨병에서 더 좋은 효과
치료 6개월 후 여성은 8.2%, 남성은 7.1%의 체중이 감량해 여성에서 더 높은 효과를 보였다(p<0.05). 40세 미만의 젊은 환자에서 가장 우수한 치료 반응을 보였고(5% 이상의 체중 감량 오즈비(odds ratio, OR) 2.20), 40-50세 환자가 50세 이상 환자에 비해 좋은 반응을 나타냈다(OR 1.72). BMI가 30-35 kg/m²인 환자와 BMI >35 kg/m2인 환자가 BMI <30 kg/m2인 환자보다 더 좋은 효과를 보였으며(OR 2.50-3.17), 당뇨병이 없는 경우 당뇨병 환자보다 효과가 더 우수했다(OR 1.60).
RCT인 EQUIP 연구에서는 최고 용량 투여 시 14.4%, 최저 용량 투여 시 6.7%의 체중 감량이 관찰된 반면, 이 연구에서는 치료 12개월 후 9.6%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었다. 이는 EQUIP 연구의 최저 용량과 최고 용량 사이에 해당되는 중간 정도의 효과로, 치료 12개월째 환자의 50%는 최고 용량 단계로 증량했지만 30%는 2단계 용량을 유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phentermine/topiramate 복합제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임상시험 결과와 유사한 효과를 나타냄을 시사한다.
전체 환자의 15.4%에서 경미한 이상사례가 보고됐고, 주요 증상은 감각이상 5.7%, 불면증 3.1%, 구강건조 2.6% 순이었다. 이상사례는 약물 순응도에 영향을 미칠 만큼 빈번하거나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았으며, EQUIP 또는 CONQUER 연구에서의 발생률보다 낮았다.
이번 연구를 통해 phentermine/topiramate 복합제는 RCT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만 관련 질환을 동반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리얼월드 연구에서도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됐다. 단순 비만부터 당뇨병을 동반한 비만까지 폭넓은 환자군에서 효과적인 체중 감량과 함께 대사지표 개선까지 달성할 수 있는 치료 옵션으로 기대한다.
QUEEN’s 연구: 국내 임상 4상 연구 결과
연자: 김원준 교수(강릉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비만 진단 기준은 BMI 30 kg/m2 이상인 반면, 한국에서는 BMI 25 kg/m2 이상을 비만으로 진단한다. 이에, QUEEN’s 연구에서는 국내의 비만 기준을 적용하여 BMI 25 kg/m² 이상인 한국인 성인 232명을 대상으로 8개 병원에서 56주간 phentermine/topiramate 복합제의 효과를 평가하는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4상 임상시험을 진행했다(Hong S, et al. Diabetes Obes Metab. 2025). 2형당뇨병 환자 중에서는 metformin 외에 다른 당뇨병 약제를 복용하는 환자를 배제했다.
대상 환자 232명을 치료군과 위약군으로 분류하여, 각각 108명, 111명을 추적 관찰했다. 약제 허가사항에 준해 치료 시작 전 12주간의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이후 치료군은 phentermine/topiramate를 1단계(3.75/23 mg)로 2주간, 2단계(7.5/46 mg)로 12주간 투여했다. 14주 차에 3% 이상 체중 감량을 달성한 환자는 2단계를 56주까지 유지했고, 미달성 환자는 3단계(11.25/69 mg)를 2주간 투여하고 4단계(15/92 mg)로 증량하여 56주까지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차 평가지표는 phentermine/topiramate 투여 후 56주째 체중 변화율이었다.
주요 연구 결과
종료 시점까지 각 군에서 27명의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여 각각 81명, 84명의 환자가 유지됐다. 두 군의 환자 특성은 유사했고, 기준 시점의 체중은 평균 83 kg, BMI는 평균 30.3 kg/m2이었다.
치료군은 56주 차에 8.3%의 체중 감량을 달성했으며, 이는 위약군의 2.3%에 비해 6% 정도 더 큰 감량 효과였다<그림 1>. BMI도 위약군 대비 1.8 kg/m2 정도 더 낮았다. 체중이 5% 이상 감소된 환자 비율은 치료군 68.5%, 위약군 25.0%였고(OR 6.4, p<0.001), 10% 이상 감소된 환자 비율은 치료군 34.2%, 위약군 6.5%로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OR 7.4, p<0.001).
치료군은 위약군보다 허리둘레가 3.3 cm (p=0.0048), 복부 내장지방이 27.0 cm² (p=0.002), 체지방률은 4.0% (p<0.001) 더 감소했다. 또한 치료군에서 당화혈색소가 0.13% (p=0.010), 공복혈당이 4.3 mg/dL (p=0.041) 더 감소했다.
당뇨병 환자의 52주 차 체중 변화는 -7.11%로, 당뇨병이 없는 환자 -5.76%에 비해 체중이 더 크게 감소했다. 당뇨병 환자에서 치료군은 위약군에 비해 당화혈색소가 0.48% (p=0.0062), 공복혈당이 14.47 mg/dL (p=0.0633) 더 감소했다.
하위 분석 결과, BMI가 25-26.9 kg/m²인 군에서는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n=10)와 당뇨병 환자(n=6)에서 유의한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BMI가 27-29.9 kg/m²이면서 동반질환이 없는 환자군(n=55)에서는 치료군이 위약군에 비해 체중이 4.38% 더 감소하여 유의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부작용 발생은 치료군에서 높았으며, 어지러움 11.5%, 두통 10.6%, 감각이상 10.6%, 구강건조 10.6% 등 주로 신경계 부작용이 보고되었다.
BMI 25 kg/m2 이상의 환자에서 phentermine/topiramate의 효과 확인
Phentermine/topiramate의 주요 임상시험인 CONQUER, EQUIP과 달리 QUEEN’s는 BMI 25 kg/m2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기준 시점의 평균 체중은 83.9 kg으로 CONQUER 103 kg, EQUIP 116 kg에 비해 낮았고, BMI도 30.4 kg/m²로 CONQUER 36.6 kg/m², EQUIP 42.0 kg/m²에 비해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 이상의 체중 감소 달성률은 68.5%로 우수한 결과를 보였으며, 부작용 발생률도 기존 연구들에 비해 낮았다.
국내 4상 임상인 QUEEN’s 연구는 phentermine/topiramate 복합제가 BMI 25 kg/m² 이상의 한국인 비만 환자들에 대해 우수한 치료 효과와 양호한 안전성을 보임을 확인했다. 특히 동반질환이 없는 BMI 27 kg/m² 이상의 비만 환자에서 효과가 입증됐다. 향후 BMI 25-27 kg/m²의 비만 관련 합병증을 가진 환자군에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Panel Discussion
패널: 강지현 교수(건양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임수 교수: QUEEN’s 연구와 국내 리얼월드 연구에서 5% 이상 체중 감량을 달성한 환자 비율이 각각 68.5%와 65%로 비슷했고, 10% 이상 감량한 환자 비율도 34.2%와 33%로 매우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큐시미아®의 체중 감량 효과가 엄격히 통제된 RCT 환경뿐만 아니라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Q: QUEEN’s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와 비당뇨병 환자의 체중 감소 효과가 리얼월드 연구와 다소 다르게 나타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원준 교수: CONQUER, EQUIP 연구와 국내 리얼월드 연구에서는 비당뇨병 환자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더 우수하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QUEEN’s 연구에서는 당뇨병 환자가 비당뇨병 환자보다 체중 감소율이 더 컸습니다. 이는 QUEEN’s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이 초기 당뇨병 단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혈당 관리를 받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김경민 교수: QUEEN’s 연구의 당뇨병 환자는 metformin만 복용하는 경증 환자인 반면, 리얼월드 연구에서는 sodium glucose co-transporter-2 (SGLT-2) 억제제까지 사용하는 중등증 환자들도 포함됐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Q: 체중 감량 시 불가피한 근육량 감소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고, 이런 측면에서 큐시미아®는 환자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지요?
김원준 교수: 체중이 줄어들면 지방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근육도 함께 빠지게 됩니다. 큐시미아®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지방과 근육이 모두 감소하지만, 전체적인 비율로 보면 근육이 빠지는 정도가 덜한 편입니다.
김경민 교수: 근육은 대사 기관(metabolic organ)이기 때문에 근육량이 너무 감소하면 대사 저하로 인해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큐시미아®를 복용하면 체지방보다 근육이 덜 감소하여 복용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육의 비율이 높아지므로 체중 감량 효과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강지현 교수: 다른 관점에서, 근육량 감소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 kg이던 환자가 30 kg 정도 체중을 감량하게 되면, 움직여야 하는 체중이 줄어들면서 필요한 근력도 감소합니다. 즉, 근육량 감소가 신체의 보상 작용에 의한 자연스러운 적응 과정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측정상의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가 ‘근육량’이라고 측정하는 것은 지방이 아닌 모든 조직을 포함하는 개념(제지방)이기 때문에, 근육 내 지방조직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근육 내 지방이 감소한 것이라면, 이는 오히려 근육의 질적 개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Q: 다른 비만 치료제와 큐시미아®의 병용 투여가 가능할까요?
김경민 교수: 비만 치료제는 병용 투여에 대한 허가사항이 없기 때문에, 비만 치료제로 허가받은 위고비®와의 병용 투여는 어렵지만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받은 오젬픽®과의 병용 투여는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