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병원 대다수가 규제 때문에 CT 사용 못해
상급병원 전원도 어려워 골든타임 내 치료 차질 심각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CT(컴퓨터단층촬영) 과잉 사용 논란이 제기되자,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정작 다수의 소아청소년병원은 CT 장비가 없어 치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협회는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일부 언론이 보도한 CT 과잉 사용의 문제의식에는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골든타임 내 CT 검사가 꼭 필요한 환자에게 적시에 검사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국 120여 개의 소아청소년병원 상당수는 CT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성인 중심의 의료 규제 구조 탓에 장비를 설치하거나 사용하는 데 제도적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협회는 "충수염, 장중첩증, 장회전 이상 등 초음파만으로는 진단이 어려운 해부학적 이상을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CT 촬영이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규제로 인해 현장에서는 환자를 눈앞에 두고도 촬영을 하지 못해 애만 태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원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청과 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해 소아 응급환자의 상급병원 전원이 원활하지 않으며, 전원되더라도 수 시간 이상 지체되는 사례가 흔하다.
협회는 CT 사용 남용을 경계한 미국소아과학회(AAP)의 'Choosing Wisely' 캠페인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의 문제 제기에 "방향 자체는 옳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장의 현실까지 감안한 균형 잡힌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용재 회장은 "소아환자 중에는 반드시 골든타임 내 CT 검사가 필요한 사례가 존재한다"며 "정작 CT 장비가 없어 진단과 치료의 결정적 시기를 놓치는 일은 결코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단순히 장비 유무가 아니라, 필요한 곳에서는 허용되지 않고 불필요한 곳에서는 남용되는 제도 구조"라며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Choosing Wisely라면 '하지 말라'는 권고만이 아니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절박한 현장의 목소리도 함께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