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메디케어 수혜자 대상 연구 결과, 가바펜틴 대비 심부전 위험 1.48배 높아
美 연구팀 "통증 치료 위한 리리카 처방 전 심혈관질환 위험 평가해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신경병성 통증 치료제 리리카(성분명 프레가발린)를 복용하는 노인 환자는 심부전 발생에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메디케어 수혜자 대상의 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 비암성 만성 통증을 앓고 있는 노인 환자 중 리리카를 복용한 이들은 또 다른 신경병성 통증 치료제인 가바펜틴 투약한 환자들과 비교해 심부전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미국심장협회(AHA)와 유럽의약품청(EMA)이 리리카의 심부전 발생 가능성에 주의를 요한 가운데, 이번 연구는 리리카 처방 전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는 JAMA Network Open 8월호에 실렸다(JAMA Netw Open 2025 Aug 1;8(8):e2524451).
AHA, 리리카를 심부전 악화시킬 수 있는 약물로 분류
EMA, 심혈관계 합병증 있는 노인 환자서 리리카 치료 주의해야
비마약성 진통제인 리리카와 가바펜틴은 만성 통증 치료에 활용하는 가바펜티노이드 제제다. 두 치료제는 말초부종과 심부전 등 심혈관계 이상반응과 연관됐다고 알려졌다.
리리카는 가바펜틴보다 효능이 크고 α2δ-1 서브유닛에 결합력이 강하다고 보고된다. α2δ 서브유닛은 동맥과 심실 심근세포에서 발현되는 L형 칼슘 채널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이 같은 기전 차이에 따라 리리카의 심혈관계 이상반응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고 추정된다.
심부전의 경우 리리카가 가바펜틴보다 더 위험이 큰지에 대한 근거는 제한적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6년 AHA는 리리카를 심부전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약물로 분류했다. EMA도 심부전 위험을 고려해 심혈관계 합병증이 있는 노인 환자에게 리리카 투약 시 주의하도록 당부했다.
이 같은 권고에도 불구하고 두 약물을 비교한 연구들은 치료 적응증을 신경병증 또는 발작 등으로 제한해 분석했고, 심부전에 대한 엄격한 정의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심부전 병력이 있는 환자를 배제했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진행된 이번 대규모 후향적 코호트 연구는 심부전 병력이 없고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이 높은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리리카와 가바펜틴의 심부전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심혈관질환 병력 있는 노인 환자, 리리카 복용 시 심부전 위험 1.85배↑
대규모 후향적 연구에는 2015~2018년 미국 메디케어 수혜자 중 비암성 만성 통증으로 리리카 또는 가바펜틴을 새롭게 처방받았고 심부전 병력이 없는 65~89세 24만 6237명의 데이터가 포함됐다. 리리카 신규 복용자는 1만 8622명(7.6%, 리리카군), 가바펜틴 신규 복용자는 22만 7615명(92.4%, 가바펜틴군)이었다. 여성이 66.8%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중앙값 나이는 73세였다.
1차 목표점은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응급실 방문으로, 2차 목표점은 외래에서 심부전 진단 그리고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으로 설정했다.
분석 결과, 11만 4113인년 추적관찰 동안 1470명이 심부전으로 입원하거나 응급실에 내원했다. 심부전 발생률은 1000인년당 리리카군 18.2명, 가바펜틴군 12.5명으로, 심부전 발생 위험은 리리카군이 1.48배 유의하게 높았다(aHR 1.48. 95% CI 1.19~1.77).
계층화 분석에서 가바페틴군과 비교한 리리카군의 심부전 발생 위험은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다면 1.85배(aHR 1.85; 95% CI 1.38~2.47), 백인이라면 1.65배(aHR 1.65; 95% CI 1.32~2.05), 여성이라면 1.57배(aHR 1.57; 95% CI 1.23~2.00) 의미 있게 높았다.
이와 함께 외래에서 심부전 진단 가능성은 리리카군이 가바펜틴군 대비 1.27배(aHR 1.27; 95% CI 1.02~1.58) 유의하게 컸다. 하지만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두 군 간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aHR 1.26; 95% CI 0.95~1.76).
연구를 진행한 미국 컬럼비아대학 Elizabeth E. Park 박사는 "비암성 만성 통증 환자 대상의 대규모 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 리리카를 새롭게 복용하기 시작한 환자군의 심부전 발생 위험은 가바펜틴을 투약한 환자군보다 유의하게 컸다. 특히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군에서 위험이 두드러졌다"며 "이번 결과는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노인 환자에게 리리카 처방 시 주의해야 한다는 EMA 권고를 뒷받침한다"고 정리했다.
"리리카 처방 전 노인 환자와 위험·혜택 관련 논의 이뤄져야"
이번 연구는 리리카 처방 전 신중한 심혈관질환 위험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Park 박사는 "의료진은 만성 통증 치료를 위해 리리카를 처방할 때 심혈관질환 위험을 지속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면서 "노인 환자와 리리카의 위험과 혜택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웨일코넬의대 Robert S. Zhang 교수는 논평을 통해 "두 가지 가바펜티노이드 제제의 심혈관계 안전성을 평가한 이번 연구는 시기적절하며 임상적으로도 의미 있다"며 "노인에서 가바펜티노이드 제제 사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다제약물 사용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리리카가 새로운 심부전 발생과 연관 있다면 증상이 없었던 심혈관질환이 리리카 치료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처방 전 신중한 심혈관질환 위험 평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