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틸페니데이트 비급여 처방 필수적인 환자군도 있어
"진단 기준 엄격해야 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아쉬워"
[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최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처방량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임상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은 처방이나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치료제 공급 지연을 두고도 과잉 처방이 원인이 된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반면 처방량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오히려 현재 치료 환경은 적절한 치료제를 공급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ADHD 치료제 다양한데 '품절 이슈' 이어진 이유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발표한 ADHD 한국형 치료 권고안 개정안(2017)에 따르면, ADHD 환자에게 우선 권고되는 약제는 △메틸페니데이트 △아토목세틴 △클로니딘 및 구안파신 △부프로피온 등이 있다.
이 중 구안파신은 아직 국내에서 허가를 받지 못했고, 그 외 속효성 제제는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65세 미만 성인 ADHD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것은 메틸페니데이트와 아토목세틴 지속형 제제뿐이다.
충남대병원 권국주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ADHD는 오랫동안 소아청소년 질환으로 인식돼 성인 환자로 치료제 사용 범위가 넓어진 것은 약 20년밖에 안 됐다"며 "ADHD는 신경발달장애에 속하는 질환으로, 성인 ADHD는 소아청소년 때 발생하는 증상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중추신경자극제에 속하는 메틸페니데이트 제제로는 △콘서타 △메디키넷 △비스펜틴 △페니드 △페로스핀 등이 있지만, 성인에게는 콘서타와 메디키넷만 처방할 수 있다. 선행 연구에서는 암페타민과 효과가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아토목세틴은 비중추신경자극제로, 메타분석에서 메틸페니데이트 대비 치료 효과가 약간 낮은 것으로 보고됐으나 약물 남용 및 심혈관계 부작용 측면에서는 더 안전하다고 평가된다. △스트라테라 △아토목신 △환인아토목세틴 등이 국내에서 시판된다.
메틸페니데이트는 효과 크기가 0.8~0.9 정도로 아토목세틴(0.6~0.7) 대비 높아 일차적으로 더 많이 처방된다. 최근 국내에서 공급 지연이나 품절 등 이슈가 이어진 것도 메틸페니데이트 제제다. 도파민 시스템을 직접 자극하는 각성제 계열에 속해 약효가 빠르고 아침부터 오후까지 효과가 이어지는 지속형 제제에 대한 환자 선호도 역시 낮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권 교수는 "메틸페니데이트 제제가 여러 문제로 국내에서 많이 철수한 상황"이라며 "성인 환자에게 처방 가능한 제품이 제한적인 가운데 최근 중국 시장이 성장하며 치료제 물량이 중국에 우선 공급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콘서타 재고 부족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메디키넷으로 교체 처방한 경우도 상당수"라며 "잘못된 인식이 퍼져 오남용 문제가 제기된 경우도 있지만, 공급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유숙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만약 오남용 때문에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면 현재도 그런 상황이 지속돼야 한다"며 "그러나 올해 들어 콘서타 수급량이 늘면서 상황도 안정화됐다. 특히 같은 성분인 메디키넷은 품절 문제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불필요한 오냠용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환자 증가 VS 오남용? "처방량 증가 원인 다양할 수 있어"
ADHD 치료제 처방량 증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서 여러 차례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지난 2023년 기준 ADHD 치료제의 비급여 처방률이 45.2%에 달하며,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는 환자의 1인당 처방량보다 비급여 환자의 처방량이 2배가량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ADHD 치료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소위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지며 실제 환자가 아닌데도 비급여로 처방받는다는 일각의 우려를 반영한다. 그러나 실제 임상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메틸페니데이트 등 ADHD 치료제를 비급여로 처방받을 수밖에 없는 환자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성인 환자에게 속효성 제제를 처방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이외에 파킨슨병, 기면증, 노인 우울증 등에서도 메틸페니데이트를 사용한다"며 "이는 급여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전부 비급여로 처방되는 항목"이라고 말했다.
특히 ADHD에서는 90일 이상 장기 처방이 불가능하지만, 파킨슨병 등 신경과에서 진료하는 일부 질환의 경우 최대 180일까지 처방할 수 있어 1인당 처방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비급여 처방량 증가를 무조건적으로 오남용과 연관지을 수 없다는 취지다.
정 교수는 "과거에 비해 ADHD 인지도가 높아진 측면도 있고, 일부 일차 의료기관에서는 환자 본인이 비급여 처방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록을 남기지 않기를 원하는 환자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ADHD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문제의 원인을 무작정 오남용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국가 통계나 주변 상황을 보면 ADHD 치료제 처방량은 물론 관련된 인식이나 접근성 등이 모두 높아졌다고 느낀다"며 "다만 성인 환자에서 속효성 제제 처방이 불가하거나 신약 도입이 늦어지는 점, 메틸페니데이트가 듣지 않는 환자에서 암페타민 제제가 허가되지 않는 상황 등은 아쉬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속효성 제제는 오남용 우려가 높아 성인 환자에서는 처방이 금기된다. 현재 시판되는 지속형 제제는 약 8~12시간 효과가 지속되지만, 오전에 약제를 복용하면 저녁에는 효과가 떨어져 생활에 불편을 겪는다. 또 일차 의료기관에서 효과를 보지 못해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하는 경우에도 속효성 제제 처방이 불가능해 치료 효과를 경감시킨다.
권 교수는 "처방 시 엄격하게 진단 기준을 적용하고 오남용 문제를 고려해 처방해야 하는 건 맞다. 의사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소아청소년 ADHD 환자도 결국 성인이 되고, 절반가량은 증상이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일괄적으로 처방을 막아둔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암페타민 제제의 경우 마약류로 분류돼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아예 허가되지 않았다. 이는 마약 확산의 선제적 예방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 조치지만, 역으로 치료제가 필요한 성인 환자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추가로 받으려면 대규모 무작위 임상연구(RCT) 데이터가 필요한데 ADHD 치료제는 새롭게 국내 RCT를 진행할 만한 동력이 부족하다"며 "암페타민도 해외 데이터를 보면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지만, 국내에선 마약이라는 인식이 강해 문화적 특성을 배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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