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醫 "유명인 발언이 편견 키워 환자 치료 기회 뺐을 수 있어"
ADHD 치료제와 물질남용 관계성 낮아, 오히려 다른 중독 위험성 낮춰줘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ADHD 치료제가 마약으로 가는 입문 경로가 될 수 있다는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발언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왜곡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공인의 무책임한 발언은 정신과약물에 편견을 키워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앗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신건강과의사회는 17일 성명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마약예방치유단체 은구의 남경필 대표(전 경기도지사)는 지난 16일 MBC '뉴스투데이'에 출연해 ADHD약을 통해 마약 입문하게 될 수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정신건강과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수십 년간의 연구와 대규모 분석에 따르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치료제를 복용한 ADHD 환자들이 향후 불법 마약, 알코올, 담배 등의 물질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근거는 없다"며 "오히려 일부 연구에서는 적절한 치료가 향후 약물 남용 위험을 낮춘다는 보호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고 반박했다.
UCLA 연구진이 2500명 이상의 ADHD 아동을 수년간 추적한 연구에서 치료제 복용 여부와 향후 알코올, 니코틴, 마리화나, 코카인 등의 사용 위험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으며, 스웨덴 국가 코호트 연구에서는 오히려 치료제를 복용한 ADHD 환자가 복용하지 않은 환자보다 향후 물질남용 위험이 31% 낮다는 게 확인됐다. 이는 복용 기간이 길수록 보호 효과가 강했다.
의사회는 "마리화나 등 비교적 약한 약물이 강한 마약으로의 이어진다는 '게이트웨이 드럭'(Gateway Drug) 가설은 ADHD 약물에 적용하기 어렵다"며 "ADHD 자체가 충동성, 위험행동, 환경적 취약성을 동반하는 질환으로 치료받지 않을 경우 오히려 물질남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회적 영향력이 큰 공인일수록 과학적 사실과 의료적 윤리에 근거해 발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인이나 영향력 있는 인사의 발언은 환자와 가족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의사회는 "실제로 ADHD 치료제에 대한 오해와 낙인으로 필요한 치료를 회피하거나 중단하는 사례도 많다"며 "ADHD 치료제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와 오해가 사라지고, 환자들에게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치료 기회가 보장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