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 16~17일 개최
고혈압 전단계,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관리 부족할 수 있어
"젊은 남성·높은 이완기혈압·BMI 등인 고위험군은 약물치료가 도움 될 것"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고혈압 진행 위험이 높은 고혈압 전단계 성인이라면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고혈압 전단계 성인은 생활습관 교정이 기본이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고위험군이라면 약물치료가 고혈압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 유럽 등 국외 가이드라인에서 고혈압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도록 권하고 이에 따른 목표혈압을 낮추고 있어, 고혈압 전단계부터 조기 개입과 적극적 치료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안유란 교수(순환기내과)는 16~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고혈압 전단계의 약물적 치료 대상 선별 및 치료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日 연구 결과, 높은 DBP·BMI인 젊은 남성 고혈압 위험 높아
국내외 연구에서는 고혈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고혈압 전단계 환자 특징을 조사해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있다.
미국 내 고혈압이 없는 성인을 대상으로 4년 동안 고혈압 발생률을 조사한 프래밍험 심장병 연구 결과, 65세 이상 고령이 65세 미만의 젊은 성인보다 발생률이 높았다. 또 등록 당시 혈압이 높을수록 고혈압 진행 위험이 컸다. 이는 고혈압 환자가 아니어도 정상보다 높은(high normal) 혈압인 성인이라면 고혈압 선별검사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65세 미만은 체질량지수(BMI)가 높을수록 고혈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컸다. 체중 증가는 65세 미만의 젊은 성인뿐 아니라 65세 이상 고령에서도 고혈압 진행 위험과 유의하게 연관됐다.
이와 유사하게 일본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고혈압이 아닌 60세 미만인 경우 이완기혈압이 높다면 고혈압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 30세 미만에서는 남성, 높은 BMI가 고혈압 발생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단백뇨는 전체 연령대에서 고혈압 발생 위험을 높이는 위험요인이었다.
안유란 교수는 "일본 연구 결과, 비교적 젊은 성인이면서 이완기혈압이 상승했고 BMI가 높은 남성이라면 고혈압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BMI 자체가 젊은 성인의 고혈압 위험을 높임을 확인한 프래밍험 심장병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며 "고령에서는 수축기혈압이 높은 여성이라면 고혈압 전단계에서 고혈압으로 진행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성인을 대상으로 고혈압 전단계에서 고혈압으로 진행 위험을 분석한 코호트 연구 결과, 남성보단 여성의 고혈압 이환율이 높았다. 또 나이와 높은 BMI, 높은 맥압, 당뇨병, 고혈압 가족력 등이 고혈압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약물치료로 고혈압 진행 지연…중단 시 혈압 상승
고혈압 전단계 성인은 고혈압 진행을 막기 위해 기본적으로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하지만 고혈압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면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충분하지 않아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이는 고혈압 전단계 성인을 대상으로 약물치료를 진행할지 조사한 연구 결과가 근거가 된다.
먼저 TROPHY 연구는 고혈압 전단계 성인을 첫 2년 동안 ARB인 칸데사르탄 복용군과 위약군으로 나눠 치료를 진행했고 이후 2년간 두 군 모두 위약을 투약했다. 분석 결과, 첫 2년 동안 고혈압 누적 발생률은 칸데사르탄군 13.6%, 위약군 40.4%로 차이가 나타났다. 이후 2년 동안 치료를 중단하면 고혈압 발생률은 칸데사르탄군 53.2%, 위약군 63%로 격차가 줄었다. 즉, 약물치료를 통해 고혈압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음을 시사했다.
덴마크 DHyPP 연구는 18~36세이며 부모가 고혈압 병력이 있는 고혈압 전단계 성인을 대상으로 칸데사르탄과 위약 치료에 따른 고혈압 발생 가능성 비교했다. 1년 치료 결과, 칸데사르탄군의 혈압이 유의하게 감소했고 고혈압으로 진행이 지연됐다. 하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혈압이 상승해 약물 효과가 지속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단, 좌심실 질량 지수(LV mass index)는 칸데사르탄군이 더 낮게 유지돼 장기간 심장구조 보호 가능성을 시사했다.
PHARAO 연구는 50세 이상 고혈압 전단계 성인을 대상으로 ACE 억제제인 라미프릴이 고혈압을 예방 또는 지연시키는지 조사했다. 3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주요 심혈관계 사건 위험 차이는 없었지만 라미프릴군의 고혈압 발생이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STAR CAST 연구는 치료받지 않은 경도 고혈압 그리고 가족력이 있는 30~59세를 대상으로 칸데사르탄과 CCB인 니페디핀 등 항고혈압제 1년 치료 이후 중단에 따른 고혈압 발생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칸데사르탄군이 니페디핀군보다 고혈압 진행이 지연된 것으로 조사돼 ARB가 CCB보다 고혈압 발생을 막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약물치료는 고혈압 진행을 늦출 수 있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혈압이 다시 상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혈압 예방 위해 '인구집단'·'고위험군' 접근법 고려해야
안 교수는 고혈압 예방을 위한 치료전략으로 인구집단 접근법(Population strategy)과 고위험군 접근법(High-risk strategy)을 고려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인구집단 접근법은 정규분포에서 질환 발생 분포가 높은 방향으로 치우친 그래프 전체를 낮은 방향으로 이동시키는 방법으로, 전체 인구 수준에서 관리하는 접근법이다. 고위험군 접근법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을 선별해 개별적으로 치료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안 교수는 "유병률이 높은 고령 여성, 특히 수축기혈압 영향을 받는 고혈압 전단계는 잠재적으로 심혈관 부담이 클 수 있어 인구집단 접근법을 고려해 전체적으로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젊은 남성, 특히 이완기혈압이 상승했고 BMI가 높은 고혈압 전단계 성인은 상대적 고혈압 위험은 낮을지라도 절대적 위험이 높다.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므로 면밀하게 추적관찰하며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