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임상현 교수
가톨릭의대 임상현 교수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은 2018년 발표된 이후 2022년 업데이트를 거쳐, 2026년 새롭게 개정된 진료지침이 발표될 예정이다. 고혈압 진료지침은 고혈압 진단 및 치료, 관리에 대한 가능한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한다.

문화적, 사회적 및 지리적 특징에 따라 고혈압 위험요인과 관리패턴이 달라서, 국제적인 진료지침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나라, 인종, 민족 그리고 사회적 상황에 따른 특징을 고려한 우리나라 환자와 국민을 위한 진료지침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유럽고혈압학회(European Society of Hypertension: ESH)에서는 세계고혈압학회와 유럽신장학회의 지지를 받아 2018년 유럽심장학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ESC)와 함께 발표한 고혈압 진료지침을 업데이트해 ESC와는 별개로 2023년 고혈압 진료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내용이 방대하고 실질적으로 임상현장에서 적용하기 힘들어, 2024년에는 ‘ESH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arterial hypertension’이라는 새로운 요약본을 제시했다.

 2023년 발표된 진료지침이 고혈압 전문가를 위한 것이라고 하면, 2024년 요약본은 일반의(가정의, 일반의, 내과의 등)를 비롯한 의료 종사자나,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분들에게 알기 쉽게 요약한 그림과 표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실질적으로 다양한 질환을 다뤄야 하는 일반의의 경우 각 질환에 대한 다른 진료지침이 있어서 이를 숙지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20페이지 정도의 알기 쉬운 요약본이 있으면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어서, 그런 이유로 새롭게 정리된 요약본을 알기 쉬운 그림이나 표를 중심으로 정리해 정확한 진단, 평가 및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발표했다.

반면 ESC는 2024년 8월 유럽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 2018년 ESH/ESC 고혈압 진료지침을 토대로 의료 전문가가 고혈압을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했다.

2024년 업데이트된 진료지침은 새롭게 도입한 ‘상승된 혈압 (elevated blood pressure (BP))’ 개념과 함께 혈압에 대한 새로운 단순화된 분류를 제공했다. 그리고 elevated BP와 고혈압이 있는 개인의 진단, 평가 및 관리 프로세스를 제공했다.

최근 업데이트 된 ESH와 ESC 고혈압 진료지침은 서로 비슷하면서 다른 내용들이 있어서, 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서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의 새로운 업데이트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1. 혈압 분류 및 진단기준

2023년 ESH 진료지침에서는 2018년과 큰 변화는 없었으나, 2024년 ESC 진료지침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제목이다.

그 동안 사용한 ‘arterial hypertension’을 ‘elevated BP’와 ‘hypertension’으로 변경해, 혈압으로 인한 심혈관질환(Cardiovascular disease: CVD) 위험을 “정상혈압” 대 “고혈압”의 이분법적 척도가 아닌, 지속적인 노출 척도를 반영해 구분하여 이를 강조했다.

그 이유로는 실제로 CVD 위험이 높고 혈압수치가 높지만, 그 수치가 일반적인 고혈압의 정의(140/90mmHg)에 미치지 못하는 환자에서 혈압강하 약물의 이점을 입증하는 최신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상승된 혈압(elevated BP)’이라는 새로운 혈압 범주가 도입됐는데, 이는 진료실 수축기혈압(Systolic BP: SBP)은 120-139mmHg 또는 이완기혈압(Diastolic BP: DBP)이 70-89mmHg인 경우로 정의돼, 우리나라 주의혈압(120-129/< 80mmHg)과 고혈압전단계(130-139/80-89mmHg)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반면 고혈압은 기존 정의(진료실 SBP≥140mmHg 또는 DBP≥90mmHg)대로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고혈압의 정의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그 전 혈압단계에서 보다 철저한 검사 및 철저한 관리가 필요 할 것으로 보인다.

2. 혈압 측정 및 진단

혈압은 무엇보다 정확한 방법으로 정확한 자세로 인증된 혈압계를 사용해 측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ESH와 ESC 진료지침 모두 그림을 포함해 자세히 설명했다.

 진료실혈압의 문제점에 대해 많은 부분 인식을 하고 있어서 진료실 밖 혈압, 즉 가정혈압 측정과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의 진단적 가치가 더욱 더 강조되고 있어서, 고혈압의 진단과 치료 및 모니터링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처음 고혈압 진단 단계에서 뿐만 아니라 고혈압 약물치료 중인 환자에서도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의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진료실 밖 혈압 측정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가정혈압의 경우 추후 이루어질 수도 있는 원격진료 및 치료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커프가 없이 혈압측정이 가능한 cuffless 혈압계가 개발돼 임상적용 중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반지형으로 24시간 활동혈압계 보험수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2023년 ESH 진료지침에서는 권장등급 class III로 아직은 권장하지는 않고 있고, 2024년 ESC 진료지침에서도 고혈압의 진단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상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임상현장에 쓰여지는 상태로, 많은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검증이 되면 그 권장 정도는 변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환자의 평가에 있어서 적절한 실험실 검사와 병력, 진찰 등을 통해 심혈관 위험도 평가는 매우 중요하며, 이는 추후 치료시작 시기, 목표혈압 및 약물선택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최근 이차성 고혈압의 중요성에 대해 진료지침들은 그림과 함께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일차성 알도스테론혈증 환자의 유병률이 높음을 감안해, 확진된 고혈압이 있는 모든 성인에게 일차성 알도스테론증에 대한 스크리닝을 고려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중요한 이슈로 생각된다.

3. 치료

고혈압 치료의 시작혈압은 140/90mmHg 이상인 경우(80세 이상은 예외)이나, 특히 CVD를 가진 경우 그 이하의 혈압단계에서도 항고혈압제를 투여할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경우 고혈압전단계이면서 CVD가 없는 고위험군에서 항고혈압제 사용 여부는 보다 많은 근거가 필요하다.

목표혈압의 경우 과거 모든 환자에서 초기 혈압목표를 <140/90mmHg로 설정하고, 견딜 수 있는 경우 대부분의 <65세 개인에서 SBP를 120-129mmHg로 설정하고 DBP는 80mmHg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권장했다.

그러나 2023년 ESH 진료지침은 18~64세의 경우 120-129/80mmHg, 65~79세의 경우 <140/80mmHg (tolerable하면 SBP 목표를 120-129mmHg로 고려할 수 있음), 80세 이상의 경우 SBP 140-150mmHg로 업데이트했다.

2024년 ESC 진료지침의 경우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요구해 CVD의 10년 위험이 ≥10%이거나 고위험군(예: 당뇨병)에 속하는 합병증이 있는 환자는 혈압이 130/80mmHg 이상인 경우 항고혈압제 치료를 시작하고, 대부분의 성인환자에서 120-129/70-79mmHg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의 경우 SBP를 120-129mmHg로 낮출 것을 권장했다.

그리고 최근 고령화로 인한 노쇠(Frail) 환자의 증가에 따라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80세 이상 고령자, 허약한 환자, 기대수명이 제한적인 환자 등에서는 개별화된 목표 설정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2024년 ESC 진료지침에서는 노쇠 정도를 평가하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역시 우리 실정에 맞는 노쇠 평가법의 제시가 필요하다.

2024년 ESC 진료지침에서 새롭게 분류된 elevated BP인 경우 약물치료를 고려하기 전에 먼저 3개월 동안 생활습관 개선을 먼저 권장했다.

3개월의 생활습관 중재 후, 혈압이 높고 CVD 위험이 충분히 높은 성인(10년간 10% 이상)의 경우, 혈압이 130/80mmHg 이상인 것으로 확인된 사람에게는 CVD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약물치료를 통해 혈압을 낮추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혈압전단계에 속하는 군으로 적극적인 생활습관 개선은 강조되나 CVD가 없는 환자 대상의 약물치료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약제에 있어서 2023년 ESH 진료지침은 2024년 ESC 진료지침과는 다르게 베타차단제를 일차약제로 적극 사용할 것을 권고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도 같은 권고를 가지고 있다.

이는 특히 새로운 베타차단제의 장점을 중심으로 적응증 및 부작용을 고려해 권고해야 할 것이다.

최근 진료지침에서 초기부터 2제 병용요법을 특히 단일제형복합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2제 병용요법에 있어서 단일제형복합제 사용은 적극적으로 권고하지만, 합병증이 없는

1기 고혈압 초기부터 2제 병용요법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실태를 감안하고 부작용 측면을 고려해, 재고가 필요하다.

그 외에 SGLT2억제제가 심부전이나 당뇨병 및 만성콩팥병(Chronic Kindey Disease: CKD) 환자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되고 있고, 비스테로이드 무기질 부신피질호르몬 수용체 길항제인 케렌디아(finerenone)가 진료현장에서 당뇨병이 있는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사용되어지고 있는데, 심혈관 및 만성콩팥병 진행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추세다.

그 외에 신장 신경차단술(renal denervation)이 약물치료에 저항성을 보이는 고혈압 환자의 치료 옵션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그 사용이 매우 제한적이다.

4. 추적∙관찰

2023년 ESH 진료지침에서는 추적·관찰에 대해 자세히 기술했다. 목표혈압에 도달할 때까지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추적관찰을 하고, 2기 이상인 경우는 더 자주 관찰하도록 했다.

그리고 혈중 칼륨, 크레아티닌은 매년 최소 1-2회는 측정하도록 했고, 목표혈압에 도달하고 혈압이 안정적이면 3-6개월 간격으로 추적·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추적관찰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순응도가 낮아지는 부분이 있어서 주의가 요구되므로, 적극적인 가정혈압 측정을 통해 추적·관찰 간격이 길어질때 혈압조절 상태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5. 결론

2024년 ESC 진료지침에서는 이전 진료지침에서 일상적인 진료에서 많은 권장사항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실용적이고 환자 중심적이며 실행 지향적인 접근방식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우리나라 진료지침의 새로운 업데이트는 한국의 의료현실과 최신 국제 진료지침을 반영해 더욱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고혈압 진료지침을 마련하고자 다양한 의견수렴과 우리나라 논문을 포함한 자료수집 등을 통해 보다 유용한 고혈압 관리 지침을 제공하고자 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대한고혈압학회의 진료지침위원회와 유관학회의 논의를 통해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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