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 16~17일 개최
항암치료가 고혈압 유발…가정혈압·암 예후 등 고려해 약물치료 진행해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암치료 시 고혈압 발생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항암치료는 암 환자의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으로, 암 환자에게서 고혈압이 발생하면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암 환자의 생존율이 개선된 가운데 이제는 암으로 인한 사망보단 심뇌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이 더 높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고혈압을 관리하려고 항암치료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암 환자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항암치료와 관련된 고혈압 치료전략은 일반 고혈압과 달리 암 완치 가능 여부, 전이성 암 예후 등과 가정혈압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부산대병원 이선학 교수(순환기내과)는 16~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항암 치료와 관련된 고혈압 관리'를 주제로 발표했다.
VEGF 억제제 90%까지 고혈압 발생 보고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는 암에 대한 불안과 통증을 느끼고 수면장애 등을 겪는다. 이에 고혈압을 진단할 경우 이를 조절한 이후 24시간 혈압측정검사(ABPM) 또는 가정혈압을 측정해야 한다. 또 항암치료 전 등록 당시 혈압을 기록해야 한다.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는 항암치료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 억제제, BCR-ABL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 브리가티닙, 이브루티닙 등이 있다. 대표적으로 VEGF 억제제는 혈관 이완을 막고 수축을 높이며 경직도를 증가시켜 혈관에 영향을 미친다. 이와 함께 신장의 나트륨 저류를 증가시켜 혈압을 높인다.
항암치료 과정에서 염증반응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비항암치료인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도 혈압을 높일 수 있다. 그 외에 스트레스와 통증, 수면장애, 신기능장애, 비만 등도 암 환자의 고혈압 발생과 연관됐다.
이선학 교수는 "VEGF 억제제가 가장 높은 확률로 고혈압을 발생시킨다고 보고된다. 적게는 20%부터 많게는 90%까지 고혈압 발생이 확인됐다"며 "브루톤 티로신 키나제(BTK) 억제제는 약 70%의 고혈압 발생이 보고되며 그 외 항암치료도 40~50% 발생률을 보인다. 즉, 항암치료를 진행하면서 고혈압을 항상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혈압성 응급 발생 시 항암치료 일시 중단
전이성 암 예후 1년 미만이면 160mmHg 이상일 때 치료 고려
문제는 급성기 암 생존자의 혈압이 급격하고 심하게 높아지면 고혈압성 응급(hypertensive crisis)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고혈압성 응급은 수축기혈압이 180mmHg 이상, 이완기혈압이 110mmHg 이상인 경우로 정의한다. 응급처치가 늦어지면 사망할 수 있다.
이 교수는 "고혈압성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항암치료를 일시 중단하도록 권고한다. 그리고 다학제팀이 항암치료로 얻는 이득과 고혈압 치료로 얻는 이득을 평가해 항암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우선 혈압을 160/110mmHg 미만으로 낮춘 다음 항암치료 재시작을 고려할 수 있다. 단, 다시 시작하더라도 용량을 줄이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는 일반 고혈압 환자와 다르게 치료에 접근해야 한다. 유럽심장학회(ESC)는 암 완치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전이성 암 예후(cancer prognosis)와 가정혈압 수치에 따라 치료를 정하도록 제시한다.
그는 "치료 가능한 암 환자는 일반 고혈압 치료 기준을 적용, 가정혈압이 수축기혈압 140mmHg 이상이면 약물치료를 하도록 권고한다. 전이성 암 예후가 3년 이상인 경우도 140mmHg 이상이면 치료할 수 있다"면서 "암 예후가 1~3년이면 140~159mmHg일 경우 치료를 고려할 수 있고 160mmHg 이상일 때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1년 미만이면 140~159mmHg일 경우 치료하지 않고 지켜보고 160mmHg 이상일 때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암치료를 받은 암 환자의 혈압을 조절하기 위한 약제는 일반 고혈압과 차이가 없다. 기본적으로 160/100mmHG 이상이면 ACEI 또는 ARB와 CCB를 함께 사용하도록 권고하며, 그렇지 않으면 ACEI 또는 ARB를 먼저 사용한 다음 CCB 추가를 고려할 수 있다.
높은 교감신경긴장이나 스트레스, 통증 등이 있고 최근 심근경색을 경험했거나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을 동반했다면 베타차단제가 혈압 조절에 도움 될 수 있다. 수분저류현상이 있다면 이뇨제, 특히 스피로노락톤을 고려할 수 있다.
그는 "암 치료가 잘 된 환자는 항암치료로 혈압이 높아져도 치료를 종료하면 혈압이 떨어진다. 단, 이 때 고혈압 전단계로 이어지거나 저혈압 또는 허혈성 증상이 발생할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항고혈압제를 많이 복용 중이던 암 환자는 수일 이내에 약제 사용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 이들은 항암치료 과정에 이어 종료 이후에도 진료실보단 가정혈압을 자주 측정하도록 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는 항고혈압제 복약 순응도가 중요하다. 순응도에 따라 생존율 차이가 있으므로 진료현장에서는 암 환자가 항고혈압제를 잘 복용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면서 "암 환자의 혈압이 호전돼 항고혈압제를 줄일지라도 여전히 일반인보단 고혈압 발생 가능성이 높다. 의료진은 암 환자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