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중환자의학회, 제45회 정기학술대회 기자간담회 개최
정부 의료개혁안에서 중환자의료체계 관련 내용 배제 지적
단순 병상 수 확대 넘어 질적 개선 위한 정책적 지원 촉구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에서 중환자의료체계 개선과 관련된 내용이 배제돼, 국내 중환자 진료의 질이 답보 상태에 머무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4일 서울 코엑스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학술대회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학회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개혁 과정에서 중환자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한 포괄적 논의가 철저히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그간 중환자실 병상 확대와 장비 보강 등 양적 팽창에만 많은 자원을 투입해왔으나, 이는 선진국 수준의 중환자의료체계 구성의 핵심인 질적 개선을 담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중환자의료체계는 ▲전담 전문인력의 절대적 부족 ▲진료 표준화의 미비 ▲다학제 협력의 한계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 환자에게 제공되는 치료의 질은 국제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중환자실은 지난해 의정갈등으로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고 있으며, 교수들의 당직을 통해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의정갈등으로 중환자실 등급화와 관련해 진행되던 논의도 완전히 중단됐다.
학회 홍석경 기획이사(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는 "복지부가 낙후된 수가를 현실화하기로 하면서 2024년부터 수가는 많이 인상이 됐으나, 요양병원 중환자실부터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까지 큰 중증도 차이를 등급화 하려는 상황에서 의정갈등이 일어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다"며 "병실은 늘렸지만 인적, 시설적, 장비적인 인프라는 이전의 기준을 따르기 때문에 많이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의료개혁 4대 개혁안에는 중환자실 관련 내용은 소아 중환자실 딱 하나"라며 "오랜 시간을 거쳐서 체계적으로 추진되는 의료개혁이 아니라 당장 급한 것부터, 눈에 띄는 것부터 개혁을 하다보니 중환자 쪽은 배제되고 있는 것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중환자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가 차원의 강력한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환자의료 전담 전문 인력의 양성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지원 확대 ▲전국 단위의 중환자 진료 표준화 및 질 관리 체계 수립 ▲다학제 기반 협진 및 중환자 재활 연계를 포함한 통합 진료체계 구축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중환자의료 정책 수립 및 예산 지원 강화 등의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학회는 "중환자실은 의료체계의 마지막 보루"라며 "감염병 유행과 같은 사회적 의료재난이 반복될 때마다 우리는 이 보루의 취약함을 뼈저리게 경험해 왔다"며 "특히 이번 의료개혁의 방향 속에서 중환자의료체계 강화가 제외된다면 우리나라 진료 수준은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 지금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는 현재 국내 중환자 치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의료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미의 'Reviving ICUs, Restoring Hope'라는 주데로 개최됐다.
전 세계 22개국에서 1383명이 참여했으며, 6개국 140명의 연사가 초청돼 중환자의학의 핵심적인 내용들과 새롭게 제시되는 주제로 강의를 펼친다.
학술대회 전날에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중환자실 환자이송 워크셥이 진행돼, 중증환자 이송의 기본원칙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실제 증례의 경험을 통해 의료진의 역량강화를 도모한다.
학술대회 첫째날은 패혈증, 수혈, ECMO, 기계환기 전략 등의 중환자의학의 핵심적인 내용과 더불어, 다학제적인 진료가 요구되는 중환자의료 현장을 반영해 신경계, 순환기계, 신장대체요법, 약리학 등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분들의 강의가 진행된다.
둘째날은 한국-일본 중환자의학회간의 협업 세션으로 진행되며 중환자의 재활, 중환자 의료진의 번아웃, 그리고 현재 중환자의학 분야에서의 국제적인 협력상황과 향후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의료기술 분야에서 현재 AI의 적용현황 및 미래의 발전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조재화 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은 "사실 어려운 시기이고 인력이 많이 부족해 피로가 누적되고 번아웃이 오는 상황임에도 학술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열정과 의지가 있는 많은 분들이 참석을 해주셨다"며 "어려운 부분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많은 도움과 의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