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醫, 6일 기자단감회서 호소 "전달체계 붕괴와 마취의 구인난"
수가 및 마취의 초빙료 현실화·전달체계 복구·국가책임 강화 등 요구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산부인과의사들이 분만을 접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저수가와 소송위험, 고강도 노동환경 등 고질적인 문제에 더해 최근 이송 시스템 붕괴와 마취의사 구인난이 겹치며 분만실 운영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6일 롯데호텔서울에서 제53차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대전 더블유여성병원 이석수 원장(산부인과의사회 자궁경부암연구회 전문위원)은 "산부인과에 내재된 문제는 이미 오랜 시간동안 곪을대로 곪은 상태"라며 "여러 통계에서 보여주듯이 분만을 포기한 산부인과 병원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고, 심지어 지역의 대표적인 산과 병원마저 문을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수가와 높은 배상위험 그리고 고강도의 살인적인 환경에서도 그나마 사명감으로 버텨오고 있지만, 이 같은 문제점이 개선되기는커녕 최근 오히려 문제들이 더 심각한 문제들이 추가되고 있다"며 "이젠 정말 분만을 접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그중 하나는 전달체계 붕괴와 이로 인한 산모와 신생아가 겪어야 하는 심각한 위협이다. 이 원장은 “이전에도 간혹 환자를 이송하는 데 다소 불편함이 있기는 했지만 최근 1~2년간은 이런 문제점이 더 심각해졌다”며 “산모가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하거나 조산위험이 있는 산모가 구급차나 헬기로 전국각지를 떠도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종합병원의 인력 부족이다.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대학병원의 전문의만으로 각지에서 오는 수많은 환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환자가 수용된다고 하더라도 중증의 신생아가 생기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중증 신생아는 니큐(NICU)라고 부르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그야말로 24시간을 밀착진료를 해야 하는데, 이 역시 인력부족과 시설의 한계로 인하여 전원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심지어 대학병원에서 자신들 병원의 조산아를 다른 대학병원으로 전원의뢰를 하는 상황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개인병원에서 갑작스럽게 연락해서 조산아를 보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천운에 기대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족한 마취의도 문제다. 마취과 전문의 배출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통증의학과 개원 등으로 마취를 담당하는 의사의 수가 줄어들면서 마취의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현재 마취과 전문의를 초빙해서 마취를 하는 경우 건강보험에서 14만원 내외의 비용을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 마취과에 지급하는 금액은 이보다 훨씬 비싸며, 그나마도 최근 2~3년 사이 2배 이상 인상됐다"며 "그럼에도 야간수술 시 마취는 늘 간신히 마취의를 구해 아슬아슬하게 시행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원장은 더 늦기 전에 분만 인프라를 살리기 위해 △분만 수가를 정상화 및 마취의 초빙료 현실화할 것 △환자이송 전달체계 복구 △분만 중 불가항력적 사고에 국가 책임 강화 등을 요구했다.
산부인과 의사 고령화, 안정적인 분만 의료체계 구축 시급
한편, 산부인과의사회는 고위험 산모 비율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분만 의료 인프라는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분만 의료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산과 인력은 갈수록 급감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전국 158명인 산과 교수가 2032년엔 125명, 2041년엔 59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로운 의사가 배출되지 않으면서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고령화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산부인과 전문의의 평균연령은 54.4세로, 3명 중 1명꼴로 법정 정년인 60대 이상이며, 30대 이하 전문의는 708명으로 전체의 11.6%, 그중 30세 미만 전문의는 9명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산부인과의사회는 고령의사의 재취업 관련 정책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외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 사후보상 시범사업 확대 △지역 기반 의료기관 협력체계를 구축 △의료진 인센티브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