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양극성장애·조현병에서 치매까지
한국형 우울증 약물치료 알고리듬 2025
올해 정신건강의학과 분야는 물론 일선 진료현장 임상의들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 중 하나는 국내 우울증 약물치료 권고안이 업데이트됐다는 점이었다.
대한정신약물학회가 최근 한국형 우울장애 약물치료 알고리듬(KMAP-DD)의 주요우울삽화 치료전략 및 아형별 치료 권고 가이드라인을 4년만에 개정해 발표한 것이다.
학회는 지난 3월 14일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4년마다 정기적으로 개정·간행하는 KMAP-DD 2025 주요내용을 공개했다.
KMAP-DD 2025도 2021년 알고리듬과 마찬가지로 전문가 설문조사를 통해 임상적 판단에 근거한 의견을 반영해 권고안을 구성됐다.
이에 따라 루라시돈 등 상대적으로 최근에 등장해 아직 처방경험이 부족한 신약들은 권고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경도·중등도 삽화
주요우울삽화에서의 1단계 전략은 초기치료를 의미한다. 우선 ‘경도 및 중등도 삽화’에서의 1단계 전략으로는 항우울제 단독요법이 최우선 치료전략(Treatment of choice)이자 1차선택으로 권고됐다.
2차선택으로는 항우울제 + 항우울제, 항우울제 +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에 이어 항우울제 + 기분조절제 병용까지 이름을 올렸다.
2021년판에서는 항우울제 + 항우울제와 항우울제 +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병용만이 언급됐던 것과 다르다.
정신병적 양상 비동반 중증 삽화
‘정신병적 양상을 동반하지 않은 중증 삽화’에서는 1차선택에 항우울제 단독요법과 더불어 항우울제 +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항우울제 + 항우울제 병용요법이 권고됐다.
2021년판에서 2차로 언급됐던 항우울제 + 항우울제 병용요법이 1차선택으로 이동한 것이 달라졌다.
이에 따라 항우울제 + 기분조절제 병용과,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단독요법은 2차선택으로 자리를 유지했다.
정신병적 양상 동반 중증 삽화
마지막으로 ‘정신병적 양상을 동반한 중증 삽화’에서는 항우울제 +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병용요법이 최우선 치료(Treatment of choice)이자 1차선택으로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단독요법, 항우울제 + 항우울제, 항우울제 + 기분조절제, 항우울제 단독치료가 순서만 바뀌었을뿐 2차선택으로 유지됐다.
항우울제에 무·부분 반응
앞서 설명한 1단계 치료전략, 즉 주요우울삽화의 초기치료에 특정 기간 반응이 없거나 불충분한 경우에는 2단계 전략으로 넘어가야 한다.
먼저 항우울제 단독요법에 거의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추가, 항우울제 교체, 항우울제 추가 등이 1차선택으로 권고됐다. 2차선택으로는 강화약물 추가가 제시됐다.
부분적인 반응의 경우에는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추가나 다른 항우울제 추가를 1차선택으로 권고하고 항우울제 교체, 강화약물 추가는 2차선택으로 고려하도록 주문했다.
항우울제+항정신병제에 무·부분 반응
항우울제 +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병용요법에 거의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항우울제 교체, 항우울제 추가,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교체를 1차선택으로 권고했다. 2차선택으로는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의 추가나 강화약물의 추가를 고려하도록 했다.
부분적인 반응만 보인 경우에는 항우울제를 추가,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교체,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추가, 항우울제 교체를 1차선택으로 제시했다. 더불어 강화약물 추가는 2차선택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신규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한편 대한정신약물학회의 KMAP-DD 2025 발표현장에서는 최근 출시된 항정신병제 신약이 권고안에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토로되기도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앞서 살펴봤듯이 우울증의 약물치료에는 중증의 경우 1단계 전략부터 항우울제에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을 더하는 병용요법이 권고되는데, 가장 최근에 출시된 신규계열의 루라시돈(Lurasidone)에 대한 내용이 2025년 개정판에도 여전히 반영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였다.
이는 항정신병제 신약 루라시돈에 대한 학계 및 임상현장 진료의들의 관심이 그 만큼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인데, KMAP-DD 지침이 근거 중심(evidence-based) 보다는 전문가 합의(expert consensus) 중심의 방식이다 보니 이제 막 처방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신약의 경우 권고안 반영이 더 늦어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이해된다.
신규 비정형 항정신병제 루라시돈에 대한 관심도가 이렇게 높은 것은 유효성과 안전성 측면의 우수함 때문이다. 이 약제는 조현병 및 양극성장애 우울증 치료에 적응증을 승인받아 지난해 8월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하루 한 번 복용으로 편의성을 증대시킨 것은 물론 대사 관련 부작용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은 기전특성으로 인해 유효성·안전성에서 순응도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혜택을 장기적으로 제고·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형 양극성장애 약물치료 지침 2022
양극성장애도 국내에서 주요한 정신건강질환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자살위험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진단과 치료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핀란드 코호트 연구(BMJ Mental Health. 2023)에서는 15~64세 양극성장애 환자의 외부원인으로 인한 조기 사망 위험이 6배, 신체원인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부원인으로 인한 사망 중 절반 이상은 자살로 나타났다.
양극성장애에서는 혼재성 양상(mixed feature)이 임상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양극성장애 자체가 조증, 경조증, 우울삽화, 정신병적 양상, 비정형 양상 등 다양한 삽화를 나타내는 것은 물론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가운데 혼재성 양상 치료에 대한 근거는 부족한 상태고, 임상현장에서도 경험을 축적하는 단계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우울조울병학회와 대한정신약물학회는 지난 2022년 한국형 양극성장애 약물치료 지침서(KMAP-BP 2022)를 업데이트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약물들을 포함시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조증증상 우세형, 우울증상 우세형, 조증·우울증상 유사형 혼재성 양상에 대한 치료전략을 도출했다.
큰 틀에서 기분조절제와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의 병용요법을 우선 적용했고, 추가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치료전략에서는 각 약물의 단독요법을 제시했다.
우울삽화의 치료
‘경도~중등도 우울 삽화’의 1차전략으로는 기분조절제,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라모트리진 단독요법과 기분조절제 +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라모트리진 +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병용이 권고됐다.
‘정신병적 양상을 동반하지 않은 중증 삽화’에는 기분조절제 +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 라모트리진, 기분조절제 + 라모트리진 병용요법을 1차전략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정신병적 양상을 동반한 중증 삽화’에는 기분조절제 +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이 최우선 치료전략(Treatment of choice)으로 선택된데 이어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 라모트리진 병용요법까지 1차치료 전략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형 조현병 약물치료 지침 2019
한편 대한조현병학회와 대한정신약물학회는 지난 2019년 한국형 조현병 약물치료 지침(KMAP-SCZ 2019)를 발표한 바 있다.
지침서에서는 정신병적 증상에 대한 항정신병약물 치료 알고리듬, 동반증상에 대한 치료 알고리듬, 항정신병약물 사용에 의한 부작용 치료 알고리듬 등 세 가지 주요이슈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지침위원회는 “2006년 알고리듬 개정판 발간 이후 발표된 다양한 연구들을 반영했지만, 국내 환자들을 위한 최적의 약물치료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향후 지속적 업데이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치매
한편 월간 THE MOST는 4월 ‘치매·신경정신질환’ 특집호를 맞아, 치매를 주제로 대한신경과학회(이사장 김승현)와의 공동기획을 마련했다.
공동기획에서는 알츠하이머병에서 혈관성치매에 이르기까지 치매의 현황 및 역학과 관리전략의 변화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로부터 고견을 구할 수 있도록 원고를 게재했다.
이에 이번 호 치매 섹션(Sub Story 1)에서는 ‘국내 치매역학과 국가 치매종합관리대책의 현주소’, ‘치매의 선별·진단·확진검사’, ‘항아밀로이드항체 신약의 개발현황과 임상적용’, ‘아세틸콜린에스테라아제억제제(AChEIs)의 임상역할’, ‘뇌기능·뇌혈류개선제의 임상근거’, ‘혈관치매의 병태생리와 예방전략’ 등 6개 주제에 대한 ‘Expert Opinion’ 지면을 제공한다.
항아밀로이드항체 신약
가장 관심을 끌었던 주제는 최근의 치매치료제 동향을 파악할 수 있었던 ‘항아밀로이드항체 신약의 개발현황과 임상적용’ 주제였다.
해당 주제를 집필한 이화의대 김건하 교수(이대목동병원 신경과)는 “항아밀로이드항체 치료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질병수정치료(disease-modifying therapy)의 가능성을 제시한 획기적인 약제”라면서도 “비용효과 문제, APOE 유전형 기반 위험관리, 정밀한 영상 모니터링 요구 등 임상적용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정리했다. 핵심내용은 아래와 같다.
“그간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약물치료는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등 아세틸콜린분해효소억제제 또는 메만틴과 같은 NMDA수용체길항제를 중심으로 증상완화를 중점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최근 아밀로이드 베타에 대한 항체로 작용하는 항아밀로이드 단클론항체(anti-amyloid monoclonal antibody)의 개발과 임상적용이 이뤄지면서 알츠하이머병 환자치료에 중대한 전환점이 마련됐다.”
AChEIs
울산의대 양영순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는 ‘치매치료에 있어 아세틸콜린에스테라아제억제제(AChEIs)의 임상역할’을 주제로 집필, 대표적 AChEIs인 도네페질·리바스티그민·갈란타민과 더불어 NMDA수용체길항제 메만틴의 기전특성과 유효성·안전성에 대해 소개했다. 양 교수의 강연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떨어져 있는 콜린계 기능을 강화시키는 방법 중에는 콜린에스테라아제(Cholinesterase; ChE)를 억제시켜 아세틸콜린의 양을 증가시키는 ChE 억제제가 가장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학습이나 신경세포 독성에 관여하는 흥분성 뇌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탐산염(glutamate)과 관련된 N-methyl-D-aspartate (NMDA) 수용체를 차단해 치료의 효과를 나타내는 메만틴(memantine)도 비교적 진행된 치매환자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뇌기능·뇌혈류개선제
고려의대 이찬녕 교수(고대안암병원 신경과)는 ‘치매예방에 있어 뇌기능·뇌혈류개선제의 임상근거’에 대한 집필로 강연에 나섰다. 결론은 아래와 같다.
“현재까지의 연구는 다양한 뇌기능·뇌혈류개선제와 영양제(비타민 E, 오메가-3지방산, 포스파티딜세린)가 치매예방 및 진행억제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연구마다 샘플크기, 디자인, 측정방법 등이 상이해 일관되지 않은 결과가 보고되고 있는 만큼, 향후 보다 대규모의 연구와 장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여러 뇌기능개선제, 뇌혈류개선제와 영양제들은 이론적으로 치매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그 효과를 확립하기 위한 명확한 임상증거는 부족하다. 그러므로 각 환자의 사례에 맞춰 의사의 판단 하에 적절히 처방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