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섭·박원명 정신건강의학과의원 박원명 원장(前여의도성모병원 교수)
"개원가 중심 네트워크 만들어 임상연구 수행 등 학술 활동 계획"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정신약물치료 대가이자 30년 이상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재직한 박원명 원장(우영섭·박원명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 정년퇴임 후 환자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박 원장은 오랫동안 몸담아온 여의도성모병원 근처에 우영섭·박원명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개원하고 최근 환자 진료를 시작했다.
박 원장은 30년 이상 우울증 및 양극성장애 등 기분장애 분야에서 활발한 학술연구와 임상활동을 통해 국내 정신건강의학 학술 발전에 기여해 왔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한국형 우울장애 약물치료 지침서(KMAP-DD)를 개발했고, 국내 최초로 우울증 및 양극성장애 교과서 등을 대표저자로 집필했다. 최근에는 정신건강의학 발전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대한우울조울병학회 명예의 전당 제1호 헌액자로 선정됐다.
국내 정신건강의학 권위자인 그가 개원을 택한 배경에는 환자들이 있다. 여러 대학병원에서 명예직을 제안받았지만 단기에 그쳤고, 그동안 진료했던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치료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16일 가톨릭중앙의료원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여의도성모병원에서 30년 이상 근무하면서 많은 환자를 진료했다. 만약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면 지금까지 믿고 따라온 환자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며 "개원한 이유는 그동안 진료해 온 환자들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개원가가 주도하는 학술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후학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박 원장을 만나 개원의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소감과 앞으로의 목표를 들었다.
개원가 학문적 니즈 충족하기 위한 학술 시스템 필요
그는 개원 이후 학술 활동 중 하나로 국문 우울증 및 양극성장애 교과서를 영문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 학술 출판사인 슈프링거(Springer)와 논의를 마쳤고 내년 초 출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과서에는 개원가가 참여한 챕터도 담을 예정이다.
그는 최근 개원가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며 개원의가 참여하는 학술 활동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이후 개원했다면 최근에는 학문적 니즈가 있는 대학병원 중견 교수들이 개원가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젊은 개원의들도 교육 및 학술 활동에 관심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에 개원의들의 실제 진료에 도움이 되면서 학문적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개원가 중심 학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다수 개원의 단체는 이익단체로서 기능을 했고, 학회는 대학병원 교수 중심으로 움직였다. 학회에 개원의를 위한 단체가 있었지만 학문적이진 않았다"며 "젊은 후배 의사뿐 아니라 개원한 중견 교수들도 꾸준히 교육받고 공부하고 싶은 학문적 니즈가 있다. 이에 개원가 중심 네트워크를 만들어 함께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논문을 발표하는 등 학술 활동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은 개원가 중심의 학술 연구가 활성화됐다. 개원가에서 임상3상을 시행하긴 어려울지라도 임상4상을 진행하기도 한다"며 "우리나라 개원가는 현실적으로 제네릭 의약품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향후 오리지널과 제네릭 의약품 투약에 따른 차이를 비교하는 등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료·치료 어려운 '노인 우울증' 연구에 관심 가져야
그가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연구 분야로 꼽은 것은 노인 우울증이다. 많은 연구가 이뤄진 치매와 달리 노인 우울증은 연구가 적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이에 따른 노인 우울증 환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구가 부족해 진료 및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약제여도 노인과 젊은 성인에서 효과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또 젊은 성인에게 투약하는 용량을 노인에게 처방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노인 우울증 환자는 자기표현을 어려워하고 여러 동반질환을 앓고 있으며 대사활동도 늦기 때문에 젊은 성인과 약물 치료가 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제약사 펀딩이 많은 분야에 연구가 몰려 노인 우울증에 관한 연구가 적은 실정이다. 세밀하게 치료전략을 제시한 가이드라인도 많지 않다"며 "개원가는 치매보단 노인 우울증 환자를 많이 보고 있어 향후 개원가 중심의 노인 우울증 연구 수행하고자 한다. 노인 우울증 진단 툴과 약물 치료전략 등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진 연구자들이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학술적 토양 만들 것"
그는 정신건강의학 학술 발전을 위한 후학 양성에도 힘을 쓰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신진 연구자가 있어야 학문이 발전할 수 있으며, 후학이 없다면 도태된다는 이유다.
그는 신진 연구자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학술적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개원가 학술 활동을 활성화해 개원의들이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학술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는 "펠로우나 대학교수 등을 하지 않은 개원의들은 학술 활동에 대한 니즈가 있다. 교수들이 갖고 있는 강의법 등 노하우를 개원의에게 전수해 개원가 중심의 강의를 활성화하고, 후학들이 제대로 학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자 한다"면서 "개원가가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학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