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서 뇌 속에서 여러가지 신경전달물질의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 중에서도 인지기능과 가장 관계 깊은 물질은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다.
뇌에 있는 마이너트바닥핵(nucleus basalis of Meynert)의 콜린성 신경세포는 대뇌피질, 해마(hippocampus), 편도체(amygdaloid body) 등과 연결돼 인지기능에 관여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속 아세틸콜린은 정상인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고, 콜린성 신경세포의 숫자가 감소하며, 신경세포 표면의 니코틴 수용체의 기능도 감퇴돼 있다.
콜린성 신경세포 수의 감소 정도와 아세틸콜린의 감소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기능저하 정도와 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정상인에서도 항콜린성 약제를 투여하면 부작용으로 집중력·기억력이 떨어진다고 밝혀져 아세틸콜린이 인지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떨어진 콜린계 기능을 강화시키는 방법에는 무스카린 M1 콜린수용체 작용제, 니코틴(nicotinic) 수용체 작용제, 아세틸콜린 전구물질의 투여 등 여러가지가 있으나 현재까지는 콜린에스테라아제(Cholinesterase; ChE)를 억제시켜 아세틸콜린의 양을 증가시키는 ChE 억제제가 가장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학습이나 신경세포 독성에 관여하는 흥분성 뇌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탐산염(glutamate)과 관련된 N-methyl-D-aspartate (NMDA) 수용체를 차단해 치료의 효과를 나타내는 메만틴(memantine)도 비교적 진행된 치매환자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콜린에스테라아제억제제 Cholinesterase Inhibitors; ChEIs
도네페질 Donepezil Hydrochloride
1996년 두 번째로 미국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에서 공인된 acetylcholinesterase
(AChE) 억제제로서 뇌에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반감기가 70시간으로 길어 하루 한 번 복용할 수 있고, 위장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주로 취침 전에 투여한다.
약제 투여 시 약 25%의 환자가 임상양상이 호전된다고 하며(위약군 11-14%), 하루 5mg 투여 시 위약군에 비해 인지기능 검사도구인 Alzheimer’s Disease Assessment Scale-cognitive Subscale(ADAS-Cog)의 점수가 1.5-2.5점 저하되는 수행향상이 관찰되고, 10mg 투여 시에는 2.9점 정도 수행이 향상된다.
약 4.5년간의 추적관찰 시에 투약 전에 비해 인지기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위약군과 비교할 때 인지기능의 향상효과를 지속적으로 나타낸다.
Donepezil은 간의 cytochrome p450 효소를 통해 대사가 되므로, 이 효소를 억제시키는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SRI) 계열 항우울제인 fluoxetine, paroxetine, sertraline 등을 같이 투여하면 donepezil의 약물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이 효소를 자극하는 항경련제 약들인 phenytoin, phenobarbital, carbamazepine 등은 약물의 농도를 낮출 수 있다.
Donepezil은 취침 전에 투여 시 일부의 환자에서 불면증, 악몽, 생생한 꿈 등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투여시기를 아침으로 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Donepezil은 입에서 녹는 구강붕해정 제형이 있어 소량의 물과 혹은 물 없이도 복용이 가능해, 삼키기 힘들어하는 치매환자의 경우에 도움이 된다.
리바스티그민 Rivastigmine
Rivastigmine은 기억력이나 기타 인지기능과 관계된 해마와 대뇌 신피질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약 자체의 반감기는 짧으나 위가역적(pseudoreversible)으로 AChE와 결합하면서 구조를 변형시켜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느리게 해 약효가 12시간 이상 지속된다.
Cytochrome p450과 관계없이 대사되고, 간에서 분해되지 않아 간독성이 없으며, 혈장 단백질과의 결합이 낮아 노인환자들이 복용하는 다른 여러 약물들과 상호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Rivastigmine은 AChE뿐 아니라 butyrylcholinesterase(BuChE)를 동시에 억제해 치료효과가 증가된다고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AChE는 병이 진행되면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반대로 BuChE는 증가함이 밝혀졌다.
BuChE는 신경독성이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형성에도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BuChE의 단백질 분해작용이 이에 관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에는 피부를 통해서 약이 흡수되는 패치형 제제가 개발돼 많이 사용되고 있다. 패치형 제제의 효과는 이전의 제형과 비슷하지만 부작용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피부를 통해 서서히 약물이 흡수되면서 혈장농도가 급속히 올라가는 현상을 방지하고 일정한 치료농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패치를 붙이는 부위는 주로 상체의 흉부, 등, 상완의 외측에 붙이는데 하루에 한 개씩만 붙여야 한다. 반으로 잘라서 부착하는 경우에는 흡수율이 일정하지 않게 되므로, 이 방법은 삼가는 것이 좋다.
갈란타민 Galantamine
스위스 지방에서 자생하는 galantus nivalis라는 수선화과 식물에서 추출한 생약성분으로 생합성이 가능해지면서 대량생산돼 치매약물로 판매됐다.
신경 시넵스(synapse)의 AChE를 억제하는 한편 시넵스전(presynaptic) 신경세포막에 위치한 니코틴 수용체(nicotinic receptor)를 직접 자극하는 기능인 allosteric modulation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됐다.
이론적으로 이 약은 장기 복용하면서 생기는 시넵스후 아세틸콜린 수용체(postsynaptic acetylcholine receptor) 숫자의 감소를 덜 유발해 더 오랜 기간 동안 알츠하이머병의 증상 치료제로 효능을 발휘할 수 있고, 신경말단에서 분비되는 아세틸콜린의 분비량을 더욱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Galantamine도 24시간 동안 서서히 분해되는 서방제형 캡슐이 나와 하루 1회로 환자들이 복용하기 편리해졌다.
안전성
ChEIs의 부작용은 약물마다 그 발생률은 다르나 평균 10-20% 정도이고 투여량이 높을수록 부작용의 발생빈도는 증가한다. 구강정의 경우 최대 치료용량에서의 부작용 발현율은 donepezil이 galantamine이나 rivastigmine에 비해 낮게 나타난다.
ChEIs의 공통적인 부작용으로는 아세틸콜린의 증가로 오심·설사·식욕감퇴·어지러움·근육경련·수면장애 등이 있고, 드물지만 심각한 증상으로는 실신을 동반하는 서맥도 있을 수 있다.
부작용은 약물이 증가되는 도중에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몇일이 경과하면 많은 경우 약화되는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약물을 서서히 증가시키거나 오심·구토가 있을 때 2-3일간 일시적으로 항구토제를 병용투여하면 도움이 된다.
Donepezil의 경우 취침 전 투여 시 수면을 방해하는 경우는 아침에 투여하면 불면증이 완화된다.
부작용 때문에 다른 ChEIs 약제로 교체투여 시에 시간간격을 충분히 두어 교체시기에 두 가지 약제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생기는 콜린성 부작용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약물 반감기가 긴 donepezil의 경우는 충분히 시간을 두고서(3-5일) 약을 교체 투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