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 14~15일 개최
위고비, 1세대 GLP-1 제제와 달리 체중 충분하게 줄지 않아도 정상혈당 도달
오태정 교수 "당뇨병 예방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 많아져 긍정적"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만치료에 활용되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 등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가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도 예방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1세대 GLP-1 제제는 체중 감량 정도가 당뇨병 예방의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됐다면, 최근 개발된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는 체중이 충분하게 줄지 않아도 정상혈당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분당서울대병원 오태정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14~15일 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Diabetes Prevention in the Era of Incretin-Based Therapies'를 주제로 발표했다.
위고비, 체중 감소 2%에 불과해도 정상혈당 도달률 61.4~78.5%
당뇨병은 비만의 중요한 합병증으로, 비만 환자의 체중을 줄이면 당화혈색소를 낮출 수 있다고 보고된다.
대표적 1세대 GLP-1 제제 비만치료제인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는 SCALE 연구에서 체중을 평균 6.1% 줄이고 당뇨병 위험을 79% 낮추는 효과를 입증했다. 하지만 충분한 체중 감소에 도달하지 못하는 비만 환자라면 당뇨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세대 GLP-1 제제의 체중 감량 정도가 당뇨병 예방에 중요한 요인임을 시사한다.
최근에는 삭센다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큰 GLP-1 제제인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진료현장에 등장했다. 위고비는 심혈관계 영향 연구(CVOT)인 SELECT 연구에서 당뇨병이 없고 심혈관질환이 있는 비만 환자의 당뇨병 위험을 73% 낮춰 당뇨병 예방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위고비를 통해 당뇨병 예방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최소치료환자수(NNT)는 18.5명으로 조사됐다.
하위분석에서 여성, 젊은 성인, 높은 체질량지수(BMI) 등에 해당하면 위고비 투약 시 체중 감량 효과가 컸지만, 다른 인종과 비교해 아시아인의 체중 감량 정도는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만약 위고비의 체중 감량 정도가 당뇨병 예방에 영향을 미친다면, 아시아인은 다른 인종보다 당뇨병 예방 효과가 적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인종, 성별, 나이에 따른 당뇨병 발생 위험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오태정 교수는 "1세대보다 효과가 큰 GLP-1 제제는 체중 조절만으로 당뇨병 예방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하긴 어렵다"며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위약군 중 아시아인은 다른 인종보다 당뇨병이 더 많이 발생했지만, 위고비군에 해당하는 아시아인은 다른 인종만큼 당뇨병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위고비의 당뇨병 예방 효과는 등록 당시 당화혈색소가 높은 환자에게서 뚜렷하게 관찰됐다. 이는 정상혈당에 가까운 비만 환자보다 당화혈색소가 높은 환자가 위고비로 당뇨병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위고비로 충분한 체중 감량에 도달하지 못해도 정상혈당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화혈색소가 5.7~6.5%로 당뇨병전단계인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의 정상혈당 도달률을 분석한 결과, 체중 감량 정도가 2% 미만에 불과한 위약군은 32.7~48.7%였지만 위고비군은 61.4~78.5%로 더 높았다. 체중을 15% 이상 감량한 위고비군의 정상혈당 도달률은 96.5~98.9%로 나타났다.
오 교수는 "위고비 투약 이후 체중이 충분하게 감소하지 않아도 당화혈색소가 정상혈당에 도달하는 데 도움 됐다"며 "시계열적으로 보면, 위고비는 치료 20주에 당화혈색소가 정상 수준에 도달하지만 체중은 65주에 크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즉, 체중이 충분히 감량되기 전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돼 치료 초기에 당화혈색소가 조절되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젭바운드 투약 당뇨병전단계 성인, 당뇨병 진행 위험 94%↓
비만치료제로 활용되는 GIP/GLP-1 이중 작용제 젭바운드(터제파타이드)도 당뇨병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23년 발표된 당뇨병 발생 위험을 간접적으로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젭바운드를 투약한 당뇨병전단계군은 등록 당시 대비 72주째 평균 당뇨병 예측 위험이 20%가량 낮았다.
뿐만 아니라 젭바운드의 SURMOUNT-1 임상3상에 참여한 당뇨병전단계 성인을 하위분석한 결과, 176주 동안 젭바운드 투약 시 체중이 용량 의존적으로 줄면서 당뇨병 진행 위험이 94% 감소했다. 다만 젭바운드의 체중 감소 효과는 치료 중단 시 역전됐다. 당화혈색소 감소 효과도 젭바운드 치료 동안 안정적으로 나타났지만 중단 후 17주 만에 0.3% 증가했다.
오 교수는 "젭바운드를 중단할 경우 일부 환자는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며 "젭바운드 15mg 결과를 보면, 176주 치료 이후 17주간 투약을 중단하면 약 20% 환자에게서 당대사 문제가 나타났다. 장기간 추적관찰 시 변화가 (젭바운드) 치료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삭센다, 위고비, 젭바운드 등 세 가지 약제의 당뇨병 발생 위험을 비교하면, 삭센다는 79%, 위고비는 73%, 젭바운드는 93%의 예방 효과가 있다고 정리됐다.
오 교수는 "당뇨병 예방 측면에서 위고비와 젭바운드 차이를 조사한 결과, 베타세포 기능이나 인슐린 감수성 모두 위약 대비 높은 수치를 보였고 두 약제 중에서는 젭바운드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양한 비만치료제가 개발되는 가운데 향후 환자의 특징에 따라 비만치료제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을지라도 당뇨병 예방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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