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4명만 "비만 전문 치료 필요"
대한비만학회 '세계 비만의 날 정책간담회' 4일 개최
'일반인/의료인 대상 비만 인식도 설문조사 결과' 발표
"비만치료 효과 높이려면 의료 환경 개선 및 정책적 지원 필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만에 대한 인식 부족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비만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일반인 10명 중 4명만 비만을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비만학회는 3월 4일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중앙우체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일반인/의료인 대상 비만 인식도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학회는 지난달 7~12일 의료진 404명과 만 20~59세이면서 체질량지수(BMI)가 23kg/㎡ 이상으로 과체중인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비만 진료 및 관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BMI 25kg/㎡ 이상 비만 인지율 '28%'…기준 모른다 '35%'
먼저 일반인 응답자 중 BMI 25kg/㎡ 이상을 비만으로 인지하고 있는 비율은 28%에 그쳤다. 비만 기준을 모르는 비율도 35%에 달해, 비만 기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일반인 응답자 87%는 비만 심각성과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관리 필요성을 인지했다. 하지만 전체 응답자 63%는 개인 의지로도 비만을 해결할 수 있다고 답했다.
비만을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인식한 비율은 38%에 불과했다. 이는 여전히 많은 일반인이 비만을 개인이 관리할 수 있는 질환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해, 향후 비만은 치료해야 하는 질환임을 알리는 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비만에 대한 인식 및 편견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 61%가 우리 사회에 비만인에 대한 무시와 차별이 존재한다고 인식했다. 특히 여성 또는 비만도가 높아질수록 이 같은 인식률이 증가했다. 이와 함께 비만인은 건강하지 않아 보이고 게으르거나 의지력이 부족하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편견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전체 응답자 25%가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차별을 경험했으며, 비만도가 높을수록 이러한 경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료진으로부터 비만 관련 차별을 경험한 비율은 15%에 달했고, 고도비만 환자는 22%가 경험했다. 이는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할 때 태도와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체중 이상인 일반인 90%는 체중 감량 필요성을 인식했고, 여성에서 더 높았다. 평균적으로 현재 체중의 15% 감량을 희망했고, 여성, 젊은 연령층, 비만도가 높을수록 감량 목표 수준이 높았다.
대한비만학회 허양임 언론-홍보이사(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중 감량 폭이 5~10%만 돼도 비만치료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환자들이 원하는 체중이나 사회적으로 바라보는 체중에 대한 인식을 비춰보면, 더 큰 체중 감량에 대한 니즈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만 관리 정책 측면에서 어느 수준까지 체중을 줄여야 건강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체중 이상인 일반인 41%만 체중 관리에 노력하고, 비만할수록 관리에 소홀한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이나 의원 이용률은 12%에 그쳤고, 고도비만자에서는 15%에 불과했다.
병원/의원에서 체중 관리 시 경험한 방법은 약물치료가 77%로 가장 많았고, 식사치료와 운동치료는 각 32%와 26%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비만치료제 처방 경험자 중 18%는 비대면 처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허 홍보이사는 "비만치료를 받고 싶어도 비용 부담 때문에 병원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이 56%였다. 비만치료제 총 사용 기간은 1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이 49%로 가장 높았다"며 "비만은 만성적으로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고 현재 장기 처방 가능한 약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현장에서는 비만치료제를 단기간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의료진 90% 비만치료 중요성 인지하지만 적극 진료는 미흡
의료진 90%는 비만치료의 중요성을 인지했고, 95%는 지속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비만 진료에 적극적인 비율은 68%에 불과했고, 관련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응답률도 56%로 나타났다. 또 의료진 83%는 비만치료제가 효과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처방에 적극적인 비율은 63%에 그쳤다.
허 홍보이사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비만치료제를 권고하지 않는 이유로는 약제 비용이 비싸서 환자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응답률이 66%로 가장 높았다. 또 비만 환자를 진료하기엔 진료 시간이 부족하고, 영양 및 운동 등 상담 교육수가가 없어 진행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면서 "비만치료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려면 비용 부담을 덜면서 동반되는 운동, 식사 등 상담 교육수가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비만 환자는 내원했을 때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의료진은 비만치료제 효과를 신뢰하고 환자에게 도움 된다면 87%가 적극 처방을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비만치료제 처방 시 효과보단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의료진 45%는 'BMI 30kg/㎡ 이상 또는 BMI 27kg/㎡ 이상+동반질환 보유 환자'에게 비만치료제를 처방해야 한다고 인식했으나, 이보다 낮은 기준으로 인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BMI 25kg/㎡ 이상 및 BMI 23kg/㎡ 이상의 동반질환 보유 환자'로 인식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제는 펜터민(35%), 세마글루티드(위고비)(22%), 리라글루티드(삭센다)(15%) 순이었다. 체중 감량 효과가 가장 우수한 치료제로는 세마글루티드가 꼽혔다. 개인 및 공공 의료기관에서는 펜터민이, 종합병원에서는 세마글루티드가 많이 처방됐다. 장기 처방 약제 중 환자의 치료 순응도는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 리라글루티드, 세마글루티드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 홍보이사는 "의료진은 비만치료제 효과보단 안전성이 중요하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는 단기 처방 약제인 펜터민이 특히 개원가에서 많이 처방되고 있었다"며 "결국 안전성이나 효과가 더 우월한 비만치료제가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문제 때문에 저렴한 펜터민이 많이 처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만치료 급여 통한 환자 비용 부담 완화 필요
정책과제로서 비만치료에 따른 만성질환 예방 지원 및 비만치료 급여를 통한 환자 비용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분석됐다.
의료진(68%)과 일반인(60%) 모두 비만치료 급여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 의료진은 급여화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로 '환자의 비용 부담 완화'와 '만성질환 예방 효과'를 꼽았다. 하지만 현재 비만치료제 처방 중단율은 44%로 2022년 대비 증가했고, 이는 환자의 비용 부담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허 홍보이사는 "비만은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의료적 접근이 필요한 질환이다.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도록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비만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의료 환경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필수다. 비만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비용이나 정책적 허들을 낮추는 것이 본 학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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