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중증 환자서 교체투여 허용돼 임상 혜택 증가 기대
"치료반응 예측 어려워…동일 계열 제제 간 비허용 아쉽다"
[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에서 JAK 억제제와 생물학적 제제 간 교체투여에 건강보험 급여가 3월부터 확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아토피피부염 환자 부담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3월부터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급여를 확대하는 내용의 행정고시안을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가 기존 생물학적 제제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경우 JAK 억제제로 교체해도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반대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급여가 적용된다.
국내에서 쓰이는 JAK 억제제 계열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는 △애브비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 △일라이 릴리 올루미언트(바리시티닙) △화이자 시빈코(아브로시티닙) 등이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사노피 듀피젠트(두필루맙)와 레오파마 아트랄자(트랄로키누맙)가 있다.
학계, 치료 불응 시 교체투여 권고…급여 확대 요구 결실
아토피피부염은 한 가지 약제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환자별 증상이 달라 어떤 약제가 가장 효과적일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지금까지는 약제를 처방한 후 교체 처방이 쉽지 않아 의료진 입장에서도 부담이 있었다.
청소년과 성인에서 중증 아토피피부염 산정특례 급여 기준은 국소치료제(1개월 이상)와 전신 면역억제제(3개월 이상) 사용 후에도 효과가 없으면서 습진중증도평가지수(EASI) 점수가 23점 이상인 경우다.
교체투여를 위해서는 기존 약물 치료를 중단하고 국소치료제와 전신 면역억제제 치료를 재차 받은 후 EASI 점수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질환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있고, 국내외 치료 가이드라인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분당서울대병원 나정임 교수(피부과)는 "그간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첫 약제로 효과가 없을 경우 비급여로 다른 약제를 사용하거나 급여 기준에 맞추기 위해 상태가 악화되는 상황을 견뎌야 했다"며 "치료 효과가 없는데도 반드시 3개월간 면역억제제를 사용해야 해 불필요한 비용이 소모됐다"고 강조했다.
양 제제 간 교체투여 유효성은 여러 임상연구에서 입증됐지만, 치료 가이드라인과 급여 기준 간 차이가 발생하면서 환자 불편함이 컸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2024 진료 가이드라인은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생물학적 제제 혹은 JAK 억제제에 불충분한 반응을 보이거나 부작용으로 인해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다른 생물학적 제제 또는 JAK 억제제로의 전환을 권고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교체투여 관련 대규모 임상연구 데이터가 부재한다는 사유로 급여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학계는 교체투여 시 치료 불응성 환자에서도 치료 효과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얼월드 데이터(RWD)나 전문의·환자 의견 등을 반영해 종합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지현 교수(피부과)는 "대규모 임상연구 내용을 새롭게 반영하기보다는 그간 학회에서 제출한 사례 보고나 RWD 등 여러 가지 데이터를 통해 교체투여 효과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선대병원 나찬호 교수(피부과)는 "보건당국은 급여 확대를 위해 무작위 대조 임상연구(RCT) 데이터를 요구했지만, 이를 교체투여 근거로 삼는 경우는 드물다"며 "이미 시장에 출시된 신약을 비교하는 RCT 데이터를 추가로 확보하기는 어렵다. 이는 여러 증례나 RWD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근거"라고 밝혔다.
JAK-생물학적 제제 교체투여 시 유연한 치료 가능
전문가들은 이번 급여 개정에 따라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개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개정안을 통해 환자 특성과 증상을 고려해 약제를 처방하고 효과가 미비하거나 부작용이 우려되면 다른 약제로 교체하는 등 유연한 처방이 가능하게 됐다.
가령 JAK 억제제는 초기 약효가 2주 내 나타날 만큼 빠르고 경구용 제제로 개발돼 복용이 간편하지만, 고령이나 고위험군에서 장기간 복용 시 심혈관계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부작용도 보고된 바 있다. 반면 생물학적 제제는 장기 안전성이 입증됐고 전신 부작용이 적은 데 비해 용량 조절이 쉽지 않고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이 교수는 "앞서 한 가지 약제만 계속 사용해야 할 때는 안전성 등을 우려해 경구용 약제를 비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났다"며 "급여 개정으로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 잘 맞는 약제를 선택할 수 있어 의료진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특정 약제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서도 임상적 혜택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나찬호 교수는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약제순응도를 높일 수 있어 치료 성공률 향상이 기대된다"며 "최근에는 급여 기준인 EASI 75% 개선을 넘어 EASI 90% 이상, 혹은 가려움증 완전 개선(Itch NRS 0.1)을 치료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교체투여가 이뤄지면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는 만큼 치료 성공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급여 인정 시 비급여 약가 대비 10%만 환자가 부담하는 만큼, 경제적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그간 진료현장에서는 비급여 치료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치료제를 교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 두 번째 약제부터는 급여 적용되지 않아 첫 약제를 선택할 때 상대적으로 고가인 생물학적 제제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급여 개정에 따라 교체투여를 통해 환자 부담은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게 됐다.
또 비급여로만 처방돼 해외에 비해 국내 데이터가 적었던 상황에서, 이번 급여개정에 따라 국내 교체투여 관련 연구도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정임 교수는 "치료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면 약제 교체가 가능한 만큼 아토피피부염 치료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현재 국내 RWD가 많이 부족한데 이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내 급여기준 엄격…동일 제제 간 교체투여도 허용돼야
단, JAK 억제제 간 교체투여나 생물학적 제제 간 교체투여는 여전히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해외 대비 국내 급여 기준이 높아 사용 가능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앞서 학회는 국외 임상연구를 근거로 JAK 억제제에서 생물학적 제제 또는 다른 JAK 억제제로 전환하는 것이 치료에 불응하거나 부작용을 경험하는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권고했지만, 현장에서 아직 통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 교수는 "특정 JAK 억제제 처방 시 효과가 나타났지만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경우, 다른 JAK 억제제로 전환하면 치료 효과를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해결할 수도 있다"며 "동일 계열 제제 간 교체투여는 건선 등 다른 중증 피부질환에서 모두 급여가 적용된다. 아토피피부염 치료에만 제한을 둔다는 점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나정임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은 적절한 바이오마커가 없어 사용 전 치료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국내에서는 다양한 치료 옵션이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재정적 측면을 고려해도 해외 대비 급여 기준이 까다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이 교체투여 시에도 교체한 약제를 최소 6개월간 유지하도록 권고함에 따라, 국내 데이터를 반영한 추가적인 개선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정임 교수는 "치료제를 교체했는데 전에 사용하던 치료제 효과가 더 좋은 경우가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기존 치료제로 돌아갈 수 없다"며 "아토피피부염은 시간 경과에 따라 환자 상태나 치료 반응 정도가 달라지는데 관련 규제가 많을수록 치료 옵션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나찬호 교수는 "난치성 중증 아토피피부염은 2~3번째 치료제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고, 중도에 심한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약제의 교체 기간을 보다 탄력적으로 정해야 한다. 단순히 환자 수가 많고 보험 재정 평가가 어렵다는 이유로 타 질환 대비 형평성에 어긋나는 기준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와 관련된 대규모 연구가 부재하고 국내 자료도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급여 기준이 높은 것 같다"며 "향후 관련 데이터를 더 모으는 방향으로 국내외 연구가 계속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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