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리트풀로 국내 출시 기념 간담회 5일 개최
IFN-γ·IL-15 동시 억제해 탈모 증상 개선
[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12세 이상 청소년에게도 처방 가능한 원형탈모 치료제 '리트풀로(성분명 리틀레시티닙)'가 출시되면서, 국내 중증 원형탈모 치료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한국화이자제약은 5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리트풀로 국내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리트풀로는 경구용으로 개발된 JAK 억제제 계열 탈모 치료제다. 원형탈모 치료에는 경구제와 주사제, 바르는 스테로이드를 비롯해 미녹시딜과 면역요법 등이 쓰이는데 JAK 억제제는 가장 최근에 등장한 치료 요법이다.
서울아산병원 원종현 교수(피부과)는 "중증 원형탈모는 환자 나이나 증상에 따라 바르는 약부터 경구제까지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다"며 "리트풀로는 미국과 유럽, 한국에서 12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에 대해 허가받아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에서도 사용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원형탈모는 전체 인구의 2%가량이 경험하는 흔한 질환으로, 약 70%는 예후가 나쁘지 않아 자연스럽게 상태가 나아진다. 반면 상태가 나아지지 않거나 진행성인 경우, 치료에 불응하는 경우 추가적인 의료적 처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환자 예후를 짐작하기 어렵고, 중증 원형탈모 여부를 초기에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치료가 쉽지 않다. 6개월에서 1년 이상 탈모 증상이 지속되면 만성 탈모로 보며, 전체 탈모 환자의 20~30%가량 증상이 악화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 교수는 "원형탈모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인터페론-감마(IFN-γ)와 인터루킨-15(IL-15)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으로 인해 면역세포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방출하며 모낭을 공격해 탈모로 이어지는 자가면역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중증 원형탈모 환자 중에는 상대적으로 여성이나 젊은 환자가 많고 대부분 40세 전, 일부는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한다. 특히 조기 발병할수록 예후가 좋지 않아 머리카락 외 전신의 털이 빠지는 전신탈모증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국내 원형탈모 환자는 지난 2023년 기준 17만 8000명 수준으로 보고됐으며 점차 증가세다. 또 발병 시점이 12세 이상인 환자가 82%를 차지해 영유아보다는 소아청소년과 성인 환자가 더 많다.
원형탈모 환자에서는 여러 가지 동반질환이 보고되는데, 일반인 대비 갑상선 관련 질환과 2형 당뇨병을 비롯해 자가면역질환에 속하는 건선이나 루푸스, 백반증, 관절염 등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습진성 질환은 특히 소아 환자에서 많이 보고되고, 탈모 증상이 심할수록 동반질환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 교수는 "동반질환 외에도 중증 원형탈모가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 크다"며 "우울이나 낮은 자존감, 사회적 위축, 스트레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젊은 환자나 여성 환자의 경우 더 많이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여러 연구에서도 원형탈모가 환자에게 신체적, 심리적으로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보고됐다.
JAK 억제제인 바리시티닙(제품명 올루미언트)과 리트풀로가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하기 전까지 주된 치료 방법은 스테로이드 치료였다. 이외에도 부신피질호르몬제나 면역억제제 등이 쓰였지만 소아청소년 환자에서는 사용이 어려웠다.
원 교수는 "2017년 연구를 보면 탈모 치료 효과를 구체적으로 입증한 경우가 별로 없고, 선택지도 많지 않았다"며 "특히 강한 수준의 치료를 받을수록 환자가 치료 효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JAK 억제제가 새로운 옵션으로 등장하며 이런 미충족 수요를 일부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됐다.
리트풀로는 JAK3과 TEC 계열 키나아제를 모두 억제함으로써 면역세포 신호전달체계를 차단해 염증성 사이토카인 방출과 면역세포 활성을 저해한다. JAK 억제제는 아토피피부염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에도 쓰이지만 리트풀로는 중증 원형탈모 치료제로만 허가를 받았다.
리트풀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ALLEGRO 임상연구를 보면, 투약 24주차에 리트풀로군은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높은 비율로 탈모 증상이 개선됐다. 원형탈모에서 모발 손실 비율을 측정하는 SALT 점수가 20점 이하로 낮아진 환자 비율은 리트풀로군 23%와 위약군 1.6%로 보고됐다(P<0.0001).
48주 시점에서도 리트풀로군은 SALT 점수 20점 이하인 환자 비율이 43%로 나타나 위약군 10% 대비 높았다. 24개월 장기 연구에서도 동일한 개선 효과가 보고됐다.
원 교수는 "중증 원형탈모는 많은 환자에서 재발하고, 유병 기간이 길다는 점이 매우 큰 문제"라며 "치료에 걸리는 시간이나 부작용이 환자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 그간 효과나 안전성 측면에서 제한이 있었던 다른 옵션 대비 리트풀로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