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김상현 신임 이사장(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美AACE, 위험군 70mg/dL 미만 제시…"보수적 권고안으로 국내 영향 없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LDL-콜레스테롤이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Lower is better)'는 개념은 학계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는 2017년 심혈관질환 극초고위험군(extreme risk)을 신설하면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기존 70mg/dL 미만보다 더 낮춘 55mg/dL 미만을 권고했다. 2019년 유럽심장학회·동맥경화학회(ESC·EAS)는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을 기저치 대비 최소 50% 이상 낮추면서 55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주문했다.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강하 흐름에 따라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이하 지동학회)도 2022년 진료지침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70mg/dL 미만에서 55mg/dL 미만으로 낮췄다.
그런데 최근 AACE가 2017년과 달리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이 있거나 위험이 높고 이상지질혈증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70mg/dL로 제시하고 나섰다(Endocrine Practice 2월 5일자 온라인판).
본지는 올해부터 임기를 시작한 지동학회 김상현 신임 이사장(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을 만나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와 함께 이사장 임기 동안의 계획을 들었다.
- 올해부터 지동학회 이사장 임기를 시작했다. 임기 2년 동안의 계획과 목표는?
국내 심혈관질환 발생위험도 예측 모델을 개발에 진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우리나라는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개수로만 발생위험도를 예측한다. 본 학회는 이를 체계화해 점수로 산출하는 모델을 만들고자 오래전부터 노력해 왔다. 임기 동안 심혈관질환 발생위험도 예측모델을 개발·검정(validation)해 임상에 도입할 수 있는 단계까지 구체화하겠다.
이와 함께 학회 공식 학술지인 JLA가 국제적 학술지로 도약해 SCI에 등재될 수 있도록 하겠다. 아울러 당뇨병, 뇌졸중, 신장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 학술단체와 학술적 교류를 강화하고자 한다. 또 대국민 대상으로 질환 및 치료에 대한 홍보를 펼쳐,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 이번 AACE 가이드라인은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55mg/dL 미만을 부정하는 것인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IMPROVE-IT 연구 이후 FOURIER와 ODYSSEY 연구에서도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을 55mg/dL 미만으로 낮추면 예후가 더 좋아진 것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55mg/dL 미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AACE는 해당 목표치를 모든 환자군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번 가이드라인에 완곡한 표현으로 담은 것으로 보인다. 굉장히 보수적인 결정이다.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에서 강조하는 것이 의료진과 환자의 의사소통이다. 외국은 치료제 가격이 비싸므로 치료 결정 시 비용 효과를 참고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치료제 개수가 많아지거나 용량을 늘리면 간 효소 수치 증가 등 이상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하도록 했다.
즉, 이번 가이드라인은 의료진과 환자와의 관계에 주안점을 두면서 확실한 예후 개선을 확인한 LDL-콜레스테롤 70mg/dL 미만을 목표치로 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
- AACE 가이드라인으로 국내외 이상지질혈증 치료 패러다임 변화가 있을까?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낮추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다. 이번 AACE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이 같은 개념이 부정되지 않는다. 게다가 모든 가이드라인이 똑같이 보조를 맞출 필요는 없다. 국가별 가이드라인 차이가 있는 만큼 AACE 가이드라인이 국내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다.
- 국내 진료지침 개정 계획은?
심혈관질환 발생위험도 예측 모델이 확립되거나 진료현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구가 발표되면 진료지침 개정 필요성을 논의할 계획이다. 진료지침 개정 주기를 정하진 않았다. 중요한 이슈가 생기면 전문가들의 합의를 거쳐 개정할 방침이다.
- 학회가 국가 건강검진의 이상지질혈증 검사 주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정부와 어떻게 논의되고 있나?
2018년 정부는 한정된 의료재정 등을 고려해 국가 건강검진에서 이상지질혈증 검사 주기를 2년에서 4년으로 확대했다. 이에 학회는 이상지질혈증 검사를 2년마다 진행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근거를 준비하고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올해나 내년에는 논의가 진전될 것으로 기대한다.
- 이상지질혈증 신약 개발이 활발하다. 기대되는 점과 우려되는 점은?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점은 최근 개발되는 신약은 효과가 장기간 지속돼 자주 투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 편의성과 치료 순응도를 높여 예후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가격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약가를 신경 쓰지 않고 환자에게 처방할 수 없다. 또 장기간 안전성에 대한 걱정도 있다. 최근 개발되는 치료제 대다수는 주사제로, 미미할지라도 주사 부위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임상연구에서 이상반응 빈도가 높지 않고 중증도도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지만, 장기간 안전성을 확립하고 국내에 도입되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 급여 기준 관련해 개선해야 할 점은?
2014년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 기준을 총 콜레스테롤(TC)에서 LDL-콜레스테롤로 변경하면서 급여 기준을 △위험요인 0~1개: 160mg/dL 이상 △2개 이상: 130mg/dL 이상 △관상동맥질환 또는 이에 준하는 위험: 100mg/dL 이상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70mg/dL 이상 등으로 개정했다.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더 낮추도록 권고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급여 기준이다. 정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급여 기준을 변경하면 재정이 더 필요한 데다 일각에서 약물 과용을 우려하는 만큼 고민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급여 기준이 시대와 맞지 않으므로 정부가 잘 판단할 수 있도록 학회에서 의견을 낼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