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 김중선 교수(심장내과)
"심혈관계 예후 평가한 데이터 없다면 가이드라인에서 권고 어려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 김중선 교수(심장내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 김중선 교수(심장내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면 낮출수록 심혈관질환 예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은 정설로 자리 잡았다. 이에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을수록 LDL-콜레스테롤 목표치가 낮아지고 있으며, 이를 충족하기 위한 강력한 치료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외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른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제시하면서 1차 치료전략으로 스타틴을 권고하고 부족하면 에제티미브를 병용하도록 한다. 문제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ASCVD 환자는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만으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2015~2021년 PCSK9 억제제인 에볼로쿠맙(제품명 레파타)을 사용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6개국 33곳 의료기관의 724명 환자를 분석한 HALES 리얼월드 관찰연구 결과, 기존 약제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70mg/dL 미만에 도달한 환자는 7.9%에 불과했다. 그러나 에볼로쿠맙을 추가하면 목표치 도달률이 69.8%로 증가해 PCSK9 억제제의 유용성을 확인했다(Cardiol Ther 2024;13(4):737~760).

PCSK9 억제제에 이어 최근 LDL-콜레스테롤 강하를 목표로 한 신약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향후 ASCVD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을 관리하기 위한 치료전략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본지는 HALES 연구에 참여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 김중선 교수(심장내과)를 만나 HALES 연구 의미와 향후 치료전략 변화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 HALES 연구가 갖는 의미는?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등 기존 약제로 현재 가이드라인에 맞춰 LDL-콜레스테롤을 충분히 낮추기 어려운 환자가 많고, 이들은 PCSK9 억제제 등 LDL-콜레스테롤을 추가로 낮출 수 있는 약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에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70mg/dL 미만 도달률은 에볼로쿠맙 사용 전 7.9%에서 추가 후 12개월째 69.8%로 증가했다. 또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55mg/dL 미만 도달률은 에볼로쿠맙 투약 전 4.4%에서 투약 후 12개월째 57.8%로 조사됐다.

기존 약제로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던 상황에서 에볼로쿠맙을 추가하면 더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 HALES 연구에서 스타틴 시작 후 3개월 이내 LDL-콜레스테롤 검사율은 54.5%에 그쳤다. 검사율이 낮은 이유와 개선 방안은?

LDL-콜레스테롤 검사율이 낮은 것은 환자만의 잘못이 아니다. LDL-콜레스테롤 변화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환자 입장에서는 이를 인지하고 검사까지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환자에게 LDL-콜레스테롤 검사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시켜야 한다. 

LDL-콜레스테롤 검사율을 높이려면 의료진이 환자에게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교육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ASCVD 환자는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충분히 낮은데 왜 약을 먹어야 하지?'라는 의문을 품는다.

건강검진에서 제시하는 일반인 기준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는 높은 편이기에, 해당 기준으로 판단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환자별 위험도에 따른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알리고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 현재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제 개발이 활발하다. 신약 등장에 따라 ASCVD 환자 치료전략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나?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신약들이 등장하면서 국내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목표치 도달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신약들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도달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신약이 임상에 도입되더라도 비용 문제로 모든 환자에게 사용하기 쉽지 않고, 초기에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환자에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약가가 낮아지거나 급여가 확대되면 많은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PCSK9 억제제를 처방하고 있지만, 비용적인 이유로 투약이 제한적이다. 새로운 약제도 마찬가지로 제한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 국내 도입 예정이거나 개발 중인 신약들은 LDL-콜레스테롤 강하 효과를 입증했으나 ASCVD 2차 예방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이에 대한 생각은?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면 심혈관계 예후가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없어 이슈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 HDL-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약제는 HDL-콜레스테롤 수치 상승에 따라 당연히 심혈관계 예후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혈압 상승이나 다른 이상반응 문제가 확인됐다. 

이 때문에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신약들이 이론적으로 심혈관계 예후를 좋아지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실제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기전인 siRNA 치료제는 장기간 노출에 따른 안전성 데이터를 확인해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신약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고 환자가 치료에 적극적이라면 사용해 볼 수 있겠지만, 경험이 쌓이기 전까지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떤 약제를 사용하든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유지하는 치료가 좋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심혈관계 혜택을 입증한 심혈관계 예후 임상연구 등 충분한 임상 데이터가 있어야 효과와 안전성에 확신을 갖고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

- 신약들이 가이드라인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나?

우선 심혈관계 예후를 평가한 데이터가 나와야 한다. 이러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선 가이드라인에서 신약을 권고하기 어렵다. 만약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면 PCSK9 억제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권고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심혈관계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데이터가 부족하므로 '사용할 수 있다' 정도의 언급은 할 수 있어도 권고안으로 포함되기는 어렵다. 근거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PCSK9 억제제와 비슷한 입지를 가지기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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