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P-CAB)가 점유율을 높여가는 한편, 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각사는 적응증 확대, 공동 판매, 해외시장 진출 등 비슷한 전략을 필두로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는 자큐보 출시 후 국산 P-CAB 3개 제품이 제대로 맞붙는 첫해가 될 전망으로, 각사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지 관심이 모인다.
적응증 확대 및 새 제형 개발 경쟁
PPI 영역 완전 정복 꿈꾼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최근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의 위궤양 적응증 허가신청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으로 허가를 받은지 9개월 만에 적응증 추가에 나선 것이다.
이번 허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자큐보정은 2개의 적응증을 보유하게 된다. 온코닉테라퓨틱스 측은 "이번 추가 적응증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오는 상반기 내 승인 획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현재 국산 P-CAB 중 가장 많은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는 제품은 가장 먼저 출시된 HK이노엔 '케이캡(테고프라잔)'이다.
2019년 3월 출시된 케이캡은 현재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위궤양 ▲소화성 궤양 또는 만성 위축성 위염 환자의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25mg) 등 5가지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2022년 7월 출시된 대웅제약 '펙수클루(펙수프라잔염산염)'는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급성 위염 및 만성위염의 위점막 병변 개선(10mg) 등 2가지 적응증을 확보한 상태다.
이들 제품의 적응증 늘리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P-CAB의 목표가 기존 치료제인 PPI를 대체하는 것인 만큼, PPI의 활용 영역을 계속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세 제품은 모두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유발 소화성 궤양 예방 적응증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P-CAB이 해당 적응증을 추가하면 소화기내과 외 타과에서 NSAID 처방 시 위장관계 부작용 예방에 쓰이는 PPI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펙수클루는 NSAIDs 유발 궤양 예방 적응증 임상을 모두 마치고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빠르면 올해 7월 내 허가가 예상된다. HK이노엔과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케이캡과 자큐보의 해당 적응증에 대한 임상3상을 아직 진행 중이라고 밝혀, 펙수클루가 한발 빨리 적응증을 추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P-CAB 개발사들은 적응증 확장과 함께 제형 다변화도 추진 중이다. 케이캡은 지난 2022년 물 없이도 입에서 녹여먹을 수 있는 케이캡 구강붕해정 제형을 출시했다. 펙수클루와 자큐보도 현재 구강붕해정 개발을 위한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자큐보는 올해 중 구강붕해정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3사는 주사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웅제약은 펙수클루 정맥주사 제형 개발을 위한 국내 임상1상을 진행 중이며, 케이캡과 자큐보의 주사제 임상은 중국 파트너사가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캡은 HK이노엔의 중국 파트너사 뤄신이, 자큐보는 리브론 제약이 각각 임상 진행을 담당한다.
P-CAB 3파전 아닌 6파전?
공동판매 전선 구축해 영업전 총력
P-CAB 제제는 영업, 마케팅 측면에서 모두 공동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약의 빠른 시장 확장을 위해 국내사 간 서로의 영업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방법이 어느새 업계의 새로운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P-CAB 선발주자인 케이캡은 출시 후 5년간 종근당과 공동판매를 통해 처방 실적을 1500억원 이상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종근당과의 계약 종료 후에는 새 파트너인 보령과 손을 잡고 케이캡을 판매하고 있다.
공동 판매사 변경에도 케이캡은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K이노엔에 따르면 케이캡은 작년 한 해에만 1969억원의 원외처방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1위를 지켜냈다. 2023년 대비 24.4% 성장한 실적이다.
HK이노엔은 파트너사 변경 후 수수료 절감을 통해 수익성도 더 강화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보령도 외형 성장의 원인으로 케이캡 공동 판매에 따른 수익 향상을 꼽아, 양사의 시너지가 제대로 발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케이캡을 떠나보낸 종근당은 후발주자인 펙수클루 판매를 맡았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4월 종근당과 펙수클루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종근당은 앞선 케이캡 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펙수클루의 시장 안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3년 553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펙수클루는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마지막 주자인 자큐보 역시 같은 공동판매 전략을 택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와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9월 자큐보정의 공동판매 계약을 맺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모티리톤', 가스터', '스티렌' 등 블록버스터 소화기 품목을 보유한 동아에스티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3사의 판매 전략에 힘입어 P-CAB은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케이캡이 첫 출시된 2019년 2019년 4분기 5.8%였던 P-CAB의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22.3%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PPI의 점유율은 62.5%에서 52.1%까지 하락했다. 출시된 P-CAB 제품이 단 3개임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PPI의 점유율을 가져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점령 노리는 국산 P-CAB
케이캡 연내 미국 허가 가능할까
국산 P-CAB 제제들은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확장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개발된 P-CAB 제제 5개 중 3개가 국내 제품인 만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국산 제품을 제외한 P-CAB은 일본 다케다제약의 '다케캡'과 중국 케어파제약의 '베이웬'이 전부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BCC 리서치(BCC Research)는 글로벌 17개국의 P-CAB 시장 규모가 2015년 610억원에서 2030년 1조8760억 원으로 연평균 25.7%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 일본에서 첫 출시된 다케다의 P-CAB 다케캡(보노프라잔)의 일본 매출액은 현재 약 1조원에 달한다.
HK이노엔은 2028년까지 케이캡 전세계 100개국 진출을 목표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를 포함해 미국, 중국, 중남미 등 48개국에 기술수출 또는 완제품 형태로 진출했으며, 실제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국가는 15개국이다. 가장 최근인 1월에는 호주 제약사 서든 엑스피와 케이캡의 호주 및 뉴질랜드 완제품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케이캡은 현재 미국에서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대상 임상3상을 완료했으며,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이에 올해 중 케이캡이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미국에서는 다케다의 미국 파트너사인 팬텀파마슈티컬스가 다케캡을 '보퀘즈나'라는 상품명으로 출시해 시장을 독점 중이다. 보퀘즈나는 지난해 2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284% 성장한 730만 달러(한화 약 106억원)를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국산 P-CAB의 미국 진출에 대한 업계의 기대도 큰 상황이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케이캡 가치는 3979억원으로 추산된다"며 "비미란성 데이터의 2분기 학회 발표와 2~3분기 내 FDA 신약허가 신청 전망에 따라 올해 미국 시장 모멘텀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펙수클루는 한국, 필리핀, 멕시코, 에콰도르, 칠레 등 5개국에 출시된 상태다. 품목허가 신청국은 중국과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11개국으로 인도, 아랍에미리트 등 수출계약을 맺은 14개 나라를 합치면 총 30개국에 진출했다.
자큐보는 중국, 인도, 멕시코 제약사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지난해 9월 기술수출한 멕시코 제약사 라보라토리샌퍼는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등 중남미지역 19개 국가에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어, 회사는 총 21개국에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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