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a), 심혈관질환 위험 높이는 독립적 위험요인
'무발라플린'·'젤라시란', 임상2상서 Lp(a) 약 85%↓
Lp(a) 농도 낮추면 심혈관질환 예방 가능한지 임상연구 필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지질단백질(a)(Lp(a))를 낮추는 신약들이 순조로운 행보를 이어가면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Lp(a)를 낮추는 치료 후보물질인 일라이 릴리 '무발라플린'과 영국 사일런스 테라퓨틱스 '젤라시란'이 임상2상에서 Lp(a)를 약 85%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두 가지 임상2상 결과는 모두 JAMA 11월 1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다만 Lp(a) 강하 효과가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에 Lp(a)를 타깃한 치료제들이 성공적으로 임상에 도입돼 활용되려면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까지 입증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Lp(a) 유전적으로 결정되며 임상에 도입된 치료제 없어

Lp(a) 농도는 유전적으로 결정되며 평생 일정하게 유지된다. Lp(a) 농도가 125nmol/L 이상이면 응고와 염증이 촉진돼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뇌졸중, 대동맥 협착증, 말초동맥질환 등 위험이 높아진다. 

문제는 Lp(a)가 출생 시 결정되기 때문에 식이요법 또는 운동으로 조절할 수 없는 데다, 임상에 도입된 스타틴 등 지질저하제를 투약해도 낮아지지 않고 심지어 약간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임상에 도입된 Lp(a)를 낮추는 치료제가 없어 치료전략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있는 상황이다. 

무발라플린, Lp(a) 낮추는 유일한 경구제로 개발 중

KRAKEN, 무발라플린군 Lp(a) 125nmol/L 미만 도달률 96.7%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가운데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Lp(a)를 낮추는 치료제 무발라플린은 KRAKEN 임상2상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현재 개발 중인 Lp(a) 치료제들은 주사제이지만, 무발라플린은 유일한 경구제라는 점이 강점이다. 무발라플린은 아포지질단백질(a)(apo(a))와 아포지질단백질B(apoB) 사이의 결합을 방해해 Lp(a) 형성을 억제한다.

무발라플린은 Lp(a) 농도 증가 여부와 관계없이 건강한 성인 대상의 임상1상에서 좋은 내약성과 함께 투약 후 14일째 Lp(a)를 최대 65% 낮추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진행된 위약 대조 무작위 이중맹검 임상2상은 무발라플린이 Lp(a)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2022년 12월 10일~2023년 11월 22일 아시아, 유럽, 호주, 브라질, 미국 등 43곳에서 Lp(a)가 175nmol/L 이상이며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당뇨병 또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인 환자 233명이 모집됐다. 중앙값 나이는 66세였고 33%가 여성이었으며 아시아인은 27%를 차지했다. 

전체 환자군은 12주 동안 무발라플린 1일 10mg군(34명), 60mg군(64명), 240mg군(68명)과 위약군(67명)에 무작위 배정됐다. 주요 목표점은 등록 당시 대비 12주차 위약군과 비교한 Lp(a) 수치 변화율로, 원형(intact) Lp(a) 분석법과 전통적 apo(a) 기반 분석법을 활용했다. 

원형 Lp(a) 분석법은 혈액 내 손상되지 않은 Lp(a) 수치를 측정하도록 특별하게 설계된 새로운 검사다. 표준검사인 apo(a) 기반 분석법은 Lp(a) 외 약물에 결합된 성분 중 하나인 apo(a) 입자를 감지하는 방법으로, Lp(a) 감소가 과소평가 될 수 있다. 

2차 목표점에는 apoB와 고감도 C반응단백 변화율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원형 Lp(a) 분석법에서 위약군 대비 Lp(a) 변화율은 무발라플린군 10mg군 47.6%, 60mg군 81.7%, 240mg군 85.8% 감소했다. Apo(a) 분석법을 활용하면 Lp(a)가 각 40.4%, 70.0%, 68.9% 감소했다.

이어 무발라플린군의 Lp(a) 125nmol/L 미만 도달률은 전통적 검사에서 최대 81.9%, 새로운 검사에서 96.7%로 조사됐다.

ApoB 농도는 용량 의존적으로 감소해 무발라플린 10mg군 8.9%, 60mg군 13.1%, 240mg군 16.1% 감소했다. 고감도 C반응단백은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아울러 모든 용량에서 안전성이나 내약성 우려는 없었다. 

연구를 진행한 호주 모나쉬대학 Stephen Nicholls 박사는 "이번 임상2상에서 무발라플린은 Lp(a) 농도를 낮추고 내약성이 좋았다. 안심할 수 있는 결과"라며 "향후 지속적인 개발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젤라시란, Lp(a) 농도 낮추는 siRNA 치료제

ALPACAR-360, 젤라시란군 Lp(a) 최대 85.6%↓

젤라시란은 Lp(a) 농도를 낮추는 siRNA 치료제로, 지난 4월 APOLLO 임상1상 연장연구에서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여부와 관계없이 Lp(a)가 높은 건강한 성인의 Lp(a) 농도를 1년 동안 지속적으로 낮추면서 내약성이 좋음을 입증했다. 

이번에 발표된 젤라시란 ALPACAR-360 임상2상은 36주 치료 시 Lp(a) 변화율을 평가했다.

2023년 1월 3일~2023년 4월 27일 유럽,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26곳에서 Lp(a) 농도가 125nmol/L 이상인 안정형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 178명이 연구에 모집됐다. 전체 환자군의 평균 나이는 63.7세였고 여성이 25.8%를 차지했으며 중앙값 Lp(a) 농도는 213nmol/L였다. 

전체 환자군은 위약 16주 간격 3회 투여군(23명) 또는 24주 간격 2회 투여군(24명)(위약군)과 젤라시란 24주 간격 450mg 2회 투여군(45명) 또는 16주 간격 300mg 3회 투여군(42명), 24주 간격 300mg 2회 투여군(44명) 등에 무작위 배정했다. 1차 목표점은 등록 당시 대비 36주째 그리고 60주째 Lp(a) 농도 변화율로 정의했다. 

연구를 완료한 172명을 분석한 결과, 위약군과 비교해 등록 당시 대비 36주째 평균 Lp(a) 농도 변화율은 젤라시란 24주 간격 450mg군 85.6%, 16주 간격 300mg군 82.8%, 24주 간격 300mg군 81.3% 감소했다. 

가장 흔한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주사 부위 반응이었고, 약물 투약 첫날 2.3~7.1%에게서 경미한 통증이 관찰됐다. 중증 이상반응은 17명 환자가 경험했으나 약물과 관련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으며, 연구 중단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젤라시란의 내약성은 우수했고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의 36주째 Lp(a) 농도를 평균 80% 이상 낮출 수 있었다. 

Lp(a) 낮추는 치료제, 심혈관계 영향 연구 진행 중

"향후 진료현장 바꿀 것으로 기대"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Lp(a)를 타깃한 치료제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 같은 효과가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로 이어질지는 명확하지 않다.

KRAKEN 연구를 진행한 Nicholls 박사는 "무발라플린이 Lp(a)를 낮추는 효과적인 치료전략으로 보이지만, Lp(a)가 감소하면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줄어드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면서 "무발라플린이 심혈관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런 가운데 노바티스의 월 1회 주사하는 Lp(a) 치료 후보물질 펠라카르센의 대규모 심혈관계 영향 연구인 Lp(a)HORIZON 결과가 2025년 공개될 예정이다. 또 암젠의 올파시란은 OCEAN(a)-Outcomes 임상3상에서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또는 긴급한 관상동맥재개통술 시행 등 위험을 평가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2026년 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일라이 릴리 siRNA 치료제 레포디시란은 ACCLAIM-Lp(a)로 명명된 심혈관계 영향 연구를 시작했으며, 현재 환자를 모집 중이다. 연구에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 없는 고위험 환자도 일부 포함될 예정으로, 연구 결과는 2029년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 Guillaume Pare 교수는 지난달 29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대한뇌졸중학회 국제학술대회(ICSU 2024)에서 "Lp(a)는 죽상경화성 동맥경화증, 대동맥 협착증, 대혈관 뇌졸중 등의 강력하고 독립적인 위험요인이다. 성인은 평생 최소 1번은 Lp(a)를 측정해야 한다"며 "Lp(a)를 억제하면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대혈관 뇌졸중 그리고 사망 등 위험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Lp(a)를 낮추는 신약의 임상3상이 진행 중이며 향후 진료현장을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