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강상범 교수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 환자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효과적인 치료 전략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수는 2023년 기준 약 9만 2700명으로 매년 7%씩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 JAK 억제제 등 중등도~중증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옵션이 여럿 등장했다.
그럼에도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증~중등도 환자에게 여전히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제는 항염증제인 5-아미노살리실레이트(5-ASA)다. 5-ASA는 특히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서 효과가 높고, 안전성 역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치료에 가장 기본으로 사용되는 5-ASA의 특징은 무엇이며, 이를 이용한 효과적 치료 전략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전성모병원 강상범 교수(소화기내과)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궤양성 대장염은 어떤 질환이며, 같은 염증성 장질환에 속하는 크론병과 어떤 차이가 있나?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은 장 점막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일어나는 질환으로 서로 기전이 비슷하다. 이러한 염증은 유전적 소인이나 장내 세균 불균형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촉발될 수 있다.
한 번 걸리면 완치가 되지 않는 질환이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두 질환의 다른 점은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주로 대장까지만 침범하는 반면,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염증이 띄엄띄엄 발생한다는 점이다. 주로 소장, 대장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 환자들이 궤양성 대장염을 다른 질환과 구분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진단은 어떻게 내려지나?
궤양성 대장염은 주로 직장에서 왼쪽 대장까지의 침범이 흔하다. 직장이 침범되면 혈변이나 점액변이 나오기 때문에 빨리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드물게 오른쪽 대장만 침범하고 직장이 침범 되지 않는 경우에는 설사, 복통 등 비특이적 증상이 나타나 진단이 쉽지 않다. 처음에는 증상이 애매모호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체중 저하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특정한 음식이나 상황에 따라 악화와 호전 여부가 달라진다. 반면 설사, 체중 감소, 성장 지연, 복통 등이 지속되면 궤양성 대장염일 수 있다.
■ 진단 후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진단 후에는 환자의 질병 활성도와 심각도에 따라 치료가 달라진다. 나쁜 예후를 가지는 인자가 있는지 평가해 상태가 이미 심각하고 합병증이나 다른 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처음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한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면역조절제나 생물학적 제제, 소분자 제제 같은 치료제를 쓰고, 초기인 경우에는 5-아미노살리실레이트(5-ASA)라는 기본적인 항염증제를 사용한다. 이러한 약제들을 사용해 관해를 유도하고 관해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치료를 한다.
■ 가장 기본적인 치료제로 사용되는 항염증제의 특징과 역할은?
항염증제인 5-ASA는 굉장히 오래된 약물이다. 50년 넘게 사용돼왔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95% 정도, 크론병 환자의 절반이 이를 사용한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에게 가장 기본으로 쓰이고 효과가 좋아 가장 중요한 약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부작용이 아예 없는 약은 없지만 5-ASA는 가장 안전하고, 여성들이 임신을 했을 때도 끊지 않고 계속 쓸 수 있는 약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처음부터 증상이 심각한 상태에서 오는 환자도 있지만 그런 환자는 소수이고, 대부분 질병 활성도가 낮거나 중간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환자 중 60~70% 정도는 5-ASA만으로도 조절이 된다. 5-ASA를 빼놓지 않고 잘 복용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재발률이 당연히 적다.
■ 관해 유지를 위한 효과적인 치료 전략은?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 있어 면밀한 모니터링(tight monitoring)은 매우 중요하다. 쉽게 말해 환자들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병원을 꼭 방문하게 하고 여러 혈액 검사와 대변 칼프로텍틴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예후를 좋게 하고, 재발을 방지하고, 질병의 경과를 바꿀 수 있다.
대변의 빈도, 직장 출혈 등 질병 활동의 임상 지표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이에 따라 치료를 조정하는 T2T(Target to Treat) 전략을 세우면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5-ASA를 통한 T2T 치료 전략이 환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평가한 OPTIMIZE study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유럽의 경증~중등도의 궤양성 대장염 환자 250명을 대상으로 T2T전략에 의해 환자 중심 치료 조정을 적극적으로 진행했을 때 임상적 관해 상태(FC≤ 100 μg/g) 를 유지 기간이 약 2개월 증가하고, 환자당 재발률이 약 21% 감소함이 보고됐다. 또한 궤양성 대장염의 주요 치료 목표인 점막 치유가 46%의 환자에서 달성됐다.
이를 임상 실무에 적용해 질병 활동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신속하게 치료를 조정하면 합병증 및 질병 진행을 예방하고 환자들이 더 나은 질병 조절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서 최근 점막 치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한 다양한 연구에 서 점막 치유가 됐을 때 환자의 재발률이 낮고, 관해 유지율 역시 높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과거에 는 증상 완화를 치료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해서 점막 치유가 됐는지를 꼭 확인하고 있다. 항염증제인 5-ASA도 경증~ 중증도 환자들에게 있어 최신 치료제인 생물학적 제제 못지 않게 점막 치유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 관해 유지를 위해서는 꾸준한 약물 복용도 중요할 것 같다.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환자가 얼마나 복용을 잘 하는가를 예전에는 복약 순응도(compliance)라고 했고, 최근에는 복약 이행도(adherence)라고도 한다. 순응도라는 개념은 의사가 처방한 약을 환자가 수동적으로 잘 먹는 것을 뜻하고, 이행도라는 것은 교육 등을 통해 환자 스스로 질병을 잘 조절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환자 스스로 약을 잘 먹는 것을 말한다. 환자의 태도가 수동적인지, 능동적인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처음 진단 시 교육을 잘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목표다.
저는 처음 진단 후 6개월 이내에 환자들과 소통을 통해 이 사람이 나를 잘 치료해줄 수 있겠구나 생각하도록 신뢰를 쌓는다. 책, 브로셔, 대한장연구학회 유튜브 등 다양한 자료를 이용해 환자들을 교육한다.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면서 환자들의 질문에도 실시간으로 답을 해주고 있다.
